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20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LG 이동현이 7회 2사 후 마운드에 올라 공을 뿌리고 있다. 목동=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8.20/
남들은 '일일천하'라고 얘기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LG 선수단은 차분하다. 18년 만의 후반기 정규시즌 1위. 21일 목동 넥센전에서 역전패하며 딱 하루 만에 다시 삼성에게 1위 자리를 내줬지만 김기태 감독을 비롯해 선수들은 "우리는 다른 팀을 신경쓰지 않는다. 우리 갈 길만 가면 된다"며 '마이웨이'를 외치고 있다.
마음가짐은 좋다. 순위에 연연하는 순간 팀 플레이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마음가짐 만으로는 안된다.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괜히 잘나가는 팀의 꼬두리를 잡자는 게 아니다. 시즌 중반부터 제기됐던 LG 불펜의 과부하 문제. 그 때까지만 해도 "별 문제 아니다"라며 잘 넘겨왔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는 수면 위로 완전히 드러난 모습이다.
21일 넥센전은 LG에 뼈아픈 패배였다. 단순히 삼성에 1위 자리를 넘겨줘서가 아니다. 신흥 라이벌 넥센에게 패해서도 아니다. LG가 올시즌 풀어내야 할 마지막 숙제를 받아든 경기였는데, 그 숙제가 너무나도 어렵다. 그래서 뼈아프다.
결국 그동안 잘 버텨주던 불펜진이 힘에 부치는 모습이다. 4-2로 앞서던 8회, 김선규가 상대 김민성에게 역전 스리런 홈런을 허용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홈런 허용 후 이어진 어이없는 폭투 등으로 쐐기점을 내준게 치명타가 됐다. 투수가 경기를 하다보면 홈런을 맞을 수도 있고, 폭투를 할 수도 있다. 문제는 그 긴박한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구위가 떨어지고 경험이 부족한 김선규를 등판시킬 수밖에 없었던 LG의 현실이다.
결국, 필승조로 기대를 모았던 정현욱과 유원상의 부재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최근 LG 불펜은 이동현이 혼자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베테랑 좌완 류택현과 이상열 역시 투혼을 발휘하고 있지만 냉정히 말하면 원포인트로의 활약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결정적인 순간, 항상 마운드에 오르는 건 이동현이었다.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20일 넥센전에서도 8회 등판해 안타 2개를 내주며 1실점하고, 위기 속에 봉중근에게 마운드를 넘긴 이동현이었다. 다행히 당시 경기는 봉중근의 호투와 김용의의 호수비로 승리할 수 있었다.
문제는 뚝 떨어진 이동현의 구위였다. 21일 경기에서 역시 7회 2사 1, 2루 상황에서 불을 끄기 위해 등판했다. 이택근을 상대로 던진 직구가 한가운데 높은 쪽으로 몰렸다. 스피드도 140km 초반대에 그쳤다. 평소보다 4~5km는 떨어진 스피드. 다행히 이택근의 타구가 중앙 펜스 바로 앞에서 잡혔지만 결국 8회 박병호에게 볼넷을 내주고, 강정호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마운드를 내려가고 말았다. 떨어진 구위 탓에 예견된 참사였다. 이동현은 지난 13일 삼성전을 시작으로 21일 넥센전까지 9일 동안 6경기에 등판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아무리 정신력이 좋은 선수라지만 무더운 여름 버텨내기 힘든 스케줄이었다.
한 팀이 정상적으로 시즌을 치르기 위해서는 필승 셋업맨이 최소 2명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사실 LG 불펜이 시즌 전 강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이동현의 이름은 언급도 잘 되지 않았다. 지난해 좋은 활약을 보여준 유원상과 FA로 LG 유니폼을 입은 정현욱의 존재감이 훨씬 컸다. 하지만 두 사람은 사실상 개점 휴업 중이다. 유원상은 부상 후 컨디션 난조로 2군에 간지 오래고, 정현욱은 최근 승리조에서 완전히 빠진 모습이다. 그렇다고 박빙의 상황에서 경험이 부족한 임정우, 김선규, 임찬규 등을 투입하기도 힘드니 결국 찾게 되는 선수가 이동현 뿐이다.
22일 SK전을 치르면 정규시즌 100경기다. 그래도 아직 28경기가 남았다. 때문에 코칭스태프도 앞으로의 불펜 운용에 대해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다른 방법은 없다. 이동현에게 충분한 휴식을 줘야 한다. 그리고 기존 선수들을 믿든, 아니면 2군에서 새로운 선수를 올려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동현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렇게 박빙의 승부가 이어지면 마무리 봉중근의 투입시기도 점점 앞당겨진다. 봉중근 역시 전반기 막판 연투에 이은 후유증이 나타났었다. 다행히 최근 구위를 다시 회복한 느낌이지만 또다시 소화해야하는 이닝수가 늘어난다면 중요한 시즌 막판, 그리고 포스트시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