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11년 10월, 전라남도 강진에 마련된 NC의 첫 훈련장. 캠프가 시작된 지 하루만에 NC 유니폼이 눈에 띄었다. 처음 모인 NC 선수들 속에서 빨간색 라인이 들어간 SK 유니폼을 입고 뛰는 선수가 있었다. 한 NC 관계자는 그를 보더니 "내야 수비도 나쁘지 않고. 발이 참 빠르네"라고 평했다. NC의 내야수 이상호(24)는 그렇게 세번째 도전을 시작하게 됐다.
김경문 감독은 이상호에 대해 미안함을 갖고 있었다. 매번 대주자 요원으로 쓸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김 감독은 "감독 입장에선 경기 막판 1점 승부에서 주루플레이를 할 선수가 필요하다. 그런데 상호는 주루플레이를 정말 잘한다. 하는 것에 비해 기회를 많이 주지 못했다. 장점이 있으니 계속 뒤에서 쓰게 됐다"고 말했다.
|
이상호는 힘들 때마다 그때를 회상한다. 그는 "그때 테스트가 없었다면 난 이 자리에 없었다. 지금도 안 좋은 생각이 들 때마다 SK에서 나와서 처음 강진에서 뛰던 생각이 난다.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게 된다. 좋게 봐주신 코치님들 덕분이다. NC는 나한테 영광이고, 좋은 행운이다"라고 털어놨다.
첫 1군. 프로 생활은 벌써 4년째지만 1군에서 뛴 건 올해가 처음이었다. 주전 기회는 많이 잡지 못했지만, 1군에 오니 모든 게 달랐다. 이상호는 "사실 신고선수로 뛸 땐 1군에만 올라오면 다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와보니 그게 전부가 아니더라"고 했다.
1군에 오니 해야 할 게 너무 많았다. 배울 게 천지였다. 하나하나 머리 속에 넣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이상호는 조금씩 자기 것을 만들어갔다. 오랜 벤치 대기가 그를 바꿔놓았다.
덕아웃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으니, 많은 게 달랐다. 그라운드 안에서 뛸 때 느끼지 못했던 여러가지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든 시간이 공부였다.
이상호는 "남들은 타석에서 투수랑 싸운다고 하지만, 난 투수의 퀵모션을 뺏는 걸 연구했다. 1회부터 벤치에서 항상 상대 투수를 본다. 주자가 나갔을 때나 평소의 습관을 유심히 관찰한다. 대주자로 나가 몇 번 뛰다 보니 자신감도 생기더라"며 웃었다.
26일 현재 도루 21개로 이 부문 공동 10위. 나머지 선수들이 모두 주전급임을 감안하면, '대주자 이상호'의 존재감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게다가 실패는 단 2개에 불과하다. 언제나 확률 높은 게임을 하는 것이다.
캠프 때부터 한 가지 장점만 있어도 1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빠른 발이 그를 1군 선수로 만들었고, 이젠 주전 선수들을 위협하는 강력한 백업멤버가 됐다.
주장 이호준은 얼마 전 이상호에게 "상호야, 올해 한 번도 2군에 안 내려갔지? 정말 대단하다"고 말해줬다. 아무리 대주자 요원이라지만, 1군 데뷔 첫 해에 풀타임 1군 멤버로 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분명 세번째 야구 인생은 성공적이다.
아직은 확실한 주전이 아니다. 하지만 이상호는 NC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이상호는 "사람인데 주전 욕심이 날 수도 있다. 하지만 팀이 필요로 하는 위치가 어떤 건지 안다. 팀이 승리하도록 하는 게 내 역할"이라며 "여전히 내가 주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이든 뒤든 나가서 열심히 할 뿐이다. 부상 없이 1군에서 시즌을 마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