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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타순이다."
선수 개인은 물론 삼성 팀으로서도 전에 없었던 새로운 시도다.
류중일 감독이 구상중인 승부수는 이승엽 6번타자다.
삼성은 연습경기에서 박석민-최형우-채태인으로 이어지는 클린업트리오에 이승엽을 곧바로 배치함으로써 체격이나 거포 능력에서 육중한 라인을 구성했다.
류 감독은 "폭탄타순"이라고 표현했다. 이승엽의 6번 전향은 그동안 류 감독의 소신과는 다른 모습이다.
류 감독은 페넌트레이스 동안 이승엽의 타격감이 다소 부진했을 때 4번 타자의 부담이 큰 것 같으니 6번으로 내려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다.
그럴 때마다 류 감독은 "다른 선수도 아니고 이승엽이다. 이승엽을 6번으로까지 내리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승엽을 위해서도 6번 배치는 좋은 선택이 아니다. 믿고 기다린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타선의 변화를 시도하는 게 싫어서가 아니라 당장 몇 경기 안풀린다고, 눈앞의 한두 경기 재미보자고 한국야구 대표 아이콘의 자존심을 외면할 수 없다는 뜻도 포함됐다.
하지만 지금은 류 감독의 마음이 변했다기보다 상황이 달라졌다. 한두 경기가 운명을 좌우하는 절체절명의 단기전 한국시리즈다.
정규시즌 장기 레이스 때와 똑같은 현실인식으로 대했다가는 큰코 다치기 십상인 상황이다. 류 감독은 개인 소진을 잠시 접어두고 팀 승리를 위해 전략을 바꾸는 중이다.
때마침 이승엽도 류 감독과의 면담을 통해 6번 타자로 전향하는 게 개인적인 부담을 덜고, 팀을 위해서도 상책이라며 되레 류 감독을 설득했다.
이승엽으로서 팀 고참으로서 아름다운 양보였다. 이승엽은 지난 9월 14일 한화전 이후 페넌트레이스 종료까지 15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허리부상 등 컨디션 난조 때문이었다.
그 사이 삼성은 이승엽의 공백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이승엽이 빠지기 전까지 삼성은 승률 5할7푼7리(64승2무47패),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승엽이 빠진 15경기 동안에는 11승4패, 7할3푼3리의 높은 승률을 기록한 삼성은 우승을 달성했다.
이승엽이 없는 동안 중심타선을 지켰던 박석민 채태인 최형우도 각자 역할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승엽 부재시 이들의 타율은 박석민 4할1푼, 채태인 6할2푼1리, 최형우 2할5푼8리였다.
이승엽이 없을 때 이들 3총사가 잘버텨줬는데 굳이 이들의 라인업을 흐뜨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류 감독과 이승엽은 이같은 사실을 절실하게 느꼈던 모양이다.
오히려 막강 클린업 트리오에 이승엽을 배치함으로써 상위와 하위 타선의 연결고리를 한층 탄탄하게 가져갈 수 있다.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는 삼성 폭탄타순의 심지엔 이미 불이 붙은 것 같다. 그게 언제 터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대구=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