'서당개 3년이면 풍월 읊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어느 환경에 익숙해질 수록 자신의 진가를 발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 이제 한국야구 3년차다. LG의 외국인 투수 레다메스 리즈가 이번 시즌 최고의 우완 외국인 투수로 거듭날 수 있을까.
리즈가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인상적인 투구를 선보이며 올 시즌 활약을 기대케 했다. 리즈는 9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시범경기 첫 경기에 선발로 등판, 4이닝 동안 삼진 5개를 곁들이며 2실점(1자책)하는 호투를 펼쳤다. 특히, 3회 선두타자 이지영을 시작으로 4타자 연속 삼진을 잡아내는 괴력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직구 구속. 160㎞의 강속구를 뿌리는 리즈는 아직 시즌 개막 전임에도 불구하고 최고 157㎞의 강속구를 선보이며 쾌조의 컨디션을 과시했다. 리즈는 경기 후 "직구 제구가 조금 높았던 것을 빼면 컨디션, 변화구 제구 등 전체적으로 괜찮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리즈는 2011 시즌을 앞두고 LG 유니폼을 입으며 한국 무대에 첫 발을 디뎠다. 구단,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입단 전부터 160㎞의 공을 뿌릴 수 있다는 소문에 화제가 됐다. 함께 입단한 좌완 벤자민 주키치가 리즈의 그늘에 가릴 정도였다. 입단 당시 받은 돈의 액수도 틀렸다. 리즈가 계약금과 연봉을 합해 30만달러를 받은 반면, 주키치는 22만달러에 그쳤었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두 사람의 위치는 바뀌었다. 주키치가 2년간 든든하게 LG 마운드의 중심을 잡아주며 인지도에서 리즈를 앞서기 시작했다. 일본프로팀들이 영입에 나섰다는 얘기가 나왔고, '리즈-주키치' 순으로 거명하며 기사를 작성하던 언론들도 어느새 자연스럽게 '주키치-리즈' 순으로 이름을 나열했다.
지난 2년, 리즈에게는 과도기였다. 첫 해 11승13패를 기록했다. 괜찮은 성적이었지만 큰 기대를 모았던 리즈였기 때문에 아쉬운 성적표라는 평가였다. 특히, 시즌 초반 한국야구 적응에 애를 먹었다. 빠른 공은 강했지만 제구가 흔들리며 한국타자들을 압도하지 못했다.
지난 시즌은 더욱 아쉬웠다. 김기태 감독이 새롭게 부임하며 리즈에게 마무리 보직을 맡겼다. 하지만 대실패였다. 빠른공은 갖고 있지만 제구가 불안한 외국인 투수에게 마무리 자리는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했다. 4월 13일 잠실 KIA전 연장 11회에 등판한 리즈는 '16구 연속 볼'이라는 진기록을 세우며 소위 말하는 '멘붕'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다행히 후반기 선발로 전환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이번 시즌 재계약에 성공했다.
이번 시즌은 에이스로서 거듭나기 딱 좋은 조건이다. 처음부터 선발로 낙점돼 차분하게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만들었다. 직구의 위력을 살릴 변화구 장착도 완료했다. 리즈가 이번 시즌 새롭게 선보일 무기는 커브. 삼성전에서 18개의 커브를 던지며 실전 테스트까지 마쳤다. 지난 2년간 한국타자들의 특성을 파악해 더욱 여유있게 마운드에서 승부를 펼칠 수 있게 됐다.
선발진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LG. 리즈가 10승 이상, 욕심을 내 15승 고지까지 정복해주며 에이스 역할을 해준다면 4강 진출도 꿈 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