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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직구다. 직구가 살아야만 부활할 수 있다.
김종호의 희생번트로 이어진 1사 2,3루. 윤석민은 박정준을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나성범의 1루수 앞 땅볼 때 1루수의 송구를 윤석민이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면서 실책으로 동점을 허용했다. 윤석민은 이호준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역전을 허용하진 않았다.
얼핏 보기엔 나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날 윤석민의 문제는 직구였다. 직구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변화구 위주의 피칭을 했다. 총 87개의 공 중 직구는 고작 35개. 40.2%에 불과한 수치다. 직구 최고구속은 147㎞(KIA 전력분석팀 기준)를 기록했다.
반면 자신 있는 슬라이더를 30개(34.5%)나 던졌다. 직구가 살았을 때, 변화구도 위력을 더하는 법이다. 하지만 윤석민은 직구가 먹히지 않자, 변화구 위주의 피칭으로 일관했다. NC 타자들의 방망이 중심을 비켜가는 데는 성공했지만, 또다시 이런 식으로 먹힌다는 보장은 없다.
선동열 감독은 항상 "투수는 첫번째로 직구 컨트롤이 되고, 직구에 힘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직구가 살지 않으면, 변화구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22일 광주 한화전에서 4⅓이닝 3실점(2자책)으로 무너졌을 때에도 "몸쪽으로 던지면 전부 볼이 되서 그런지 자꾸만 슬라이더를 던지더라. 타자들이 슬라이더를 한 번 본 뒤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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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민이 2실점했던 3회 투구내용을 살펴보자. 1회와 2회, 직구와 변화구 비율을 50대50 정도로 가져가던 윤석민은 갑자기 직구 비율을 높였다. 하위 타선임을 생각해서인지 힘으로 승부하겠단 심산이었다. 그동안 좋지 않았던 직구를 테스트하겠단 생각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의도와는 정반대로 갔다. 스트라이크존을 완전히 벗어나거나 한복판으로 몰린 직구는 비록 하위타선이지만, NC 타자들에겐 좋은 먹잇감이었다.
슬라이더로 위기 돌파, 하지만 변화구가 직구보다 많으면 안돼
코너에 몰린 윤석민은 결국 결정구인 슬라이더를 꺼내들었다. 이날 최고 140㎞를 기록한 슬라이더는 꺾이는 각이나 구속 모두 훌륭했다. 윤석민은 3회 1사 2,3루 위기에서 슬라이더로 박정준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실책으로 동점을 내준 뒤 이호준에겐 커브를 던져 중견수 뜬공을 유도했다.
이후 다시 만난 7~9번 타자들 모두 슬라이더로 잡아냈다. 지석훈을 우익수 뜬공, 노진혁을 삼진, 김태군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낸 공 모두 슬라이더였다. 자신 있는 공으로 승부하는 건 좋았지만, 앞선 타석과 달리 직구의 비율이 뚝 떨어졌다.
3회 총 19개의 공 중 직구는 11개였다. 하지만 4회엔 15개 중 4개, 5회엔 17개 중 4개에 그쳤다. 아예 직구보다 슬라이더를 2배 가까이 많이 던졌다.
이런 현상은 투수에겐 분명 좋지 않다. 변화구는 직구가 힘을 발휘해야 위력을 갖게 된다. 계속 변화구만 던지게 되면, '결정구'의 의미가 사라진다.
윤석민이 선발등판한 이날은 어김없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광주구장을 찾았다. 류현진의 소속팀 LA다저스와 시애틀의 스카우트가 윤석민의 투구를 면밀히 관찰했다. 올시즌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 윤석민이 해외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일단 직구가 사는 게 선결과제인 것 같다.
광주=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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