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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도 좋은 경기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1995년 이후 무려 18년, 6454일만에 감격의 8월 1위에 등극한 LG 트윈스. 덕아웃 풍경은 일상적이었다. 사령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저 '(축하) 전화 많이 받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침에 일어나 보니 문자 메시지를 참 많이 보내주셨더라. 익명의 팬 한 분께서는 케이크까지 보내주셨다"며 작은 감사의 뜻을 간접 전달한 정도 뿐….
선수단 역시 평소 활발하던 덕아웃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순위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금기시 되고 있었다. 전날 터프 세이브를 따내며 승리를 지킨 마무리 봉중근은 경기 직후 "순위 싸움은 관심 없다. 군산 때 순위에 신경을 많이 썼었는데, 오늘은 3시간 동안 야구만 즐기자고 선수들에게 얘기했다"고 말했었다.
1위는 꿈에 그리던 소중한 사랑처럼 얻기 보다 지키기가 어렵다. 실로 오랜만에 가슴 벅찬 경험을 한 팀일수록 더욱 그렇다. 헛된 '집착' 때문이다. '잃어버리면 어떻하지?'라고 조바심을 내는 순간 소중함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기 마련. 그 순간부터 투수는 도망다니기 바쁘고, 타자의 어깨엔 힘이 잔뜩 들어간다.
경기 전 크게 변함 없던 LG 덕아웃 분위기. 21일 넥센전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2회 넥센 서동욱에게 불의의 투런홈런을 허용해 선제점을 내줬지만 차분하게 추격전을 펼쳤다. 선발 우규민은 홈런 후에도 평소처럼 빠른 볼카운트에서 승부를 거는 공격적 피칭을 이어갔다. 6이닝 동안 99개의 공으로 7피안타 2실점으로 호투한 뒤 7회 류택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팀의 1위 수성과 데뷔 첫 10승 도전이란 두가지 부담이 겹친 경기임을 감안하면 눈부신 호투가 아닐 수 없었다. 타자들도 결정적인 순간 집중력을 발휘했다. 찬스마다 집중력 있게 꼭 필요한 적시타를 뽑아내며 7회 기어이 4-2 역전에 성공했다. 8회 넥센 김민성에게 재역전 3점홈런을 맞았지만 전날 풀가동됐던 불펜의 물리적 한계 탓이었을 뿐이었다.
'비워야 비로서 채울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군산 원정을 통해 깨닫고 돌아온 LG선수단. 깨달음 이후에 맛 본 선두 자리.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다.
목동=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