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장 많이 마운드에 오른 이명우, 소리없이 강했다

기사입력 2013-08-25 10:42


올해 국내 프로 투수 중 가장 많은 경기에 등판한 투수는 누굴까. 바로 롯데 중간 불펜 좌완 이명우다. 무려 58경기에 등판했다. 한화와 롯데의 주중 3연전 마지막날 경기가 2일 대전구장에서 열렸다. 롯데 이명우
대전=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5.02/

롯데 자이언츠 불펜의 이명우(31)는 소리없이 강하다. 중간 구원 투수라 주목도가 떨어진다. 프로 데뷔 후 10년이 넘었지만 이름값도 높지 않다. 아직 억대 연봉도 받아본 적이 없다.

그렇지만 이명우는 올해 롯데 불펜에서 가장 꾸준하게 던져주는 선수로 평가받는다. 올 시즌 9개팀 투수 중 가장 많은 58경기에 등판했다. 롯데 투수 중 이번 시즌 최다 등판이다. 16홀드(2승3패)로 롯데 선수 중 최다 홀드. 전체로 따지면 안지만(삼성) 류택현 정현욱(이상 LG)과 공동 3위다. 이미 자신의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전문가들은 이명우가 이미 자신의 연봉(9000만원) 이상의 성적을 냈다고 평가한다.

이명우 마저 없었다면 롯데 불펜은 무너졌을 가능성이 크다. 같은 좌완인 강영식이 허리 통증으로 2군으로 가 있을 때 이명우 혼자 버텼다. 우완 최대성은 팔꿈치 통증으로 시즌을 일찌감치 접었다. 정대현의 컨디션은 들쭉날쭉했고, 최근엔 김승회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명우은 그동안 좌완 스페셜리스트가 주된 역할이었다. 상대 좌타자를 잡기 위해 원 포인트로 마운드에 오를 때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이명우가 책임져야 할 타자가 늘었다. 지난 17일 NC전과 21일 한화전에서 2이닝씩을 던졌다. 상대할 타자가 1~2명에서 최대 6~8명까지 2배 이상 늘었다.

김시진 롯데 감독의 이런 선택은 불가피했다. 그동안 불펜 운영은 많은 투수를 동원해 끊어서 짧게 가져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구원 등판하는 투수가 자주 무너졌다. 그러다 보니 마운드 운영을 두고 투수 기용이 적절하지 못하는 비난이 쏟아졌다. 잘 던지고 있는 투수를 왜 빨리 내리느냐는 불평부터, 자꾸 두들겨 맞는 투수에게 왜 자꾸 기회를 주느냐는 불만까지 나왔다.

이명우는 이번 시즌 롯데 불펜에서 잘 맞지 않는 투수로 분류된다. 그러다보니 최근 등판에서 이명우가 예전보다 길게 던지고 있다.

그는 "길게 던지는데 익숙하지 않아 조금 힘든 면도 있다. 하지만 우리 팀이 처한 상황에서 나에게 주어지는 역할이다. 집중해서 던질 뿐이다"고 말했다.

이명우는 희소성이 있는 좌완이다. 140㎞ 초중반의 구속과 좋은 제구력을 갖고 있다. 정신적인 면에서 강해지면서 신뢰감을 주는 투수가 되고 있다.


이명우는 2002년 신인 2차 지명 2라운드 전체 14순위로 롯데에 입단했다. 선발을 꿈꿨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1군 불펜 또는 2군에서 주로 머물렀다. 그러다 이명우가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게 지난해부터다. '양떼' 불펜에서 필승조가 됐다. 무려 74경기에 등판, 2승1패10홀드(평균자책점 2.56)를 기록했다.

이명우가 한 시즌에 책임지는 이닝은 50이닝 남짓이다. 선발 투수들과 비교하면 이닝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는 거의 매경기 불펜 대기를 해야 한다. 그 경기 수가 100경기 정도 된다. 선발 투수들은 일정한 로테이션에 따라 컨디션을 조절하면 된다. 하지만 이명우는 경기장으로 출근할 때부터 거의 매일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긴장의 연속이다. 매 경기 팀 상황과 흐름을 보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이명우는 자주 웃는다. 그래서 '스마일 맨'이다. 다수가 표정을 숨기는 '포커페이스'가 되려고 한다. 이명우는 좀 다르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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