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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 김응용 감독은 요즘 자신의 검은색 가방에 상대팀 기록지와 읽을 책 몇 권을 넣고 다닌다고 한다. 한화는 25일 두산을 상대로 3연승을 달렸다. 패배에 대한 스트레스가 줄어든 김 감독의 가방 소지품이 바뀔지 모를 일이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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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화 이글스 김응용 감독은 경기 전 표정이 무척 밝다. 전반기와 비교하면 혈색마저 달라진 듯하다.
팀 훈련이 시작되고 30분 정도 지나면 덕아웃으로 나와 취재진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대화를 주도해 나간다. 한화는 지난 24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서 승리하며 모처럼 2연승을 달렸다. 김 감독은 하루가 지난 25일 두산전을 앞두고 평소와 다름없이 힘찬 발걸음으로 잠실구장 3루쪽 덕아웃에 등장했다. 두 달 만에 2연승 했다는 말에 김 감독은 "우리가 잘해서 이겼나. 상대가 실수를 해서 이긴거지. 한 번 이기면 세 번 지는 게 익숙해서 그런지 이상하더라"며 농담을 던졌다. 최근 팀이 승리하는 횟수가 많아지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진 모양이다.
그런 김 감독이 항상 지니고 다니는 검은색 가방이 궁금했다. 무슨 물건들이 차지하고 있을까. 김 감독은 소지품을 알고 싶다는 취재진의 요청에 직접 가방 지퍼를 열더니 내용물을 보여줬다. 김 감독은 서류 뭉치와 책을 꺼내며 "별거 없어. 오늘 상대할 팀 기록이랑 책하고. 월간지 하나 있고, 부록책이 전부야. 화장품 같은 건 없어"라며 활짝 웃어보였다.
이어 김 감독은 "예전에는 기록지 안봐도 됐는데 지금은 기억력이 나빠서 (전력분석팀이 만들어준)자료를 봐야 한다"면서 "이 책들은 지는 날에는 생각이 많이 나니까 그거 잊으려고 읽는거지. 잠시나마 잊고 있어야 머리가 또 맑아지니까"라며 소지품에 대한 내용과 용도까지 자세히 설명해줬다.
김 감독은 본인의 말대로 승부욕이 매우 강한 사람이다. 예전에는 경기에 패하는 날이면 혼자 술을 진탕 마시며 분을 삭이기도 했다. 9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온 올시즌, 김 감독에게는 지는 날이 부쩍 많아졌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술로 스트레스를 풀지는 않는다. 책을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전반기에는 김 감독이 경기 전 책을 꺼내들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후반기, 특히 요즘 들어서는 책보다는 기자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마도 남은 시즌에 대한 의욕과 희망, 요즘의 성적이 반영된 모습인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이날 두산을 상대로 3대2로 승리, 3연승을 달렸다. 지난 4월 16~18일 대전 NC전에 이어 4개월여 만의 시즌 두 번째 3연승이자 최다연승이다. 무엇보다 이 기간 경기 내용이 좋았다. 지난 22일 대전 KIA전에서는 선발 유창식의 호투가 돋보였고, 24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선발 송창현이 중반까지 경기를 잘 이끌어줬다. 유창식과 송창현은 김 감독이 구상하는 마운드 리빌딩의 핵심 선수들이다.
여기에 투수 교체도 만족스러운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이날 선발인 이브랜드가 6회까지 2실점으로 잘 막자 3-2로 앞선 7회 최근 보직을 선발서 불펜으로 바꿔 주목을 받고 있는 김혁민을 기용했다. 김혁민은 2이닝을 1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리드를 이어갔다. 타선에서는 최근 중용하기 시작한 이양기와 강동우 등 베테랑들의 활약이 돋보여 선수단 전체에 활기가 넘치고 있다.
김 감독의 검은색 가방이 좀더 가벼워질 수 있을지, 아니면 다른 소지품이 추가될지, 지금의 분위기라면 흥미롭게 지켜봐도 좋을 것 같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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