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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김현수는 너무나 힘든 가을을 보냈다. 경기 전 덕아웃 한 켠에 홀로 앉아 그라운드를 넋놓고 보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13년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엄청난 부담감을 작용하고 있다. 1, 2차전 8타수 무안타에 그치자 또 다시 '포스트 시즌 트라우마'라는 얘기가 나왔다. 3차전 마지막 타석에서 귀중한 2루타를 치며 타격감을 살렸지만, 4차전에서는 첫 타석 볼넷을 얻은 뒤 갑작스러운 발목부상으로 교체됐다.
두산의 가장 믿을만한 타자가 김현수다. 당연히 지금 뿐만 아니라 향후 몇년간 두산의 중심타선에서 중요한 경기에 결정을 짓는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극복할 수 있는 타격 밸런스와 컨디션이 뒷받침하지 못했다.
김현수 못지 않게 준플레이오프에서 극심한 타격부진을 보이고 있는 선수는 민병헌이다. 그는 1차전 직전 "지난해 8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올해는 안타 1개만 치고 싶다"고 그랬다.
지난해 민병헌은 경찰청에서 제대한 뒤 곧바로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함됐다. 그는 "당시에는 준비가 덜 돼 있었다. 몸이 무거웠고,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고 했다.
하지만 4차전까지 14타수 1안타의 부진에 빠졌다. 그의 정규리그 타율은 3할1푼9리(6위).
확실히 마음의 부담이 있다. 1차전부터 민병헌은 지나치게 팀 타격을 의식했다. 극단적으로 밀어치려는 의도를 보였고, 결국 타격 밸런스가 순간적으로 흐트러졌다. 황병일 수석코치는 "정상적인 타격을 해야 민병헌의 날카로운 스윙이 나오는데, 팀 타격을 하겠다는 생각이 지나쳤다"고 했다.
김현수 민병헌과 달리 두산 에이스 니퍼트는 올해 준플레이오프에서 지난해 상처를 완전히 지웠다.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8회에 구원등판, 단 하나의 아웃카운트를 잡는 동안 3실점했다. 4개의 안타를 맞으며 처참하게 당했다. 결국 4차전에서 패하며 두산은 탈락했다. 경기가 끝난 뒤 니퍼트는 눈물을 흘리며 자책하기도 했다.
올해도 비슷했다. 1승2패로 뒤진 4차전 8회 2-1로 앞선 상황에서 마무리로 나섰다. 하지만 2이닝동안 완벽한 투구를 보이며 무실점, 세이브를 따냈다.
사실 트라우마로 확대되는 포스트 시즌 징크스는 생기기 쉽다. 심리적인 부분이 매우 중요한 야구. 절체절명의 포스트 시즌에서는 심리적인 부분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력이 극대화된다.
슈퍼스타들 중 가장 강한 심장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타이거 우즈 역시 절체절명의 순간 평정심과 집중력을 배가시키기 위해 꾸준한 명상을 훈련 스케줄에 넣고 실천했다.
결국 포스트 시즌의 아픈 상처가 트라우마가 되느냐, 값진 경험으로 남느냐는 선수의 몫이다. 여전히 김현수와 민병헌에게는 많은 기회가 있다. 말처럼 쉽진 않지만, 부담감을 떨치고 자신의 기량을 정상적으로 발휘해야 극복되는 부분이다. 프로선수의 숙명이기도 하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