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목동구장에서 LG와 넥센의 주중 2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렸다. LG는 전날 넥센에 승리하며 18년만에 정규리그 8월 단독 1위에 오르는 기쁨을 맛봤다. 경기 전 LG 김기태 감독이 김용의(왼쪽)와 밝은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목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8.21
LG 김용의의 당돌한 도전에, 고참 박용택이 피식하고 웃어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SK와 LG의 경기가 열린 22일 인천 문학구장. 경기 전 원정팀 LG의 훈련이 한창이었다. 덕아웃에 나온 김기태 감독은 전날 넥센전 뼈아픈 역전패의 아픔을 잊고 밝은 표정으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특히, 이날따라 선수들 한 명, 한 명을 불러세워 안부를 묻고 농담을 건네는 등 활기찬 모습이었다.
내야수 김용의도 김 감독이 불러세운 선수 중 한 명. 20일 넥센과의 경기에서 결정적인 호수비를 선보이며 단 하루라도 정규시즌 1위의 감격을 맛볼 수 있게 해준 장본인이기에 김 감독으로서는 예쁠 수밖에 없다. 김 감독은 그런 김용의에게 "내기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느냐"라는 얘기를 불쑥 꺼냈다. 이에 김용의는 "안타는 용택이형이 앞서는데 삼진은 제가 앞서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전후 사정을 모르면 통 알아들을 수 없는 얘기였다.
사연은 이렇다. 21일 넥센전을 앞두고 김 감독이 직접 김용의의 타격을 지도했다. 김 감독은 김용의에게 "너는 더 잘할 수 있다"고 격려를 했다. 그러면서 "누구보다 잘할 수 있느냐"는 농담을 곁들였다. 매사에 진지한 김용의는 곰곰이 생각을 하다 "용택이형보다 더 잘하겠습니다"라고 씩씩하게 대답을 했다고 한다. 이에 김 감독은 껄껄 웃으며 "말로만 그래서 되겠느냐. 나랑 내기를 하자"고 했다. 김용의도 결의에 찬 표정으로 "좋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내기가 성립됐다. 세부 규칙은 이렇다. 마침 21일 경기 포함 LG는 시즌 30경기를 남겨둔 시점이었다. 30경기 동안 타율, 출루율, 삼진을 덜 당하는 것으로 박용택을 이기면 김 감독이 김용의가 원하는 선물을 사주고, 만약 김용의가 지면 김 감독에게 선물을 하는 것으로 합의를 했다. 이 얘기를 전해들은 박용택은 피식 웃고 말았다고 한다.
그렇게 21일 경기를 마쳤다. 안타는 2안타를 친 박용택이 1안타에 머문 김용의를 앞서나갔다. 하지만 박용택은 삼진이 1개 있었고 김용의는 없었다. 그래서 김 감독과 김용의 사이에 그런 대화가 오고 간 것이었다.
선수들을 누구보다 아끼는 김 감독이 설마 김용의에게 이기려고 이 내기를 시작한 것일까. 김용의에게 조금이라도 동기부여할 수 있게 격려차원에서 시작한 내기라고 보는게 맞겠다. 김 감독은 "용의야, 내가 이기면 넌 나한테 소주 2병과 안주 한 접시만 사면 된다. 대신 네가 이기면 원하는 선물을 꼭 사주마"라고 말했다. 과연 김용의가 남은 경기에서 선배 박용택을 넘어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