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LG 간판 박용택-이병규(9), 유희관 복수의 제물이 되다

최종수정 2013-10-21 07:22

벼랑끝에 몰린 LG와 한국시리즈행을 결말 지으려는 두산이 20일 잠실에서 플레이오프 4차전을 치렀다. 두산 선발 유희관이 6회 만루 위기에서 LG 김용의를 내야땅볼로 처리하고 두손을 번쩍 들며 환호하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3.10.20/

이번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두산 좌완 투수 유희관은 공개적으로 결의를 다졌다. "LG 타자들에게 복수하고 싶다."

'순둥이' 유희관이 '복수'라는 격렬한 단어를 쓴 데에는 이유가 있다. 플레이오프에 들어가기에 앞서 전의를 한껏 끌어올리기 위한 도발이자 시즌 최종전에서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다. 유희관은 정규시즌 2위가 걸린 지난 5일 LG와의 시즌 최종전에서 선발 노경은에 이어 6회에 등판했다가 2사 1, 3루에서 이병규(9)에게 결승 2루타를 얻어맞은 적이 있다.

결국 이 패배로 두산은 정규시즌을 4위로 마감해야 했다. 또 이병규 역시 이 안타로 롯데 손아섭을 제치고 타격 1위를 차지했다. 그런 후 미디어데이에서 이병규는 "유희관이 정면 승부를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때문에 유희관은 일부러 강한 단어를 쓰며 당시의 아픈 기억을 씻어내려 한 것이다. 장충고 선배이기도 한 이병규를 의식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2013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 경기가 2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7회초 1사 1루 박용택이 좌중간을 가르는 1타점 2루타를 치고 환호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10.20/
그런데 이런 발언이 있고난 뒤 LG의 반격은 오히려 박용택에게서 나왔다. 박용택은 지난 17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2대0으로 이긴 뒤 "솔직히 유희관의 공을 왜 못치는 지 모르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유희관의 '복수' 발언에 대한 맞대응이다.

박용택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다. 올해 유희관과의 상대타율이 무려 4할2푼9리(14타수 6안타)나 됐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런 장외대결이 후끈하게 달아오른 뒤 드디어 20일 4차전에서 운명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유희관과 두산의 양대 간판타자 이병규(9)-박용택의 대결구도였다. 유희관에게는 '설욕전'이었고, 야구 선배인 박용택과 이병규에게는 후배의 도발에 대한 '응징전'의 성격이 짙었다.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2013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 경기가 20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6회초 1사 1,2루에서 이병규가 좌익수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나고 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10.20/
4차전에 나선 유희관은 자신의 다짐대로 혼신의 피칭을 했다. 특히 LG의 두 베테랑 타자들을 상대할 때 더욱 강한 집중력을 보였다. 특유의 130㎞대 직구로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을 예리하게 찔러댔다. 하지만 이런 패턴은 LG의 두 베테랑 타자들도 이미 예상했던 바다. 그래서 초반부터 유희관의 바깥쪽 직구를 집중공략했다.

1회초 LG 선두타자로 나온 박용택은 볼카운트 2B2S에서 바깥쪽 직구를 밀어쳤다. 2회초 1사후 타석에 나온 이병규 역시 1B에서 바깥쪽 직구를 받아쳤다. 박용택은 좌익수 뜬공이었고, 이병규는 좌전 안타. 유희관의 복수는 쉽지 않아보였다.

하지만 유희관은 이후 승부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상대 타자들이 공략법을 들고 나왔지만, 여전히 자신의 가장 위력적인 무기가 뭔지 알고 있었다. 어차피 피하는 쪽이 승부에서 진다. 유희관은 이 진리를 잊지 않았다. 결국 박용택은 3회와 5회에 모두 2루수 땅볼로 처리했고, 이병규는 4회와 6회에 각각 투수 앞 땅볼과 좌익수 뜬공을 이끌어냈다.


특히, 6회 1사 1, 2루에서 이병규를 상대할 때 철저히 바깥쪽 직구 승부를 했다. 초구는 135㎞직구로 볼. 스트라이크존에서 살짝 빠졌는데, 대담하게 2구째도 같은 구종을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볼카운트 1B1S에서 유희관은 또 바깥쪽 직구를 던졌다. 결과는 좌익수 뜬공이었다. 유희관의 배짱이 빛난 장면이다.

그러나 유희관은 마지막에 박용택에게 한 방을 얻어맞았다. 박용택의 경험이 유희관의 배짱을 이긴 결과다. 1-0이던 7회초 1사 1루에서 타석에 나온 박용택은 유희관이 초구로 던진 130㎞짜리 바깥쪽 낮은 직구를 제대로 밀어쳐 좌중간을 가르는 동점 적시 2루타를 날렸다. 앞선 세 번의 타석에서 유희관을 철저히 분석한 결과 과감히 초구 승부를 택한 결과였다. 이 한 장면을 뺀다면 유희관은 '100% 복수'에 성공했을 것이다.

비록 박용택에게 동점 적시타를 맞았지만, 유희관은 결국 이날의 최종승자가 됐다. 7회까지 1점밖에 내주지 않았고, 7회말 두산 타선이 결승점을 뽑은 덕분에 승리투수가 됐기 때문이다. "LG에 복수하겠다"던 유희관의 말은 결국 현실이 됐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