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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에 등록된 대부분 투수들은 불펜에서 쉽게 140㎞를 던진다. 프로에서는 생존을 위한 당연한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딱 두 차례가 기록한 적이 있다. 138㎞다. 중앙대 시절과 두산에 입단해서 기록한 적이 있다. 죽어도 140은 못 넘기겠더라"고 했다.
당연히 절체절명의 포스트 시즌에서는 더욱 쓰기 어려운 카드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것 이상의 '내공'이 유희관에게도 쌓이기 시작했다. '어떤 볼배합이 가장 효과적인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공을 던져야 하는 지'에 대한 내공이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였다. 팀동료들이 그 변화를 서서히 느끼기 시작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열리기 직전 절친한 민병헌은 "희관이 형은 도대체 무슨 근자감(근거없는 자신감의 줄임말)인 지 모르겠어요. 박병호를 어떻게 막겠다는 건지. 말했으니까 잘 막겠죠"라고 했다.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 그가 언급한 "박병호는 두렵지 않다"고 했던 호언장담.
그런데 준플레이오프에서 그는 '좋은' 투수가 아닌, '특급' 투수로 업그레이드됐다. 2차전 7⅓이닝 5탈삼진 3피안타 1실점. 그리고 5차전에서는 괴력투를 선보였다. 7이닝 1피안타 9탈삼진 무실점. 좁은 목동구장, 즐비한 넥센의 거포를 한 방에 넉다운시켰다.
두산의 한국시리즈행을 결정지은 LG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도 그의 활약은 여전했다. 2회 정의윤과 김용의를 131㎞ 꽉 찬 패스트볼로 연속 3구 삼진으로 처리하는 모습은 압권이었다. 결국 7이닝 5탈삼진 1실점. 완벽한 에이스 모드다.
그는 흔히 뛰어난 제구력과 영리한 볼배합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포스트 시즌에서는 이런 그의 강점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됐다. 대부분의 공이 타자 무릎으로 깔려들어온다. 교묘하게 좌우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유희관은 싱커라고 한다. 그는 옆으로 휘면서 빠른 싱커와 느리면서 바깥으로 떨어지는 두 가지 싱커를 가지고 있다)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자연스럽게 좌우로 꽉 차는 패스트볼의 위력이 극대화된다.
포스트 시즌 대변신의 가장 큰 원인은 그의 독특한 배짱에 있다. 4차전이 시작되기 전 절친한 노경은은 "(유)희관이가 달라요. 오늘도 잘해줄 거에요"라고 했다. 4차전에 패할 경우 5차전 선발이 노경은이었다.
유희관은 "남들은 떨지만 나는 정말 이런 분위기가 좋다"고 했다. 꽉 찬 응원석과 숨막히는 긴장감이 오히려 그의 전투력을 배가시킨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볼배합을 완벽히 구사하는 가장 큰 이유. 페넌트레이스 때보다 플레이오프에서 더욱 세밀한 좌우코너워크와 변화구의 높낮이 조절이 자유자재로 가능한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흔히 "포스트 시즌을 즐겨야 한다"는 선수들이 많다. 그러나 말로만 그러는 경우가 많다. 유희관의 투구와 액션, 그리고 덕아웃에서의 표정을 자세히 보자. 그는 실제로 그렇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