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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야구 무대에 첫 발을 디딘 넥센 히어로즈의 '잠수함' 김병현(34)은 한마디로 끔찍했다. 팬들의 기대는 컸다. 메이저리그에서 통했던 투수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시절 마무리로 월드시리즈 챔피언 반지까지 꼈다. 최근 2~3년 방황으로 실전 등판이 없었지만 이렇게까지 기량이 떨어져 있을 지 몰랐다. 김병현의 2012년 첫 성적표는 19경기 등판, 3승8패3홀드(평균자책점 5.66). 볼넷 34개, 사구가 14개나 됐다. 어이없는 곳으로 날아가는 공을 자주 던졌다. 시즌 중반부터 선발의 한 축 역할을 바랐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김시진 당시 넥센 감독(현 롯데 감독)은 부진이 이어지자 김병현을 선발 로테이션에서 빼버렸다. 김병현의 쓰임새를 놓고 김 감독과 넥센 수뇌부 사이에서 이견이 있었다. 김 감독은 김병현 보다 젊은 선수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김병현 영입에 십억 이상을 투자한 수뇌부는 김병현에게 선발 기회를 더 주는 게 맞다고 봤다. 성적 부진까지 겹치면서 김 감독은 시즌 말미에 넥센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시즌 종료 후 김 감독은 롯데에서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다. 넥센의 새 사령탑으로는 김 감독 밑에서 코치를 했던 염경엽 감독이 선임됐다. 염 감독은 현역 선수시절 언더핸드스로로 명성을 날렸던 이강철 수석 코치를 KIA에서 영입했다. 김병현을 살리기 위해 이강철 이상의 카드는 없었다. 염 감독, 이 수석 코치, 김병현은 모두 광주일고 출신이다. 이 수석 코치와 김병현은 무등중 동문이기도 하다.
이날 4이닝을 던지기로 하고 마운드에 올랐다. 시즌 첫 등판에서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 투구수는 69개. 이닝수에 비해 공을 많이 던졌다고 볼 수 있다. 1회 2사 전준우 타석에서 보크를 범했다. 도루를 시도할 수 있었던 1루 주사 손아섭 때문에 투구 과정에서 멈춤 동작이 없어 기만행위로 보크 판정을 받았다. 김병현은 "주자 때문에 빨리 빨리 하려다가 보크를 했다"고 말했다.
김병현의 올시즌 목표는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다. 염경엽 감독은 외국인 투수 나이트와 밴헤켄에 이어 김병현을 3선발로 쓰겠다고 공표했다. 올해 선발 투수로 10승 정도를 거둔다면 성공이라고 봐야 한다.
아직 김병현의 시즌 성적을 점치기는 이르다. 염 감독은 "몇승을 점치기는 아직 빠르다. 우리 방망이가 괜찮다. 김병현이 좋은 성적을 올릴 거라고 본다. 지난 해보다 훨씬 좋다"고 말했다. 김병현은 오는 19일 목동 SK전에 다시 선발 등판한다. 그는 "지난해 3승했다. 올해는 그것 보다 3승은 더 해야할 것 같다. 농담이다"며 웃었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