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랜드 첫승, 감독도 관중도 땀뺐다

기사입력 2013-05-26 20:20


사실상의 유일한 무승 용병 선발로 남아있던 한화 이브랜드가 26일 대전 삼성전서 8이닝 무실점의 호투를 펼치며 국내 무대 첫 승에 입맞춤했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4-8-5.'

한화 외국인 투수 이브랜드가 최근 3경기에서 기록한 실점이다. 지난 7일 창원 NC전, 15일 목동 넥센전, 21일 광주 KIA전 등 3경기에서 2패를 당했고, 평균자책점은 무려 11.20이나 됐다. 아무리 인내심 강한 한화라 하더라도 이런 부진이 계속된다면 퇴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

25일까지 9개팀 외국인 선발 가운데 승리를 기록하지 못한 투수는 두산 올슨과 이브랜드 둘 뿐이었다. 올슨은 허벅지 부상 때문에 40일 넘게 휴업상태다. 지난 4월12일 롯데전 이후 1군 마운드를 밟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승리가 없는 유일한 외국인 선발이 이브랜드라는 이야기다. 10경기에서 4패, 평균자책점 7.07. 하지만 한화 김응용 감독은 이브랜드의 부진이 계속됨에 불구, "날씨가 따뜻해지면 좋아질 것"이라며 신뢰를 보냈다. 선발진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즌을 치르고 있는 김 감독으로서는 뚜렷한 대안없이 이브랜드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런 이유로 이브랜드에게 26일 대전 삼성전은 아주 중요한 경기였다. 자신의 처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까. 삼성 타선을 상대로 8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빛나는 투구로 국내 무대 첫 승의 기쁨을 맛봤다. 올시즌 들어 가장 훌륭한 내용의 피칭이었다. 지난 겨울 한화와 계약할 당시 장점으로 꼽혔던 안정된 제구력이 호투의 원동력이 됐다. 상대가 팀타율(0.282) 2위의 막강 삼성이라는 점에서 이날 승리는 의미가 깊었다.

안타는 5개를 허용했고, 볼넷과 사구는 각각 1개 밖에 내주지 않았다. 특히 최근 타격감이 가파른 상승세를 탄 이승엽을 삼진 2개를 포함해 3차례 모두 제압한 것이 돋보였다. 1회 선두 배영섭에게 우전안타를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한 이브랜드는 조동찬을 삼진 처리한 뒤 이승엽을 140㎞짜리 낮은 직구로 2루수 병살타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이날 최대 위기는 2회였다. 선두 최형우와 박석민에게 연속안타를 맞고 1,2루를 맞았다. 하지만 강봉규와 정형식을 연속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숨을 고른 이브랜드는 이지영에게 1루쪽 내야안타를 맞고 만루에 몰린 후 김상수를 침착하게 유격수플라이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후 이브랜드는 7회 2사후 정형식에게 우전안타를 맞을 때까지 4⅔이닝 동안 단 한 개의 안타도 맞지 않았다. 140㎞대 중반의 직구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투심 등 다양한 구종으로 삼성 타선을 요리했다. 이날은 승부욕도 발군이었다. 8회 2사후 배영섭을 볼넷으로 내보낸 직후 송진우 투수코치 마운드로 올라가자 "이닝을 책임지겠다"는 의사를 전한 뒤 대타 진갑용을 범타처리했다. 그가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순간 관중석에서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휴일을 맞아 대전구장을 찾은 8300명의 홈팬들은 이브랜드의 호투를 모처럼 기분좋게 즐겼다. 올시즌 최다인 8이닝, 최다투구수인 124개를 기록한 이브랜드는 삼진도 7개를 잡아내며 지난달 26일 인천 SK전에 이어 두 번째 무실점 경기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한화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브랜드의 첫 승을 지키기 위해 진땀을 빼야 했다. 3-0으로 앞선 9회초 마무리 송창식이 이승엽과 최형우에게 연속안타를 맞고 무사 1,2루의 위기에 몰렸다. 송창식은 박석민과 대타 우동균을 잇달아 삼진 처리했지만, 정형식에게 우전적시타를 맞고 1점을 내줬다. 2점차에 1,3루. 그러나 송창식은 이지영을 2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이브랜드의 승리를 힘겹게 지켜냈다.

이브랜드는 경기후 "오늘은 체인지업이 최고로 좋았다. 슬라이더도 최대한 스트라이크를 잡으려고 힘있게 낮게 던진 것이 주효했다"며 "오늘은 플레이트 왼쪽에서 던진 것이 제구력에 도움이 됐다. 첫 승이 참으로 기쁘다"며 소감을 밝혔다.
대전=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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