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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겹고 풍성해야 할 프로야구 빅매치가 어처구니없는 '정전사태'로 인해 김이 빠지고 말았다. 한국 프로야구의 열악한 인프라가 또 다시 도마에 오른 부끄러운 일이다.
이날 경기는 내용도 흥미진진했다. 원정팀 KIA가 초반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5점을 먼저 냈다. 공동 1위인 홈팀 두산 역시 곧바로 카운터 펀치를 날리며 반격에 나섰다. 0-5로 뒤지던 3회말 박건우와 홍성흔의 적시타로 2점을 추격했고, 4회말에도 무사 1루에서 양의지의 좌중간 적시 2루타가 터지며 3-5까지 따라붙었다. 승패의 향방을 짐작키 힘든 접전 양상으로 잠실구장을 용광로처럼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무려 23분이나 지나가 버렸다. 공식적으로는 오후 8시29분에 정전이 돼 31분에 전원이 복구됐지만, 외야 조명탑이 다시 예열되는 데 21분이 걸리면서 오후 8시52분까지 총 23분간 경기가 중단됐다. 달아올랐던 관중석의 열기나 한창 타올랐던 두산과 KIA 선수들의 집중력이 차갑게 식어버리는 데는 차고도 넘치는 시간이다.
잠실구장에서는 지난 4일 두산-SK전 때도 정전사태가 일어났다. 이때도 5회말이 끝난 뒤 클리닝타임 때 잠실 일대에 순간 정전이 발생해 20분간 경기가 중단됐다. 당시 정전 사태의 책임은 한전에 있었다. 잠실구장을 포함한 주변 일대의 순간 전력공급 이상으로 정전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날 정전사태의 원인은 사고 다음날인 5월 1일 오전에야 정확히 파악된다고 한다. 두산 관계자는 "잠실야구장 단지에 전력을 공급하는 수전반의 이상으로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보통 수전반 장치에 3상으로 2만2900볼트의 전력이 들어오는데, 전력 공급이 고르지 않을 경우 수전반이 자동으로 차단된다. 또 전력 공급이 고르더라도 수전반 자체가 오작동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둘 중 어느 것이 정확한 정전의 원인인지는 1일 오전에 파악된다"고 밝혔다.
만약 전력 공급이 고르지 않아 수전반이 차단됐다면 이는 지난 4일에 이어 또 다시 한전의 책임이 된다. 그러나 전력이 고르게 공급됐음에도 수전반이 오작동을 일으켰다면, 이는 잠실구장 관리를 맡은 서울시 체육시설관리공단의 잘못이다. 한전과 서울시 체육시설관리공단, 두 주체는 명확한 원인 규명을 1일 오전에 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두 주체 중 어느 쪽의 잘못이든 다시 한번 열악한 인프라 시설이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다. 또 향후 전국 어느 구장에서든 이와 유사한 일이 재발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따라서 30일 잠실구장의 정전사태에 대해 프로야구계도 수수방관할 수는 없다. 차제에 한국야구위원회(KBO) 차원에서 전국 구장의 전력 시설에 관한 재점검이 필요할 것 같다.
잠실=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