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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승팀 삼성은 오는 30일과 31일 대구에서 두산과 개막 2연전을 치른다. 그리고 이어지는 월요 휴식일. 하지만 예년과 달리 휴식이 좀 길다. 다음 경기는 5일 대구 NC전이다. 1일부터 4일까지 무려 4일 동안 푹 쉰다.
시범경기가 리허설 무대였다. 2연전 일정으로 열리는 시범경기 내내 한 팀은 무조건 경기를 치르지 않았다. 각 팀은 훈련이나 자체청백전, 혹은 원정지 이동 등으로 휴식일을 보냈다. 전력 탐색의 성격이 짙은 시범경기에선 휴식으로 인한 변수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창단을 반대하면서 출범부터 끝없이 부딪혔던 지역 라이벌 롯데와의 개막전에 1~3선발을 투입할 수 있게 됐다. 창단 특전으로 외국인선수를 한 명 더 보유하게 된 NC는 세 명의 '용병 선발'을 차례로 내세운다. 신생팀으로 전력의 한계가 분명한 NC로서는 그나마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카드다. NC 입장에선 '융단폭격'을 하는 셈이다.
반면 롯데는 난처하다. 신생팀 NC에게 패하는 것 자체가 페넌트레이스 성적에서 큰 손해다. 게다가 여러모로 불편한 관계인 NC에게 발목을 잡히는 것은 자존심에도 큰 타격이다. 그렇지만, 홈에서 열리는 개막 2연전에 투수를 아끼고 NC와의 3연전을 대비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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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부터 이런 특수한 상황이 연출된다. 시즌 중엔 어떨까. 일단 3연전을 쉰 팀은 앞선 3연전 마지막 선발투수를 등판시킬 수 있다. 2경기 연속 등판이지만, 이상할 건 없다. 4일 휴식 후 5일째 등판하기에 큰 부담도 없다. 대개의 에이스급 투수들은 5일 로테이션이 어렵지 않다. 메이저리그 시스템을 겪은 외국인선수들의 경우 더욱 그렇다. 오히려 '편하다'는 반응을 보일 수 있다.
홀수구단 체제에서 1~3선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기도 하다. 3연전을 쉬고 나온 팀은 투수진을 재정비해 강력한 원투스리 펀치를 내세울 수 있다. 이닝이터 스타일의 선발투수들, 그중에서도 에이스들의 역할이 더 커질 것이다. NC처럼 외국인선수의 영향력이 커지는 구단도 나올 수 있다.
모처럼 20승 투수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도 가뜩이나 투고타저 성향을 보이고 있는 한국프로야구에 이같은 기조가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3연전 쉴 팀, 투수 자원 총동원령?
쉬고 나서 3연전을 치르는 팀만 이득이 아니다. 내일부터 쉬는 팀이 더 무서울 수 있다.
야구를 '투수 놀음'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타자가 투수를 상대로 안타를 칠 확률은 ⅓이 채 안된다. 보통의 타율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는 수치. 세 번 중에 한 번만 쳐도 잘 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다.
내일부터 4일 동안 쉰다? 어느 팀이든 투수 자원을 쏟아 부을 수밖에 없다. 3연전 중 앞선 두 경기에서 연투한 투수도 앞으로의 휴식을 위해 쓸 수 있다. 세 경기 정도는 불펜투수의 연투 최대 한계로 받아들여진다. 승부처다 싶으면, 무리를 해서라도 보다 확실한 투수를 투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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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놀이'도 많아질 수 있다. 기용 가능한 모든 투수들을 동원하면, 경기 막판엔 한 이닝이 아니라 한 타자당 투수를 투입해 고비를 넘어서려 할 것이다. 선발투수를 비롯해 기용 가능한 모든 투수들을 동원해도 뒤엔 '4일 휴식일'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다.
Case by case, 타격감 유지는 어떡해…
등판 일정에 따라 움직이면 되는 투수들과 달리, 타자들의 경우는 고충을 토로할 가능성이 높다. '컨디션 유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타자들은 보통 시즌을 치르면서 '사이클'을 타는 경우가 많다. 한창 좋을 때는 공이 수박만 하게 보이고 휘두르기만 해도 맞았다면, 나쁠 땐 무슨 짓을 해도 좀처럼 타격감이 살아나질 않는다. 타격 사이클의 경우 야구에서 피할 수 없는 요소로 여겨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4일 휴식은 이 사이클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령 컨디션이 좋아 펄펄 날던 타자가 갑자기 4일 쉬게 되면, 한창 좋았던 타격감을 잃어버릴 수 있다. 비로 인해 경기가 취소되기만 해도 '감'에 영향을 받는 게 타자다. 실내연습장에서 미친 듯이 방망이를 돌리고 퇴근해도 개운치 못한 기분이 들게 마련이다. 그런데 4일 동안 휴식을 취한다? 아무리 타격훈련을 한다 해도 실전과 같을 수는 없다.
반대로 타격감이 살아나게 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뭘 해도 안 맞을 때, 긴 휴식이 좋은 '약'이 될 수도 있다. 결국 타자들에겐 'Case by case'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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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감독 중 유일하게 홀수구단 체제를 겪어본 한화 김응용 감독은 "3윌 쉰 팀이 유리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막상 붙어보면 또 모른다. 쉬면서 컨디션을 조절하는 게 쉽지 않다"며 "선수들이 어떻게 쉬어야 할 지 잘 모를 것이다. 하지만 알아서 컨디션을 잘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말처럼, 선수 개개인의 프로의식에 따라 희비가 갈릴 수 있다. 휴식일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해진다는 말이다.
결국 이 모든 게 답이 없는 '변수'다. 사실 휴식을 예상해서 마운드 구상을 완벽히 해도, 비라도 와서 경기가 취소되면 '말짱 도루묵'이다. 9개 구단의 대장정, 바뀐 시스템에 어느 팀이 웃고 어느 팀이 웃을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