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사태 경기에도 볍칙이 있다?

기사입력 2013-05-01 06:00


4월 3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KIA의 경기가 올시즌 첫 주중 만원 경기로 열렸다. 5회를 마치고 갑자기 경기장이 정전이 됐다. 팬들의 휴대폰 불빛으로 장관을 이룬 잠실 야구장.
잠실=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4.30



'정전! 또 두산? 일단 리드하고 봐야 한다.'

지난 30일 두산-KIA전이 벌어진 잠실구장에서 정전사태가 일어났다.

KIA가 5-3으로 앞선 채 5회말이 끝나고 클리닝타임을 이용해 관중석 이벤트가 펼쳐질 때 잠실구장 조명탑이 갑자기 눈을 감은 것이다.

이 때 타 구장에서 TV 중계를 지켜보던 구단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탄식을 쏟아냈다. "또 두산이네."

공교롭게도 그동안 프로야구 정전사태를 겪은 경기에서 두산이 빠진 적이 거의 없었다.

역대 국내 프로야구 역사에서 정전으로 인해 경기가 중단되거나 지연된 경우는 총 8차례인 것으로 알려졌다.

1984년 7월15일 MBC-롯데전, 1989년 6월 18일 해태-OB전, 1999년 10월 6일 쌍방울-LG전, 2011년 4월 16일 두산-삼성전, 9월 15일 넥센-두산전, 2012년 6월 14일 넥센-KIA전, 2013년 4월 4일 두산-SK전, 4월 30일 두산-KIA전이 여기에 해당한다.

유독 두산이 전신인 OB를 포함하면 총 5차례에 걸쳐 정전사태를 겪은 것이다. 2000년대 들어서는 단 1경기를 제외하고 두산이 항상 정전 현장을 지키고 있었다.


이쯤되면 '두산은 정전사태의 단골손님'이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프로야구 정전사태의 징크스에는 두산만 있는 게 아니었다.

숨은 법칙도 있다. '정전=불패'의 법칙이다. 리드를 하던 팀이 정전사태를 맞은 이후 경기를 속개하더라도 패하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1999년 쌍방울-LG전 이후 12년 만에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됐던 2011년 4월 두산-삼성전부터가 그렇다. 당시 대구구장에서 열린 경기는 두산이 3-2로 앞선 8회초 1사에서 타석에 선 정수빈이 절묘한 기습번트를 대고 1루로 달려가던 중 정전이 됐다. 결국 서스펜디드 게임이 선언된 뒤 이튿날 계속된 경기에서 두산은 3대2 스코어를 끝까지 지켰다.

같은 해 9월 15일 넥센-두산전에서도 넥센이 1회말 1-0으로 선취점을 잡고 공격을 이어가던 중 정전으로 인해 1시간 가량 중단사태를 겪은 뒤 계속된 경기에서 결국 7대3으로 승리했다.

지난해 6월 14일 넥센-KIA전의 경우도 KIA가 7-2로 앞선 7회말 정전사태를 맞았다가 9대6 승리의 결과를 얻어냈다.

이번에 발생한 두산-KIA전에서도 KIA가 결국 5대3 승리를 지켜내며 단독선두로 올라섰다.

그나마 살짝 예외라면 지난달 4일 두산-SK전이다. 1-1로 균형을 이루던 6회초 SK의 공격때 정전이 됐는데 결과는 SK의 7대5 승리였다. 그래도 SK는 당시 0-1로 기선을 빼앗겼다가 5회 동점을 만든 뒤 바짝 기세를 올릴 타이밍이었다.

결국 정전사태가 선수들의 심리와 경기감각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으레 갑작스런 정전사태라는 것은 관중은 물론 선수들의 김을 빼기 마련이다.

하지만 리드로 인해 여유를 찾았거나 추격의 기세를 올린 상황이라면 정전사태를 맞더라도 열세에 몰린 팀에 비해 충격이 덜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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