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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놓고 얘기합시다.'
훈련을 마친 뒤 덕아웃에 자리를 잡은 그는 "그동안 팀 성적이 안정적이지 못해서 말을 아꼈더니 주위에서 말수가 너무 줄었다는 얘기를 많이 하더라"면서 "이렇게 기자분들과 자리를 한 것은 올시즌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동안 손아섭의 트레이드 마크는 '초구에 강한 사나이'였다.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불같이 공략하는 화끈한 스타일에 팬들도 좋아했다. 하지만 올해는 완전히 달라졌다.
손아섭은 "그동안 나는 초구를 치는 경우가 4할이 훨씬 넘었다. 하지만 올해는 크게 줄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록을 찾아보니 그랬다. 손아섭은 2010년 4할3푼6리, 2011년 4할9푼2리, 2012년 5할7리의 무서운 초구 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3할3푼3리(24일 현재)로 뚝 떨어졌다. 손아섭은 일부러 초구를 참고 공을 최대한 오래 보는 타격 스타일로 바꿨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자신의 야구에 대해 무척 신중해졌기 때문이다. 손아섭은 "과거 혈기왕성한 어린 선수였을 때에는 내가 안타치고, 타점을 올리는 것에 치중했다. 하지만 올해는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대호 홍성흔 김주찬 강민호 등 선배들을 따라가고 뒤에서 받쳐주는 것으로 만족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수의 선배들이 떠난 뒤 맞은 올시즌 강민호 전준우 선배와 함께 팀을 이끌어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무시할 수 없더라는 것.
손아섭은 "그동안 나의 타-득점이 높았던 것은 앞 뒤에서 도와주는 선배들 덕분"이라면서 "이제는 상황이 달라진 만큼 공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신중하게 임하는 것이 팀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타격왕? 하고 싶지만 아쉬움도…"
손아섭은 타격왕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한결 솔직해졌다. 25세의 젊은이답게 타격왕에 대한 강한 의욕와 아쉬움을 당당하게 피력했다. 손아섭은 "타격왕? 개인적으로 당연히 하고 싶은 타이틀이다. 하지만 LG 이병규 이진영 선배가 규정타석을 채우고 올라오면 당연히 비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쿨'하게 인정했다.
이병규(타율 0.369)와 이진영(타율 0.352)이 규정타석(경기수X3.1)만 채우면 손아섭을 제치게 된다.
특히 손아섭은 "진영이 형만 들어오면 어떻게 한번 붙어볼텐데, 병규형은 너무 막강하다. 감히 어떻게 대적하겠느냐"며 껄껄 웃었다. 그런가 하면 "규칙이 있으니 수용해야 한다. 트집을 잡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타격왕 산정방식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놨다.
"나는 지금까지 1경기도 빠짐없이 풀타임 출전했다. 시즌 초·중반부터 타격 경쟁을 벌여오다가 내가 밀려나는 것이라면 몰라도 시즌 다 끝나가는 하반기에 뒤늦게 경쟁자들이 가세해 밀려나게 됐으니 사실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시즌 내내 체력·부상 부담을 이겨내고 꾸준히 경기에 출전해 높은 타율을 유지한 수고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것 같다는 게 아쉬움의 주된 이유였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정상 정규리그 종료까지 규정타석을 충족하면 타격 랭킹에 오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손아섭의 이런 처지를 알기 때문에 팬들은 "손아섭이 진정한 타격왕"이라고 치켜세운다.
손아섭은 "룰이 있는 만큼 아쉬워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대신 시즌 끝까지 야구에 대한 신중함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손아섭은 25일 삼성전에서 2타수 1안타를 기록해 타율 3할4푼7리를 유지했다.
부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