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준을 마무리로 돌릴까요?"
롯데는 지난 시즌 34세이브를 기록하며 구단 세이브 역사를 바꾼 김사율에 이어 올시즌에는 김성배라는 새로운 마무리 투수를 발굴해냈다. 김성배는 올시즌 초반 갑작스럽게 마무리로 보직이 바뀌었지만, 씩씩하게 공을 던지며 31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이렇게 수치상으로 훌륭한 마무리 투수를 배출했지만 롯데는 가을잔치에 나가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롯데 김시진 감독은 시즌 초반 불펜이 흔들렸던 부분이 가장 아쉬웠다는 설명이다. 1일 부산 LG전을 앞두고 만난 김 감독은 "올시즌 선발승이 무려 45승이다. 10승 투수 4명이 나온 것과 똑같다. 하지만 우리가 4강에 들지 못한 이유는 블론세이브가 19개나 됐기 때문이다. 블론세이브 수를 절반으로만 줄였어도"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김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불펜 운용에 애를 먹었다. 지난해 마무리 김사율을 중간으로 돌리고, 정대현을 마무리로 낙점하는 강수를 뒀다. 평소 마무리는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게 김 감독의 지론. 여기에 정대현이 사이판 스프링캠프에서 자기 스스로 "공이 너무 좋다"고 했을 정도로 컨디션이 좋아 희망적이었다. 하지만 정대현이 난조를 겪으며 롯데는 불펜 시스템 자체가 붕괴됐고, 그 여파가 시즌 내내 이어졌다는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여기에 강속구 투수 최대성까지 수술대에 오르며 불펜의 힘이 떨어졌다. 그나마 김성배가 마무리 투수로 잘해줘 버텼지만, 김성배는 구질 자체가 좌타자를 상대로 많은 약점을 노출할 수밖에 없어 앞으로 더욱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감독은 "내가 성배에게 너무 많은 짐을 지웠던 것 같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이다. 미안한 마음"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당장 내년 시즌 롯데는 불펜에 큰 전력 보강이 있을 가능성이 많지 않다. 그나마 희망은 최대성이 재활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다는 것. 김 감독은 내년 시즌 마무리에 대해 "지금 상태로는 다른 대안이 없다"며 김성배에게 마무리 자리를 그대로 맡길 것임을 시사했다. 단, 김성배 혼자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는 방법을 구상 중이다. 김 감독은 "가장 이상적인 건 김성배를 보조할 수 있는 마무리 투수가 한 명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1+1 전략이다. 김성배가 상대를 구위로 압도하는 스타일이 아닌 만큼, 힘으로 상대를 누를 수 있는 스타일의 투수가 상황에 따라 세이브 투수로 나서는 것이다. 김성배가 약한 좌타자들이 이어 등장할 때도 다른 한 명의 투수가 등판하는 식이다.
후보는 최대성이다. 최대성은 현재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다. 건강하게만 돌아온다면 150km가 넘는 직구를 꽂아넣을 수 있는 힘이 있다. 2012 시즌 정대현과 김사율의 조합을 생각하면 되겠다. 김사율이 붙박이 마무리로 나서되, 상황에 따라 정대현이 원포인트, 또는 마무리로 나서며 불펜이 안정적으로 돌아갔다.
김 감독은 그래도 답답했는지 "돌아오는 장원준을 마무리로 써볼까"라는 농담을 하며 웃고 말았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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