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1명으로 치른 LG 가을야구, 프런트의 대실책

기사입력 2013-10-21 11:19



외국인 선수 1명 없이 치른 포스트시즌을 어떻게 봐야할까.

천추의 한으로 남을 만한 2013 시즌 LG의 가을야구. 늦었지만 돌이켜볼 부분이 있다. LG는 두산과의 플레이오프를 외국인 선수 1명 만으로 치렀다. 2차전 선발로 나선 레다메스 리즈가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완벽한 투구를 선보이며 승리를 이끄는 바람에 잊고있었지만, 사실 LG는 두산에 비해 불리한 환경에서 경기를 치른 꼴이 됐다. 다른 1명의 외국인 투수인 벤자민 주키치를 엔트리에 포함시키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두산이 더스틴 니퍼트와 데릭 핸킨스 2명의 외국인 투수로 시리즈를 치른 것과는 상반되는 장면이다.

LG 프런트의 확실한 실책이다. 정규시즌으로 시계 바늘을 돌려보자. 지난 2년 간 LG의 에이스 역할을 해준 주키치는 올시즌에도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예전 구위가 아니었다. 겨우내 운동을 하지 못해 모든 게 형편 없었다. 2군을 왔다갔가 한 게 수차례. 코칭스태프는 믿고 기다렸지만 주키치는 그 믿음에 보답하지 못했다. 만족스러운 공을 던지지 못하면 열심히 하는 자세라도 보여줘야 했는데, 독불장군이었다. 마지막 시험대는 8월 13일 대구 삼성전이었다. 하지만 4⅔이닝 9실점(8자책점)으로 무너졌다. 이 때 LG 코칭스태프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해도 주키치 없이 가겠다는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현장에서 일찌감치 선수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면, 프런트는 발벗고 전력에 보탬이 될 대체 자원을 찾아야 했다.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없는 팀이라면 할 말이 없겠다. 하지만 LG는 당시 삼성과 정규시즌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사실상 11년 만의 가을야구가 확정된 상황. 언제 다시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걸 걸어야 했다. 결과론 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만약 LG가 주키치를 대체하는 건강한 외국인 투수를 영입했었다면, 현재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다른 팀들의 경기를 느긋하게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플레이오프를 치렀더라도,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

물론, LG가 외국인 선수 등록 마감 직전까지 새로운 선수를 찾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LG는 마땅한 선수가 없다며 주키치를 끌어안겠다고 발표했다. 선수를 물색했지만 마땅한 자원이 없어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했다는 것은 프로로서 무책임한 변명일 뿐이다. 두산을 보자.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일단 자리가 남는 마당이니 핸킨스라는 선수를 데려왔다. 특급 외국인 선수의 면모를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핸킨스는 플레이오프 4차전 두 번째 투수로 나와 제 몫을 다해내며 팀의 한국시리즈행을 이끌었다.

현장에서 투수를 원한 건 사실이다. 마땅한 수준급 투수가 없었다는 현실도 인정한다. 그렇다고 중요했던 시기, 외국인 선수 한 자리를 비워놓고 가는 자체가 난센스다. 프런트가 구단 운영의 묘를 발휘했어야 한다. 투수가 없다면 힘 좋은 타자 외국인 선수라도 데려왔어야 했다. LG는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거포 부재로 어려움을 겪었다. 4차전 경기 후 김기태 감독 스스로 "홈런 타자가 없는 한계를 느꼈다"고 했을 정도. 마지 못해, 승부처에서 대타로라도 기용할 수 있는 타자가 있었다고 한다면 플레이오프 결과는 어떻게 달라졌을지 또 모르는 일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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