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안타 20년 롱런 비결, '이치로 스타일'에 있다

기사입력 2013-08-22 10:32


나이 40세의 스즈키 이치로가 미-일 통산 4000안타 대기록을 달성하지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양키스 동료 선수들이 축하를 하기 위해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왔다. 상대팀 선수도 박수를 쳤다. 그리고 이치로는 헬멧을 벗어 관중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의 롱런 비결은 뭘까. 전문가들은 그만의 스타이을 완성하고 꾸준히 유지한 게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09년 제2회 WBC 결승전에서 연장 10회 결승타를 때리고 도루로 3루에 도달한 뒤 임창용의 투구를 지켜보고 있는 이치로스포츠조선DB

메이저리그 전문가들은 스즈키 이치로(40·뉴욕 양키스)의 타격을 '이치로 스타일'이라고 부른다. 이치로는 전형적인 타격 자세와는 좀 거리가 있다. 대개의 강타자들은 투수가 던진 공을 최대한 길게 보고 마치 포수 글러브에 들어가는 공을 꺼집어내서 치는 것 처럼 타격한다. 최대한 자기 몸에 붙여서 친다고 볼 수 있다.

이치로는 다르다. 그는 타격시 몸의 무게 중심을 보통 타자보다 앞쪽에 둘 때가 많다. 몸의 밸런스 유지가 힘든 자세에서 투수가 던진 공을 맞힐 때가 종종 있다. 또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공을 자주 건드린다. 매우 적극적인 타격을 한다.

그런데 이런 이치로 스타일은 하루 이틀 만에 완성된 게 아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자신의 체형(키 1m80, 체중 78㎏)에 맞는 타격폼과 스윙 궤도를 찾아 익혔다.

이치로는 동서양을 대표하는 '안타 제조기'로 성장했고 세계 야구 역사의 길이 남을 의미있는 한 줄을 썼다. 미-일 통산 4000안타 대기록을 세웠다. 일본인 타자가 양리그를 합쳐 4000안타를 친 건 처음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4000안타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두 명 뿐이다. 피트 로즈(4256개)와 타이 콥(4191개). 로즈는 1963년부터 1986년까지 신시내티와 필라델피아에서 뛰었다. 콥은 1905년부터 1928년까지 디트로이트에서 활약했다.

이치로는 22일(한국시각) 미국 양키스타디움에서 벌어진 토론토와의 홈경기에서 대기록을 수립했다. 우익수 2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그는 1회말 첫 타석에서 토론토 선발 너클볼러 RA 디키로부터 좌전 안타를 뽑았다.

클래식한 이치로 스타일로 안타를 만들었다. 디키가 던진 너클볼은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낮은 곳을 향해 날아왔다. 이치로는 오른발을 들어 내려놓으면서 방망이로 밀어쳤다. 어김없이 타구는 3루와 유격수 사이를 통과했다. 이게 이치로가 안타를 생산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다.

이치로가 대기록을 달성하자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같은 일본 출신 우완 선발 구로다 히로키(양키스)를 비롯한 양키스 선수들은 이치로가 안타를 치고 1루 베이스를 밟자 덕아웃에서 뛰쳐 나왔다. 1루 베이스로 가 타격 천재에게 축하의 인사를 했다. 손을 잡고 포옹도 했다. 조 지라디 양키스 감독까지 나와 이치로의 머리를 만지며 축하했다.

양키스 스타디움을 찾은 관중들도 기립해 박수를 치면서 이치로를 연호했다. 상대팀 토론토의 일본 출신 야수 가와사키 무네노리도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이치로는 헬멧을 벗어 관중석을 향해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했다. 자신의 대기록 희생양이 된 디키가 서 있는 마운드를 향해서도 감사를 표했다.


그는 일본 오릭스에서 9시즌 동안 1278안타를 쳤다. 1992년부터 2000년까지 총 9년간 통산 타율 3할5푼3리를 기록했다. 일본 무대를 평정하고 미국으로 옮겨 2001년부터 지금까지 2722안타를 기록했다. 이치로의 방망이는 미국에서도 통했다.

데뷔 첫해부터 이치로는 242개의 안타로 타격왕과 최다안타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해 신인왕과 MVP를 석권했다. 이후 10년간 매년 200안타 이상과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했다. 2004년엔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안타 신기록(262개)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이치로의 방망이도 계속 고공행진을 할 수는 없었다. 내리막이 찾아왔다. 2011년 처음으로 타율이 2할대(0.272)로 떨어졌다. 그는 새로운 변화를 주기 위해 지난해 시즌 중반 양키스로 둥지를 옮겼다. 팀 사정에 따라 포지션과 타순이 자주 바뀐다. 예전 전성기 때의 이치로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는 변화를 받아들였다. 그 과정에서 야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지금의 이치로는 전성기는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상대로 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치로의 변함없는 스타일에서 롱런의 비결이 있다고 분석한다. 그는 프로에 입문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체형과 스피드에서 큰 변화가 없다고 말한다. 대개 야구 선수들은 체중이 불거나 방망이 스피드가 떨어지면 타격폼을 자주 수정하게 된다. 그런데 이치로는 스스로 달라지는 게 없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늘 자기가 해왔던 스타일을 고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치로는 철저한 자기 관리로 유명하다. 일본 지지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이치로의 체중은 시즌 개막 후 종료까지 약 78㎏으로 일정하다. 딱 한 번 체중의 변화가 있었다. 2009년 4월 위궤양을 앓았을 때다.

시애틀 매리너스 시절의 트레이너에 따르면 이치로는 그가 만난 선수 중 가장 '루틴(일상적인 것)'한 것에 충실한 선수였다. 야구는 거의 매일 경기를 한다. 따라서 선수들은 다람쥐가 쳇바퀴를 도는 것 처럼 하루 일과를 보낸다. 그렇기 때문에 평범한 일상을 가장 잘 지키는 선수가 '롱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자기에게 딱 맞는 스타일을 찾아 꾸준히 해나가는 게 '장수'의 비결인 것이다. 아시아인으로서 호리호리한 이치로가 덩치가 산만하고 구속 150㎞가 훌쭉 넘는 강속구 투수가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도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입증해주고 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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