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연패에 빠진 한화 선수들이 11일 대구 삼성전에 단체로 삭발을 한 채 나타났다. 머리를 짧게 깎은 주장 김태균이 타격훈련을 위해 그라운드로 나서고 있다. 대구=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
|
"감독님이 참으로 가슴아파 하셨습니다."
시즌초 연패에 늪에 빠진 한화 선수들이 단체 삭발을 단행했다. 팀이 부진에 빠질 경우 일부 선수들이 삭발로 각오를 다지는 일은 종종 있지만, 선수단 전체가 의기투합해 머리를 깎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11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 한화 선수들은 짧은 스포츠형 머리를 하고 구장에 나타났다. 이번에도 주장 김태균이 선수들의 의견을 모아 단체 삭발을 한 것이다.
김태균은 전날(10일) 삼성전서 패한 뒤 숙소로 돌아가 후배 선수들은 무조건 머리를 깎고, 선배들은 자율적으로 따라줬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선수들 모두 김태균의 의견에 찬성을 표시하며 단체 삭발이 결정됐다. 하지만 머리를 깎는 장소와 방법이 문제였다. 한밤 중 또는 새벽에 20여명의 선수들이 한꺼번에 머리를 깎을 수 있는 장소가 있을 리 없었다.
운영팀 직원이 머리깎는 기계(바리캉) 2개를 급히 구입했다. 선수들은 숙소 방안에서 2인 1조가 돼 서로의 머리를 밀어줬다고 한다. 새벽까지 삭발 작업이 진행됐다. 김태균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뭐 그냥 깎았아요"라며 태연해 하면서도 "서로 머리를 깎으며 동료애도 쌓고 좋았던 것 같다"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한화 선수들은 홈개막전이었던 지난 2일 대전 KIA전부터 스타킹을 유니폼 위로 치켜 신는 '농꾼 패션' 차림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다. 당시에도 김태균이 농꾼 패션을 제안했다. 연패 탈출을 위한 이번 '2차 조치'는 이후 8일만에 이뤄졌다. 물론 삭발은 강도가 훨신 센 의지 표현 방법이다.
이를 본 사령탑 김응용 감독의 심정은 어땠을까. 김 감독은 이날도 경기를 앞두고 덕아웃에 나타나지 않고, 실내 휴게실에 홀로 앉아 선수들의 훈련을 묵묵히 지켜봤다. 김성한 수석코치는 "오전에 식사하러 식당에 갔는데 선수들이 전부 머리를 밀고 나타났길래 깜짝 놀랐다. 감독님이 참으로 가슴아파 하셨다. 나도 그렇고 기분이 영 좋지 않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김 코치는 "예전에는 선배들이 명령하면 자주 머리를 밀곤 했는데,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지 않은가. 선수들의 마음을 감독님도 충분히 이해하고 계시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이날 삭발을 하지 않은 선수는 1군에 엔트리 26명 가운데 딱 3명이었다. 외국인 선수 이브랜드와 바티스타, 전날 1군에 오른 포수 최승환이었다. 사연이 있었다. 바티스타는 원래 짧은 머리이기 때문에 굳이 삭발을 할 필요가 없었다. 대신 대전으로 돌아가면 수염을 깎기로 했단다. 프로 14년차 최승환은 숙소에서 혼자 방을 쓰는 관계로 '삭발령'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날 선발 포수로 출전한 최승환은 "나도 아침에 선수들을 보고 알았다. 깜짝 놀랐다. 고참이라고 해서 안깎은 것이 아니다.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올해 한국 무대를 처음 밟은 이브랜드는 삭발은 하지 않았지만, 선수들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구=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