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과 자신을 바꿔놓은 김민성의 영웅 스토리

기사입력 2013-08-22 10:44


21일 목동구장에서 LG와 넥센의 주중 2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렸다. 8회 넥센 김민성이 LG 김선규 투구에게 역전 3점포를 날렸다. 김선규(왼쪽)가 지켜보는 가운데 손을 들어보이며 그라운드를 돌고 있는 김민성.
목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8.21

"군대 가야겠어요."

지난해 9월 넥센 히어로즈 내야수 김민성(25)은 군 입대를 생각하고 있었다. 주전 2루수로 의욕적으로 준비했던 2012시즌인데,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열패감, 그리고 몇가지 주변 환경이 그를 힘들게 했다. 또 한해라도 빨리 군문제를 해결하자는 조급증도 있었고, 다른 환경에서 분위기를 바꿔 돌파구를 찾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때는 앞이 캄캄했다. 지난해 개막전을 불과 이틀 앞두고 열린 연습경기에서 김민성은 덜컥 다리를 다쳤다. 며칠 지나면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는 그런 가벼운 부상이 아니었다. 개막전 1군 엔트리에서 빠진 것은 물론, 두 달 넘게 고통스러운 재활치료와 훈련에 매달려야 했다. 겨우내 준비했던 게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 그가 병원과 트레이닝장을 오가는 동안 백업 2루수 서건창(24)이 펄펄 날면서 주전으로 자리를 잡았다. 언제인가 김민성에게 당시 상황에 대해 물었더니 "프로라면 기회가 생기면 확실하게 잡아하는 거 잖아요. 건창이가 잘한 거죠"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해 6월 1군에 복귀한 김민성에게 주어진 포지션은 3루수. 71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8푼3리, 4홈런, 22타점을 기록했다. 중요한 경기, 중요한 순간에 날카로운 배팅으로 팀에 기여도 했지만, 수비에서 그 이상의 좋은 활약을 했다. 부상 때문에 출전 경기수가 적었지만,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 않는 성적인데도, 김민성은 알수없는 불안감, 답답함을 느꼈다.

그러나 히어로즈 코칭스태프, 구단 차원에서는 김민성을 바로 놓아줄 수가 없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김민성은 주전급 선수이기는 하지만 특급 스타라고 할 수 없었다. 보여준 것 보다 보여줄 게 더 많은, 좋은 자질이 갖고 있는 젊은 유망주였다. 그러나 지난 시즌 아쉽게 4강에서 밀려났고, 2013년에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잡은 히어로즈에서 김민성은 없어서는 안 될 선수였다. 2010년 시즌 중에 롯데 자이언츠에서 이적한 김민성은 2,3루 수비에 유격수까지 가능한 만능 플레이어다.

구단 관계자, 코칭스태프의 설득으로 김민성은 군입대를 늦추고 2013시즌
21일 목동구장에서 LG와 넥센의 주중 2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렸다. 8회 넥센 김민성이 LG 김선규 투구에게 역전 3점포를 날렸다. 덕아웃에서 동료들과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는 김민성.
목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8.21
을 준비했다. 그리고 코칭스태프는 그에게, 그는 스스로에게 목표 하나를 머리에 입력시켰다. 성인 국가대표. 모든 것을 쏟아 부어 성과를 내고, 인정을 받은 뒤 국가대표에 도전한다는 것.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대표를 염두에 두고 세운 목표였다. 잠신중, 덕수고를 졸업하고 2007년 드래프트 2차 2라운드 13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김민성은 지금까지 대표선수 경험이 없다. 대표선수는 언젠가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지난 시즌, 아니, 지난 6년과 비교할 수 없이 달라진 2013년이다.

김민성은 21일 까지 올시즌 히어로즈가 치른 97경기, 전 게임에 출전했다. 히어로즈 선수들 중에서는 2년 연속 전경기 4번 출전을 노리는 박병호와 함께 둘 뿐인 전경기 출전선수다. 타율 2할8푼9리, 14홈런, 56타점, 득점권 타율 3할2푼5리. 올시즌 김민성을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홈런은 박병호 이성열 강정호에 이어 4위고, 타점은 박병호 강정호 다음으로 많다.


눈에 띄는 점이 하나 있다. 시즌 초반 주로 7~9번 타순에 배치됐던 김민성은 올시즌 1번과 4번을 제외한 전 타순에 출전했다. 시즌 초반 승승장구했던 히어로즈가 전반기 중후반 이후 흔들리면서 타순 변화 시도가 있었던 영향도 있었지만, 그만큼 김민성의 쓰임새가 다양했다.

김민성은 21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4로 뒤진 8회말 3점 홈런으로 팀에 짜릿한 역전승을 안겼다. 무사 2, 3루에서 상대투수 김선규의 시속 134㎞ 직구를 공략해 역전홈런으로 만들었다. 6번 타자로 나선 경기였다. 이날 패했다면 5위 롯데에 0.5게임차로 쫓기는 상황. 히어로즈로선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벼랑끝에 선 히어로즈에는 김민성이 있었다.


21일 목동구장에서 LG와 넥센의 주중 2연전 두 번째 경기가 열렸다. 8회 넥센 김민성이 LG 김선규에게 역전 3점포를 날렸다. 홈 베이스를 밟으며 환호하고 있는 김민성(오른쪽).
목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8.21
올해는 그에게 여러가지 면에서 특별한 시즌이다. 2007년 데뷔 시즌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14개의 홈런을 때렸는데, 올해는 21일 현재 14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타수(339)와 타점(57), 안타수(98개) 모두 데뷔 후 최고기록이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게, 데뷔 7년 만에 처음으로 규정타석을 채우고 있다.

분명히 홈런타자가 아닌데도 이번 시즌 꾸준히 대포를 생산하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김민성은 "타석에서 기다리기보다 과감하게 타격을 하는 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마인드 컨트롤도 도움이 되고요"라고 했다. 염경엽 감독이 "김민성의 홈런이 팀에 힘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할만큼 소중한 홈런이었다.

김민성, 2013년 새로운 히어로즈의 영웅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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