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감독 박한이를 폭탄 지목하더니 결국...

기사입력 2013-04-15 06:52


5일 오후 대구 시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삼성과 NC의 경기가 열렸다. 시합 전 삼성 류중일 감독이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구=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4.05.



세간에 '폭탄'이라는 은어가 있다.

보통 기피하고 싶은 대상을 일컬을 때 사용된다. 단체미팅같은 자리에 나갔다가 미팅 상대 가운데 파트너가 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일단 '폭탄'으로 낙점받는다.

이처럼 여럿 모인 가운데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이가 있으면 '폭탄'이란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이 난데없는 '폭탄론'을 들고 나왔다.

14일 목동구장에서 벌어진 넥센전을 앞두고서다. '폭탄론'이 등장한 것은 류 감독이 올시즌을 시작하기전 선수들 정신교육을 위해 명사 초청 강연을 들었던 사연을 얘기하면서였다.

당시 강연자로 초청된 명사는 서거원 대한양궁협회 전무이사(57)였다. 서 전무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의 단체전 금메달을 일궈내는 등 양궁계의 명장으로 통한다.

류 감독은 서 감독의 특강을 들으면서 몰랐던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단체전에서 3명의 선수가 출전하는데 2번째 주자로 나서는 선수가 이른바 '폭탄'이라는 것이다.

보통 1번 궁사가 가장 잘 쏘고, 그 다음이 3번 궁사인데 중간에 나서는 2번 궁사는 3명 중에서 기량이 가장 떨어진다는 것이다.


전술상 부담이 덜한 가운데 자리에 '폭탄'을 배치해야 진짜 폭탄이 되는 경우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한국은 활을 워낙 잘쏘니까 2번째 주자가 딱히 기량이 떨어진다고 할 수 없겠지만 그 중에 폭탄이란 사실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류 감독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야구로 옮겨지면서 '폭탄론'으로 발전했다. 그렇다면 야구 타선에서의 '폭탄'은 과연 몇 번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류 감독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6번(타자)이 아니겠냐. 6번은 상위타선도, 하위타선도 아닌데 득점권 찬스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말 그대로 폭탄을 제대로 터뜨릴지, 아니면 제거돼야 하듯이 건너뛰어야 할 폭탄이 될지 가슴졸이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류 감독의 설명이다.

삼성의 주전 6번은 박한이다. 박한이는 올시즌 2번과 6번을 오르내리며 출전하는데 6번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

류 감독은 "우리 팀의 경우를 보면 박한이가 폭탄이 맞는 것같다"고 했다.

그렇다고 류 감독은 박한이를 부정적인 의미의 '폭탄'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었다. 무리에서 뒤떨어져 제거하고 싶은 대상이 아니라 한번씩 터져주는 긍정적인 의미의 '폭탄'인 것이다.

류 감독은 "요즘 현대야구에서는 6번 타자가 타점과 득점을 많이 해주면 그 팀은 안정된 전력이 된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박한이는 13일 현재 9경기에서 10득점으로 팀내 1위이고, 타점에서는 팀내 공동 4위(5타점)이었다.

류 감독이 생각하는 야구의 '폭탄'은 양궁에서와 달리 필요할 때 터뜨려주는 효자였다.

결국 류 감독은 이날 족집게 도사가 됐다. 이날 넥센전에서 폭탄으로 지목한 6번 자리에 박한이를 선발 출전시켰다.

박한이는 '폭탄'의 두 가지 얼굴을 제대로 보여줬다. 2회초 무사 2,3루의 첫 득점 찬스를 맞았을 때 첫 타석에 들어선 박한이는 헛스윙 삼진으로 고개를 숙였다. 4회초 선두타자로 나와서도 땅볼로 물러난 박한이는 결정적일 때 폭탄을 터뜨렸다.

2-3으로 뒤진 5회초 1사 만루에서 등장하더니 3루쪽 선상을 타고 빠지는 적시타를 뽑아내며 역전 결승점을 올린 것이다.

이 덕분에 박한이는 타점을 7개로 끌어올리며 팀내 공동 3위가 됐다.

류 감독이 "6번 타자가 제격이지만 테이블세터 역할도 잘해서 쓰임새가 많다"고 칭찬한 박한이는 진정한 '폭탄'이었다.
목동=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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