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흔 이호준, 그들에게 30대 후반이란

최종수정 2013-06-06 10:14

NC 이호준이 5일 창원 SK전에서 팀 창단 첫 만루포를 터뜨린 뒤 동료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창원=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내일 모레 마흔'이라는 말이 있다.

30대 후반의 나이에 철없는 언행을 하거나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타이르듯 이르는 표현이다. 소위 '나이값'을 하라는 뜻이다. 하지만 야구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기량이 떨어져 그라운드에서 나이값을 하기란 매우 힘들다. 특히 30대 후반, 출전 기회를 조금씩 잃어가는 세대들이다.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이 두렵고, '형뻘'되는 코치들의 눈치가 보인다.

그러나 관리만 잘하면 더욱 돋보일 수 있는 세대가 30대 후반이다. 이들의 장점은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어 활약상에 따라 마케팅 측면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시즌 두산 홍성흔(36)과 NC 이호준(37)이 성공한 30대 후반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홍성흔은 77년 2월, 이호준은 76년 2월생이다. 두 선수 모두 '빠른 ~년생'으로 동기나 친구들보다 한 살 적다. 한국 나이로 각각 서른여덟과 서른아홉들과 같은 또래다. 각각 90년대 중후반 입단해 지금의 프로야구에 자양분을 마련한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올해 두 선수는 닮은 꼴 행보를 하고 있다. 지난 겨울 FA 자격을 재취득해 팀을 옮겼다. 홍성흔은 4년간의 부산 생활을 마치고 친정으로 돌아왔다. 이호준은 해태를 거친 뒤 12년간 몸담았던 SK를 떠나 신생팀에 둥지를 틀었다. 팀분위기가 흐트러진 두산과 막내 구단 NC 모두 리더를 원했다. 선수단 만장일치 의견으로 주장 완장을 찼다. 또 두 팀은 중심타자가 필요했다. 홍성흔과 이호준은 지금 팀내 4번타자를 맡고 있다.


두산 홍성흔이 4일 잠실 LG전서 솔로홈런을 때린 뒤 후배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홍성흔과 이호준은 대표적인 미디어 친화적 선수들로 기자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무척 많다. 항상 밝은 표정이며 재치있는 농담으로 주위 사람들을 웃게 만든다. 여기에 후배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언변과 진지함도 갖췄다. 두산의 경우 홍성흔이 돌아오면서 '절간' 같던 잠실구장 라커룸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고 한다. 이호준은 선수단 대부분을 차지하는 20대 초중반의 어린 후배들과 허물없이 지내며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 타고난 리더십이다.

이들이 선수단을 장악할 수 있었던 힘은 이 뿐만이 아니다. 활약상이 말해준다. FA 모범생이라는 말을 쓴다. 5일 현재 홍성흔은 48경기에서 타율 3할2리에 6홈런, 37타점을 기록했다. 이호준은 타율 2할7푼4리, 9홈런, 47타점을 올렸다. 두 선수 모두 팀내 홈런, 타점 1위다. 특히 이호준은 이날 창원 SK전에서 구단 창단 첫 만루홈런을 터뜨리는 등 7타점을 추가, 이 부문 선두로 나섰다. 지난달 후반 주춤했던 홍성흔은 이날 잠실 LG전까지 최근 6경기 연속 안타를 치는 동안 2홈런, 3타점을 터뜨리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두산은 지난달 9승15패의 부진을 보이며 선두 경쟁에서 멀어졌다. 홍성흔이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홍성흔은 선수들을 모아놓고 "이럴 때일수록 책임감을 갖고 더 노력하자.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파이팅을 외쳤다. 요즘 두산 타자들은 경기후 특타를 자청하며 방망이를 휘두른다. 홍성흔이 앞장 선 셈이다.


4월 연패를 거듭했던 NC는 지난달부터 안정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5월 이후 27경기에서 14승12패로 선전했다. 같은 기간 9개팀중 4위의 성적이다. 그 중심에 이호준이 있다. 5월 이후 타율 3할2리, 5홈런, 26타점을 몰아쳤다. 김경문 감독은 최근 "이호준이 덕아웃에서 리더십을 잘 발휘하고, 타석에서도 감독의 마음을 참 잘 이해해주고 있다. 타율은 높지 않아도 타점이 많다. 주자가 있으면 외야플라이든 땅볼이든 때려서 득점할 수 있게 한다"고 밝혔다. 이호준에 대한 신뢰와 감사의 의미다.

홍성흔은 두산과 4년, 이호준은 NC와 3년 계약을 했다. 둘 다 계약 기간 내 나이 마흔에 도달한다. 물론 나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30대 후반 이들의 활약은 후배들에게 가르치는 바가 크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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