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호'가 닻을 올렸다. 지난해 정규시즌이 끝나고 넥센은 염경엽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시범경기로 나타난 '염경엽 야구'는 어떤 색깔일까.
넥센은 9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올시즌 첫 시범경기에서 6대1로 승리했다. 10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염 감독은 "준비한대로, 연습한대로 됐다. 계속 강해져야 한다. 이런 게임이 7,8월에도 많이 나오길 바란다"며 웃었다.
첫 승에 취하거나 그런 건 없었다. 염 감독은 "이제 겨우 시범경기일 뿐"이라며 "어제도 1점을 주는 부분에서 너무나 쉽게 실점했다. 그러면 강팀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래도 염 감독의 야구에 대해 조금은 느낄 수 있었던 경기였다. 그는 지난해 넥센의 작전·주루코치였다. 그리고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를 강조했다. 상대의 허를 찌르거나, 세밀한 작전을 통한 베이스러닝을 선보였다. 그 결과는 팀 도루 1위(179개). 불과 1년 전만 해도 팀 도루 꼴찌(99개)였던 '거북이팀'을 '토끼'로 변모시켰다.
이번엔 코치가 아니라 감독이다. 하지만 그의 기조는 변함이 없었다.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는 이미 넥센의 팀컬러로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첫 경기에서도 그런 장면이 자주 목격됐다. 2회초 선취점을 낼 때, 좌익수 왼쪽으로 빠지는 2타점 2루타를 날린 새 주전포수 박동원은 홈으로 공이 향하는 사이 3루까지 내달렸다. 비록 3루에서 태그아웃되긴 했지만, 한 베이스를 더 가기 위한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로 볼 수 있다.
4회 쐐기점 상황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미 4-0으로 달아난 뒤 2사 1,3루 상황에서 서건창의 우전 적시타가 나왔다. 3루 주자에 이어 1루주자마저 홈을 밟았다. 3루까지 향한 신현철이 상대 중계플레이가 느슨한 틈을 타 홈으로 쇄도했다. NC 유격수 이현곤이 신현철을 제대로 체크하지 못해 실책으로 기록됐지만, 주자의 재치로 만들어낸 점수였다.
염 감독은 "코치와 감독은 한 가지를 보는 것과 전체를 보는 게 차이가 있다"며 "아마 이번 캠프에서 선수보다 코치들이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힘들었을 것이다. 특히 주루나 수비 분야 코치들은 더 그럴 것이다. 내가 안해도 될 말까지 잔소리를 좀 많이 했다. 조금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루 파트를 맡고 있는 심재학 코치가 고생이라고 했다. 이어 "혼자 머리를 쓰는 것보다 여럿이서 함께 쓰는 게 더 좋지 않나. 그래도 선수들이 조금은 생각하고 움직여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미소지었다.
초보감독답지 않은 강단도 있다. 이미 스프링캠프 시작 전 주전라인업을 확정짓고, 선수들에게 "넌 주전이다", "넌 백업이다"라는 말을 전해놨다. 보통 스프링캠프에서 경쟁을 하는 것과는 다른 행보다.
염 감독은 미국 애리조나에서 진행된 1차 전지훈련 때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주전 경쟁은 마무리훈련에서 하는 것이다. 기술적인 부분을 만드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스프링캠프는 구상한대로 시즌을 준비해 나가는 시기"라고 밝힌 바 있다. 스프링캠프의 성격에 대해 새로운 정의를 내린 것이다.
구상대로 팀은 잘 움직여주고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참가한 유격수 강정호, 애리조나 연습경기에서 안면골절상을 입은 좌익수 장기영을 제외하곤 모두 미리 짜놓은 라인업대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염 감독은 "우리 전력이 몇 위쯤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상대가 우리를 쉽게 생각하지 않게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금까지는 염 감독의 생각대로 움직여주고 있는 넥센, 올시즌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