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준플레이오프에서 가장 큰 화제 중 하나는 두산 유희관의 넥센 박병호에 대한 겁없는 도발. 미디어데이에서 "난 박병호가 무섭지 않다"고 했다.
여기서 봐야 할 점은 유희관의 배짱이다. 항상 능글능글한 태도, 결과에 대해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는 능청스러움.
7회까지 109개의 투구수. 단 1안타를 맞고 무려 9개의 삼진을 뽑아냈다. 무실점의 눈부신 투구.
이날 컨디션은 절정이었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1회 이택근을 시작으로 연속 4타자 삼진을 잡아낸 것이었다. 넥센의 초반 기세를 완벽히 꺾었다.
별다른 위기도 없었다. 4회 이택근에게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한 것 외에는 7회까지 단 한 타자에게도 안타를 허락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130㎞대 패스트볼이 좌우로 완벽하게 들어왔다. 여기에 우타자 밖으로 휘는 체인지업(유희관은 싱커라고 말한다), 그리고 안으로 휘는 슬라이더가 조화를 이뤘다. 2차전과 다른 점은 분명 있었다. 2차전에서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번갈아가며 결정구로 사용했다면, 이날은 체인지업으로 카운터를 잡은 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로 무더기 삼진을 잡아냈다.
가뜩이나 타격감이 좋지 않은 넥센 타자들은 유희관의 배짱투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유희관의 대담함은 4회 절정을 치달았다. 2사 1루 상황에서 박병호를 맞은 유희관은 1B 상황에서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유도한 뒤 곧바로 궤적이 비슷한 몸쪽 패스트볼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상대 심리를 역이용한 두뇌피칭과 날카로운 제구력이 결합된 장면. 결국 박병호는 투수 앞 땅볼. 페넌트레이스에서 37홈런, 117타점을 기록한 박병호는 이날도 유희관에게 3타수 무안타.
상황에 따른 대처도 적절했다. 3-0으로 앞선 7회. 유희관은 더욱 대담해지기 시작했다. 유인구를 최대한 자제하고 곧바로 승부를 걸기 시작했다. 선두타자 송지만을 5구만에 삼진처리한 뒤 이택근에게 연속 3개의 몸쪽 패스트볼을 뿌렸다. 2S에서 3구째 이택근은 대형 파울홈런을 때리기도 했다. 결국 유격수 땅볼로 처리한 유희관은 박병호에게도 132㎞ 패스트볼을 몸쪽으로 붙이며 유격수 플라이를 유도했다.
더욱 과감했던 승부는 이유가 있었다. 투구수 100개가 넘어서며 한계 투구수가 다가온 상황. 불안한 두산의 불펜을 고려할 때 솔로홈런을 허용하더라도 많은 이닝을 소화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었다.
유희관은 8회 선두타자 김민성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교체됐다. 이날 허용한 유일한 안타. 결국 페넌트레이스 홈런 1위(125개) 넥센은 135㎞ 패스트볼을 가진 배짱두둑한 유희관의 벽을 전혀 넘어서지 못했다. 목동=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