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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응원해서 이기면 선발 기회 준다."
워낙 성격이 무던하고 유머감각도 뛰어나 주위 사람들을 항상 즐겁게 만든다.
아니나 다를까. 박석민은 12일 류중일 감독과 유쾌한 입담대결을 벌였다.
그러던 중 자신의 선수생활 경험을 떠올리며 슬럼프에 빠졌을 때 선수들의 심정이 어떤지 설명했다.
"방망이가 잘 안맞고, 팀 성적까지 시원치 않으면 야구가 그렇게 재미없을 수가 없다. 꼭 그럴 때는 아프지 않던 곳도 슬슬 아프게 된다"는 게 류 감독의 설명이다.
문득 덕아웃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던 박석민이 류 감독의 시야 포착됐다. 류 감독은 이날 박석민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했다.
박석민이 왼쪽 가운데 손가락 통증이 있는데다, 최근 타격 컨디션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류 감독은 박석민을 가리키며 "아마 요즘에 야구가 재미없게 느껴지는 대표적인 케이스가 박석민일 것"이라며 껄껄 웃었다.
이 때 주변에서 의문이 제기됐다. "석민이 성격에 정말 그럴까요?" 류 감독은 어디 한 번 확인해보자며 자신있게 박석민을 불렀다.
씩씩하게 달려온 박석민은 "너는 요즘 야구가 재미없지?"라는 류 감독의 질문에 "아닙니다. 재미있습니다"라고 받아쳤다.
류 감독의 예상이 보기좋게 빗나갔다. 류 감독은 "오는 네가 왜 선발에서 빠졌는지 알고 있나?"라고 다시 물었다. 박석민의 명쾌한 대답. "야구를 못해서입니다."
"그런데도 야구가 재밌게 느껴진다는 말이가?"라고 류 감독이 다시 묻자 박석민은 특유의 너스레를 떨었다. "저는 못하지만 팀은 이기잖아요. 저는 항상 야구가 즐겁습니다.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데요."
박석민은 선발에서 제외됐는데도 전혀 기죽지 않았고, 특유의 긍정 마인드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날 아침 아내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았던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줄도 모르고 '내가 오늘 안타 2개는 칠테니 TV 중계 보면서 응원 열심히 하라'고 보냈다는 것. 이윽고 아내의 답변이 들어왔다. '으이구, 그래도 긍정적이라서 좋네.'
하지만 선발에서 제외됐으니 아내 앞에서 박석민의 체면이 적잖이 구겨지게 생겼다. 이 사실이 살짝 미안했을까. 류 감독은 박석민에게 내기를 걸었다.
"야구가 그렇게 재미있으면 오늘 벤치에 앉아서 파이팅 열심히 외치고 분위기라도 한 번 띄워봐라. 그래서 오늘도 이기면 다음주에 선발로 복귀시켜줄게. 대신 패하면 네 책임이다."
박석민은 한마디도 지지 않고 우렁차게 외쳤다. "진짜죠? 걱정마십시오. 오늘 제가 책임집니다."
류 감독은 또다시 한바탕 크게 웃었다.
포항=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