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고 최동원 전 한화 2군 감독 동상 건립 사업을 위해 1000만원을 기탁했다는 기사를 읽으며, 부산에 살고있는 고인의 모친 김정자 여사(79)는 눈물을 흘렸다. 김 여사는 "선수협이라는 말만 들어도 아직 가슴이 찡한데, 지금은 너무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최 전 감독은 현역 시절 프로야구 최초의 선수협 결성을 주도하다 소속팀 롯데의 눈밖에 나 1988년 겨울 삼성으로 트레이드됐다. 이 일 때문에 평생 야구를 해온 고향을 떠나야 했다.
"동상, 최동원 투수상 생각만 해도…."
2012년 8월 설립된 최동원기념사업회. 최동원 박물관 건립과 최동원 동상 세우기 등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김 여사는 "아무 대가 없이, 오직 아들을 위해 힘써주시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게 부산 사직구장 광장에 세워질 동상이다. 오는 9월14일, 최 전 감독의 2주기에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약 2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벌써 많은 금액이 모였다고 한다. 최동원기념사업회는 이 외에도 최동원 투수상 제정을 위해 힘쓰고 있다.
김 여사는 "내가 원한다고 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프로야구 선수 최초로 동상이 세워지고 아들의 이름을 딴 상이 제정된다고 생각하면 설렌다. 하늘에 있는 아들이 매우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는 "부산시민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지금 나오는 얘기들 조차도 없었을 것"이라며 "지금도 길을 지나가면 어떻게 나를 알아보고 응원을 해주신다. 그만큼 부산팬들이 우리 아들을 사랑해주셨던 것 같다. 너무 감사하다는 말밖에 드릴게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래서 김 여사는 매일같이 장애인, 어린이, 노인 복지시설에 들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부산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줄 유일한 방법이라는 게 김 여사의 설명이다.
"동원아, 롯데로 돌아오지 못했어도 괜찮다."
최 전 감독은 하늘로 떠나기 전에 현장 복귀 의지를 드러내며 "롯데 감독은 꼭 한 번…" 하고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부산에서 나고, 부산에서 자라며 롯데의 상징이 됐던 전설의 투수. 야구인생 마지막 목표는 부산땅에서 감독직을 해보는 것이었다.
김 여사는 최 전 감독이 생전에 '어머니, 조금만 더 고생하십쇼. 언젠가는 내려올겁니다'라는 말을 자주 했다며 "2009년 롯데 유니폼을 입고 사직구장에서 시구를 했다. 엄마가 보면 안다. 사직구장 마운드에 서는 게 얼마나 기쁜지 걸음걸이가 폴짝폴짝 뛰는 것 같더라. 마치 어린아이가 뛰어다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롯데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김 여사도 아들이 롯데 감독으로 돌아오지 못한 게 아쉽지만 지금은 아들과 함께라는 생각에 슬프지 않다고 했다. 김 여사는 "롯데가 아들의 등번호 11번을 영구결번 해주시지 않았나. 롯데가 우리 아들을 받아주신 것으로 생각한다. 고향에 아들과 함께 있다는 자체로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선동열, 이만수, 김시진 남같지 않아…."
아들을 돌보며 평생 지켜봐온 야구다. 김 여사는 지금도 야구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역시, 롯데 경기를 가장 자주 챙겨본다고 한다. 선수들의 플레이도 유심히 보지만, 김 여사의 눈길을 끄는건 아들과 함께 야구를 했던 선동열(KIA 감독) 이만수(SK 감독) 김시진(롯데 감독) 등 '아들같은' 감독들이 앉아있는 덕아웃이다.
김 여사는 "선수들이 공 하나에 얼마나 혼신의 힘을 담아 던지는지, 좋지 않은 결과에 얼마나 힘들어하는지 야구선수를 키운 부모는 다 안다"며 "TV를 보다 감독들이 고개를 푹 숙이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나는 마음이 어떤지 안다. 남 같지 않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스트레스를 안 받고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의 아파트 한켠에는 최 전 감독과 선동열 감독의 라이벌전을 소재로 만든 영화 '퍼펙트게임'의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영화는 보셨는가"라는 질문에 "당연히 봤다"는 답이 돌아왔다. 김 여사는 "영화를 보며 아들이 어린 시절 힘들게 운동하던 모습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