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재도약을 노리는 LG와 4위 두산이 잠실에서 만났다.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두산의 경기에서 두산 유희관이 3회말 1사 1루 LG 오지환을 병살로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한 후 멋진 수비를 보여준 1루수 오재원에게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9.30/
토종 좌완 투수는 귀하디 귀하다. 특히 더한 곳이 있다. 두산이다.
전통적으로 토종 좌완 선발이 드물었다. 10승을 기록한 기억조차 가물가물하다. OB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88년 윤석환(전 두산 코치)이 기록한 13승이 마지막 기록.
좌투수 가뭄의 척박한 땅에 파릇파릇한 싹이 돋았다. 유희관이다. 불같은 강속구는 없지만 정교한 제구력과 타이밍 싸움으로 타자를 돌려세우며 시즌 초부터 파란을 일으킨 투수. 꾸준한 롱런의 훈장을 받았다. 30일 잠실 LG전에서 선발 5이닝 동안 7피안타 2실점으로 7대3 승리를 이끌며 대망의 10승(6패)을 달성했다. 프로데뷔 첫 두자릿수 달성. 팀에도 의미 있는 기록으로 남았다. "팀에 남는 기록이라 기분이 더 좋네요."
5회까지 무실점 역투로 5-0 리드를 이끌던 유희관은 6회에 고비를 맞았다. 선두타자 박용택을 이날 처음이자 마지막 볼넷으로 출루시킨 뒤 오지환 이병규에게 연속안타를 허용해 첫 실점을 했다. 이어진 무사 1,3루에서 정성훈에게 3루땅볼을 유도해 3루수가 홈으로 던졌지만 박용택의 발이 빨랐다. 5-2. 무사 1,2루에서 홍상삼에게 마운드를 넘겼고, 홍상삼이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 했다. 두산은 이용찬-윤명준으로 이어지는 계투조를 가동해 리드를 지키며 유희관의 10승을 지켜냈다.
이로써 신인왕 라이벌 이재학(9승5패)보다 한걸음 빨리 10승을 달성한 유희관은 경쟁 구도를 격화시켰다. 당초 경쟁 구도에서 한걸음 앞서 가던 유희관은 지나난 6일 잠실 KIA전 이후 승수 쌓기에 실패하면서 살짝 위기를 맞았다. 최근 주춤했던 상황에 대해 그는 "공이 전반적으로 높고 실투가 많았던 것 같다"며 "조금 나태해진 것도 있었다. 내 잘못이었다"며 솔직하게 인정했다. 하지만 "느리다는 이유로 한계가 왔다는 말에는 오히려 오기가 생긴다"며 파이터 모드로 전환한다. 자기 성찰 뒤의 호투. 더욱 믿음이 간다. 첫 가을 잔치를 앞둔 심정은 과연 어떨까. "제가 그렇게 마운드 위에서 떠는 스타일은 아닌데요. 왠지 올라가면 조금은 떨릴 것도 같아요. 처음 맞는 포스트시즌인만큼 길게 해야죠."
경기 후 '10승을 먼저 달성했다'는 말에 유희관은 "끝까지 (신인왕) 경쟁이 이어지지 않겠느냐"며 속내를 감췄다. 신데렐라 처럼 등장해 두산 베어스 역사를 바꾼 작은 거인. 찬바람이 부는 요즘. 올시즌에 대한 느낌이 예사롭지 않을듯 하다. "솔직히 실감이 안 나요. 모든게 꿈만 같아요. 개막엔트리에 들고 데뷔 첫승하고, 10승하고 포스트시즌가고 이 모든 것들이요. 더 열심히 해야죠. 내년이 올해보다 더 중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