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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우승 트로피 들고 싶다."(두산 유희관)
대망의 한국시리즈가 첨예한 신경전으로 후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삼성과 두산의 한국시리즈 개막을 하루 앞둔 23일 오후 2시 대구 시민체육관에서 2013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가 펼쳐졌다.
이날 미디어데이에는 양 팀의 류중일(삼성), 김진욱(두산) 감독을 비롯해 주장 최형우(삼성), 홍성흔(두산)과 투수 배영수(삼성), 유희관(두산)이 참석했다.
이들은 대체로 비장한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한국시리즈에 임하는 각오를 밝히면서도 '언중유골'같은 신경전도 빼놓지 않았다. 신경전이었지만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신경전은 '관록'과 '투혼'의 키워드로 시작됐다. 류중일 감독을 비롯한 삼성 측은 통합우승 3연패 기필코 달성을 강조하면서 최근 우승 경험이 많아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순리대로 평소 준비를 잘해왔으니 자신있다고 했다.
최형우와 배영수는 "그동안 한국시리즈를 기다리느라 경기를 빨리 하고 싶어 몸이 근질근질했다. 우리는 한국시리즈 준비에 강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도전자 입장인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치는 과정에서 보여준 투혼과 기적같은 승리를 앞세웠다. 투혼의 여세를 몰아 관록의 삼성을 깨뜨리겠다는 거이다. 특히 유희관은 "삼성은 3주 쉬었다지만 우리는 3일 잘 쉬었다. 3일 쉬니까 우리도 경기하고 싶어서 몸이 달아올랐다"고 응수했다.
이어 두산의 강점인 빠른 '발야구'를 놓고 양 팀 감독이 슬쩍 주고 받았다. 류 감독은 "두산은 상당히 빠른 팀이다. 우리도 페넌트레이스때 고전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 더이상 통하지 않도록 3주일간 다양한 상황 연습을 했기 때문에 걱정없다"고 했다.
그러자 김 감독은 "준PO와 PO때는 도루를 많이 자제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도루를 적극 활용할 것이다. 심지어 홍성흔도 뛸 준비가 됐다"면서 "삼성이 대비했다고 하는데 그만큼 우리도 대비해서 뛴다"고 받았다.
삼성이 이번에 비장의 카드로 던진 '이승엽 6번 타자'도 신경전의 소재로 떠올랐다. 류 감독은 "이승엽의 6번 타순은 중심타선의 확장 개념이다. 이승엽이 중간에 얼마나 해주느냐에 따라 한국시리즈의 향방이 달라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이승엽의 존재감을 인정하면서도 "이승엽이 혼자서 잘 치는 것은 괜찮다. 결정적일 때 안 맞도록 하면 된다"며 류 감독의 구상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술 더 떠 홍성흔은 "두려운 대상이 솔직히 승엽이다. 큰 경기를 많이 해 본 이승엽에게 승부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우승의 맛을 많이 봤으니 이번에는 물려달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거들었다.
두 감독은 현역 시절 맞대결 추억을 회고하는 대목에서 한층 유쾌한 설전으로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류 감독은 "신인 첫 해 대구 시범경기에서 김진욱 선배를 선발 투수로 만나 첫 타석부터 중전 안타를 친 기억이 있다. 그 계기로 야구를 잘 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김 감독은 "그 때는 시범경기니까…"라고 받아치며 폭소 강도를 높였다.
이들은 서로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류 감독은 "김 감독님은 일단 잘 생기지 않았느냐. 나도 선수들과 소통한다고 하는데 김 감독님은 선수들과 소통을 정말 잘 하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했고 김 감독은 "류 감독은 현역 때 정말 (야구를)잘했다. 유격수 출신이라서 야구 세세한 면을 많이 알고, 심리와 기술적인 부분이 잘 조화된 감독"이라고 치켜세웠다.
칭찬 릴레이는 주장들도 이어받았다. 홍성흔은 최형우에 대해 "나는 얘기를 많이 하며 통솔하는 스타일이지만 최형우는 묵묵히 눈빛으로 제압하는 카리스마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최형우는 "오히려 난 홍성흔 선배가 항상 부럽다. 가끔 오버할 때가 있지만 오버와 과묵함을 조절하는 걸 잘 하시는데 나는 그걸 못한다"고 화답했다.
양 팀의 신경전은 투수들이 '돌직구'를 서로 던지면서 대미를 장식했다. 유희관이 마지막 소감으로 "오늘 우승 트로피라는 걸 처음 봤다. 얼마나 무거운지 들어보도록 하겠다"고 다짐한 것에 대한 배영수의 응수가 걸작이었다. 배영수는 "삼성 왜 강하다고 하는지 보여주겠다. 그리고 유희관 선수 우승 트로피는 제것입니다"라며 못을 박아버렸다.
대구=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