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연고지명 이수민 선택한 진짜 이유?

기사입력 2013-07-02 06:17


22일 오후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고고야구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운 상원고등학교 투수 이수민에 대한 특별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수민은
지난 4월 7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2013 고교야구 주말리그 동일권(경상B권역) 대구고와의 경기에서 10이닝 동안 탈삼진 26개를 기록하면서 팀의 2대1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이수민이 기록한 10이닝 26탈삼진은 한국고교야구 한 경기 최고 기록이며, 정규 9이닝 동안 달성한 24탈삼진 역시 최다 기록이다. 시상식에서 대한야구협회 이병석 회장이 이수민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4.22.



"좌완, 장래를 생각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최근 연고지 신인 우선지명(1일)을 앞두고 "3명의 후보를 놓고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후보 3명은 투수인 이수민(18·상원고), 박세웅(18·경북고)과 포수 김민수(22·영남대)였다.

막상 지난 1일 뚜껑을 열어보자 삼성이 선택한 이는 이수민이었다. 어느 정도 예측된 결과였다. 이수민은 고교 최고의 투수로 거론돼왔다.

지난해 서울에서 개최된 제25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뛰어난 기량을 과시하며 '대어급' 반열에 끼어들었다.

지난 4월 7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교교야구 주말리그 대구고전에서 10이닝 동안 고교야구 역대 최다기록인 삼진 26개를 잡아내며 주목도가 더 커졌다.

하지만 이수민은 10구단 KT가 지난달 행사한 신인 1차지명에서 좌완 심재민(19·개성고)과 우완 유희운(18·천안북일고)에게 밀렸다.

당시 KT가 주변에서 이수민이 우선 선택될 것으로 예상했던 것에 대해 내린 평가는 이수민의 체격조건이 다소 미흡했다는 것이었다.


이수민은 키 1m77에 몸무게 80kg으로, 투수치고는 요즘 선호대상에서 외소한 편이었다. 이후 야구팬들은 'KT가 이수민을 포기해준 덕분에 삼성이 웃을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3명의 후보 가운데 이수민과 박세웅으로 압축해 놓고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그동안 스카우트팀으로부터 이수민-박세웅에 대한 분석자료를 보고받고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일단 체격으로 보면 박세웅이 키 1m82로 이수민보다 나은 편이다. 보고서에 정리된 분석자료에 따라 냉정하게 평가하면 체격과 기량 등의 면에서 이수민과 박세웅은 '도 긴 개 긴'이었다.

오죽했으면 류 감독은 우선지명이 끝난 1일 밤 "사실 이수민과 박세웅은 50대50이었다. 두 선수 모두 잡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면서 "박세웅을 잡지 못한 게 아깝다는 생각도 있는 게 사일이다"고 말했을까.

이처럼 류 감독이 고민을 거듭한 끝에 이수민으로 낙점한 것은 왼손이라는 특수성과 삼성의 장래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삼성이 이수민을 선택하자 일각에서는 즉시 전력감을 선택한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내놨다. 그러나 삼성의 전력으로 볼 때 이수민같은 신인이 입단한다고 해서 당장 즉시 전력감으로 성장하기는 현실적으로 무리다.

류 감독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류 감독은 "이수민을 선택한 게 '성공이냐, 실패냐' 하는 평가는 짧으면 1∼2년, 길면 4∼5년 뒤에 판단한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류 감독이 이수민을 선택한 진짜 우선 이유는 '왼손'이었다. 류 감독은 "박세웅이 우완인 반면 이수민은 좌완이다. 야구의 특성상 좌완 투수의 희소 가치가 월등하게 높은 게 사실이다"면서 "국내야구 투수 자원의 여건상 이수민이 좌완이라는 것 때문에 박세웅보다 유리한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류 감독은 삼성의 장래도 조합했다. 둘 다 좌완인 차우찬과 권 혁의 대체자원을 일찌감치 염두에 둔 포석이다.

삼성에서 선발-불펜자원으로 요긴하게 활약하고 있는 차우찬은 군복무를 거쳐야 한다. 올해 아니면 늦어도 내년 시즌 이후에는 군입대를 해야 한다. 차우찬과 함께 삼성 불펜 좌완의 한축으로 뛰고 있는 권 혁 역시 자유계약선수(FA)를 앞두고 있다. 삼성 구단으로서는 FA 자격을 얻게 되는 권 혁이 어떻게 될지 아직 장담할 수가 없는 게 사실이다.

결국 2명의 핵심 좌완 투수가 삼성에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

류 감독이 연고지명 이전부터 강조했던 '장래성'이란 말의 숨은 의미가 여기에 담겨 있었던 것이다.

결국 삼성은 이수민 지명을 통해 투수 시장에서 건지기 힘든 '좌완'의 희소성과 '장래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류 감독은 "이수민이 몇 년 뒤 평가를 받을 때 '박세웅 대신 선택하기를 잘했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성장하길 바라고, 그렇게 키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류 감독이 이수민과 박세웅을 50대50으로 똑같은 점수를 준 것은 이수민이 고교 시절 명성에 자만하지 말라는 첫 메시지이기도 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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