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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네스북에 등재된 가장 빠른 공을 던진 투수는 놀란 라이언이다. 그는 1974년 메이저리그 최초로 100마일짜리 공을 던진 것으로 공식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02년 텍사스 레인저스의 홈개막전 행사에 참가한 라이언. 스포츠조선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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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숫자로 나타나는 크기와 무게, 속도에 감탄한다. 기네스북이 종종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숫자가 주는 경이로움 때문이다. 세계 최고층 건축물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부르즈칼리파(828m)는 하늘을 찌를듯 까마득하게 솟은 위용이 놀랍기만 하다.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는 2009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100m를 9초58에 뛰는 믿기 힘든 속도를 자랑했다. 속도는 역동성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또다른 즐거움을 준다. 야구에서 강속구 투수가 매력적인 것은 바로 속도의 짜릿함 때문이다.
투수에게 100마일(160.9㎞)은 꿈의 속도로 여겨진다. 100마일짜리 직구를 광속구로 부르는 것은 빛의 속도(30만㎞/초)처럼 '매우 빠르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함이다. 기네스북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최초로 100마일짜리 공을 던진 투수는 놀란 라이언이다. 라이언은 캘리포니아 에인절스 시절인 1974년 8월21일 디트로이트전에서 100.9마일(162.4㎞)짜리 공을 던졌다. 기네스북은 라이언의 이 기록을 지금까지도 가장 빠른 공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 이후에도 100마일이 넘는 공을 던진 투수들이 숱하게 나왔지만, 시대와 장소, 스피드건 성능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이유로 기네스북은 100마일을 최초로 기록한 라이언을 '투수 강속구 부문' 최고의 기록 보유자로 인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저리그 전광판 표시 기준으로 지금까지 가장 빠른 공을 던진 투수는 신시내티의 마무리 아롤디스 채프먼이다. 그는 지난 2011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106마일(170.6㎞)의 무시무시한 강속구를 던진 적이 있다. 채프먼은 지금도 100마일 이상의 공을 종종 뿌린다. 채프먼 이전에는 디트로이트에서 활약했던 조엘 주마야가 최고의 강속구 투수였다. 주마야는 2007년 104마일(167.4㎞)의 공을 뿌린 적이 있다. 하지만 주마야는 잇다른 팔꿈치 수술로 인해 2010년을 끝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사라졌다.
현역 선수들 중에는 채프먼 이외에도 LA 다저스의 호세 도밍게스, 세인트루이스의 카를로스 마르티네스, 디트로이트의 브루스 론돈, 피츠버그의 게릿 콜, 휴스턴의 자렛 코사트 등 20대 젊은 투수들이 '100마일의 사나이'로 불리고 있다.
100마일 이상의 공을 던지는 투수는 대부분 보직이 불펜이다. 특히 마무리 투수들이 100마일 이상의 강속구를 지니고 있다. 90년 애틀랜타의 마무리였던 마크 월러스, 휴스턴의 빌리 와그너가 대표적인 강속구 마무리였다. 2000년대 들어서는 기예르모 모타, 에릭 가니에, 아만도 베니테스, 카일 파스워스 등이 100마일 이상의 공을 던졌고,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보비 젠크스는 104마일의 공을 뿌린 적이 있다.
선발투수중 100마일의 강속구를 과시하며 가장 사랑받은 선수는 누가 뭐래도 랜디 존슨이다. 존슨은 41세였던 2004년 7월10일 SBC파크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전에서 102마일(164.1㎞)의 '광속구'를 던져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마운드 근처로 날아든 새가 그의 강속구에 맞고 폭발하며 '사라진' 사건은 아주 유명하다. 존슨 말고도 로저 클레멘스, 바톨로 콜론, C.C 사바시아, 케리 우드, 리치 하든 등이 100마일의 공을 던졌던 선발들이다. 박찬호도 다저스 시절인 1996년 5월29일 쿠어스필드에서 열린 콜로라도전에서 100마일짜리 공을 던진 적이 있다.
스피드건이 없던 시절 빠른 공을 뿌렸던 투수로는 누가 있었을까. 메이저리그 초창기에는 월터 존슨이 강속구 투수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존슨의 별명은 '빅 트레인'이었는데, 그가 던진 공에서 기차가 옆을 지나갈 때 나는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그의 공이 엄청나게 빨랐다는 것인데, 100마일 안팎의 속도는 됐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는 1907~1927년 워싱턴 세네터스에서 통산 417승, 3509개의 탈삼진을 기록했다.
1940년대를 풍미했던 밥 펠러도 강속구 투수로 명성을 높였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18시즌을 활약한 펠러는 전성기였던 40년대 후반 104마일짜리 직구를 던졌다는 추측도 있다. 야구에서 스피드건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들어서다. 확인할 길은 없지만, 1960년대 마이너리거였던 스티브 댈코스키라는 투수가 110마일(177㎞)짜리 공을 던졌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온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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