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롯데와 넥센의 경기가 열렸다. 9회말 2사 1루서 넥센 박병호가 볼이 빠지자 1루주자 이택근에게 사인을 보내고 있다.목동=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9.22.
모기업의 지원없이 팀을 꾸려가는 넥센 히어로즈의 정규시즌 3위,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 야구전문 기업 히어로즈가 한국 프로야구에 파문은 던졌다. LG 트윈스와 함께 최근 몇 년 간 일부 구단들이 독점했던 상위권 구도를 깨트리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결국 올 것이 왔다. 히어로즈가 치열한 순위 싸움 끝에 3위로 가을잔치에 나가면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롯데 자이언츠, SK 와이번스, KIA 타이거즈, 한화 이글스 같은 기업구단들은 머쓱해 졌다.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원과 기업 총수의 높은 관심, 화려한 팀 컬러가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모든 게 히어로즈와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2013시즌이다. 히어로즈가 4강 탈락팀 프런트, 코칭스태프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일부 야구인들은 "기업구단들은 히어로즈를 보고 반성하고, 또 배워야 한다"는 말까지 한다.
2008년 히어로즈 창단 때부터 일부 기업구단은 탐탁지 않게 여겼다. 국내 프로야구는 한국을 대표하는 대기업들이 중심이 되어 출범했고, 대기업들의 이너서클과 같았다. 여러가지 면에서 히어로즈는 이질적인 존재였다. 몇몇 구단으로부터 노골적으로 무시를 당하기도 했다.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다. 조만간 구단이 매각될 것이다"는 위기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히어로즈는 오랫동안 언젠가는 '손을 들 수밖에 없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았다.
실제로 초기 히어로즈는 불안했다. 메인 스폰서가 갑자기 계약을 파기해 자금난에 시달리기도 했고,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스타급 선수나 주축선수를 트레이드 시켜야 했다.
2013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가 7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미디어데이에는 넥센 염경엽 감독과 박병호, 이택근, 두산 김진욱 감독과 홍성흔, 유희관이 참석해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넥센 염경엽 감독과 두산 김진욱 감독을 비롯한 대표선수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10.07/
사실 지난 시즌 초반 히어로즈가 선전할 때도 기업구단들은 바짝 긴장했다. 2011년 까지 히어로즈는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2011년에는 팀 출범후 처음으로 꼴찌를 했다. 사실 성적을 내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그런데 몇 년 간 꾸준히 전력을 채워온 히어로즈가 지난 해 초반 골풍을 일으키며 한때 1위에 올랐고, 3위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비록 후반기에 경험부족, 코칭스태프의 전략부재, 선수들의 피로누적 등 악재가 겹쳐 추락했지만 모기업 구단에 경각심을 불어넣었다.
모기업이 없는 히어로즈는 스폰서의 후원금, 마케팅, 방송중계권료, 입장권 수입으로 팀을 운영한다. 대기업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받아 팀을 운영하는 기업구단과 전혀 다른 팀이다. 올시즌 히어로즈의 구단 운영비는 대략 250억원 정도다. 지난해 보다 20억~30억원 정도 증액됐지만, 한해에 최소 300억원에서 400억원을 쓰는 기업구단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다.
야구전문기업답게 히어로즈는 프런트가 모두 생존을 위해 올인하는 프로집단이다. 이장석 대표가 신인 드래프트 현장에 나와 선수 선발을 지휘하고, 코칭스태프와 활발하게 소통해 트레이드를 주도하기도 한다. 주로 구단 운영에 한정된 대기업 구단 고위 프런트와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