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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잠실에서 꼭 하고 싶었는데…"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경기 시작 약 45분 전인 오후 5시 15분경. 갑자기 하늘에서 세차게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냥 비가 아니었다. 마치 하늘이 뚫린 것처럼 많은 양의 비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금세 내야 그라운드에 물이 고였다. 정말 갑작스러운 비였다. 덕수고 선수들은 당연히 경기를 치를줄 알고 경기장까지 타고 온 대절 버스를 돌려보내 한참이나 경기장 앞에서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지 15분 후인 오후 5시 30분. 주최측은 결국 경기 취소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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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남 역시 이번 청룡기 예선 1경기를 잠실에서 치렀다. 하지만 결승전은 다르다. 고교 선수들이 쉽게 치를 수 없는 야간경기로 개최된다. 양교 응원단도 가득찬다. 고교선수로 뛰며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추억이다. 그는 "예선전을 치러봤다 해도 꼭 잠실구장에서 결승 경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야탑고 역시 마찬가지였다. 송영관 야탑고 코치가 "잠실구장에서 경기를 치르면 선수들의 긴장도가 더욱 높아질 수 있기에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하기 힘들다"는 조심스러운 견해를 밝히는 와중에 덕아웃을 나가던 한 선수가 "아, 잠실에서 꼭 뛰고 싶었는데"라는 말을 남겼다. 그런 제자의 모습에 송 코치 역시 착잡한 반응을 보였다.
고교 선수들의 플레이를 매일 같이 지켜보기에 자식같은 마음이 들어 프로팀 스카우트도 아쉽긴 마찬가지였다.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조성우 롯데 스카우트 팀장은 쏟아지는 비를 보며 "프로 입단은 바늘 구멍을 통과하기다. 프로 유니폼을 입는다 해도 1군에 올라오지 못하면 끝이다. 잠실에서 한 경기도 해보지 못하고 은퇴하는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오늘 경기가 꼭 열렸으면 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더욱 안타까웠던 것은 15분 만에 비가 그치고 하늘이 맑게 개었다는 점이다. 순진한 고교 선수들은 "다시 경기를 할 수 있겠다"며 밝은 표정을 보였다. 하지만 이미 취소결정이 내려진 후였다. 양교 코칭스태프와 관계자들은 "취소 결정은 번복되지 않는다"며 선수들의 짐을 챙기게 했다. 성급한 취소라고 지적할 수도 있겠지만 주최측 역시 어쩔 수 없었다. 너무 많은 비가 한꺼번에 쏟아져 경기장을 정리하는데만 최소 2시간이 필요하다는 구장 관리팀의 의견을 반영했다. 인조잔디 구장이라면 모르겠지만 천연잔디 구장에서는 정상적으로 경기를 치를 수 없는 상황이었다. 프로야구 경기가 없는 날 모처럼 2개의 방송사의 중계가 예정돼있었다. 주최측이라고 경기를 쉽게 취소하고 싶었을까.
목동구장 역시 프로경기가 열리는 좋은 구장이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에게 '잠실구장 결승전'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더욱 소중한 의미였는지 모르겠다. 야탑고의 한 선수는 "내일 낮경기를 하면 될텐데"라고 말했다. 덕수고의 한 선수는 "그냥 내일 홈 경기장에서 경기한다고 생각하자"며 동료들을 다독이기도 했다. 15분의 비가 고교선수들의 꿈을 앗아가고 말았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