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확률을 역행하는 두산의 '미친 야구'

기사입력 2013-10-26 11:46


25일 오후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과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5시간 34분의 연장 승부에서 5대1로 승리한 두산 선수들이 마운드 위에서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다.
대구=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10.25.

포스트 시즌 두산 야구는 좀 이상하다.

정형화된 강팀의 모습이 아니다. 한국시리즈를 우승했던 공식같은 패턴도 아니다. 한마디로 확률을 역행하는 '미친 야구'같다.

사실 실수도 많다. 어이없는 장면도 있다. 하지만 그림같은 장면도 나온다.

게다가 불안정하다. 수많은 위기도 맞는다. 그러나 그 위기를 견뎌낸 뒤 어김없이 반격이 이어진다.

워낙 기복이 심하기 때문에 전문가들조차 준플레이오프부터 꾸준하게 두산의 우세를 예측하지 못했다. 그런데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에 이어 한국시리즈에서 최강 삼성마저 2연승을 거뒀다. 특히 2차전 승리는 너무나 의미깊다.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으로 보였던 삼성의 최강 계투진 차우찬-안지만-오승환을 견뎌낸 승리이기 때문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중독된 위기상황, 넘사벽 위기관리

두산의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을 너무 많이 겪었다. 때문에 웬만한 위기는 위기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준플레이오프는 정말 심했다.


일단 끝내기 안타로 준플레이오프 2연패를 당했다. 그리고 벼랑 끝에 선 3차전은 절정이었다. 11회 무사 3루의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 위기를 넘기면서 끝내기 안타로 3차전을 승리했다. 두산 반격의 시발점. 그 이후에도 수많은 위기상황이 있었다. 특히 5차전 9회 박병호에게 동점 스리런 홈런을 맞았다. 하지만 결국 연장 접전 끝에 승리했다.

넥센과의 경기를 치르면서 두산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터득한 부분이 있다. 심리적으로 완벽한 '위기관리 능력'을 가지게 됐다. 결국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위기의 순간 호수비가 나왔다. 반면 LG는 실책을 연발했다. 결국 선수단 전체의 위기관리능력의 차이가 3승1패라는 결과를 낳았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식을 줄 모른다. 삼성은 넥센, LG와는 다른 팀이다. 포스트 시즌 경험이 풍부하고, 수비 조직력에서 두산과 대등한 팀이다.

그런데 2차전은 너무나 의외였다. 1차전 패배로 총력전을 예고한 삼성. 삼성이 자랑하는 안지만, 오승환을 모두 내보내겠다고 일찌감치 공언했다. 그리고 경기는 삼성의 의도대로 흘렀다. 우려했던 선발 밴덴헐크는 호투했고, 차우찬과 안지만 오승환으로 순조롭게 이어졌다.

결국 삼성은 두 차례의 완벽한 찬스를 맞았다. 10회 1사 만루, 11회 1사 1, 3루. 하지만 두산은 윤명준과 정재훈의 호투로 넘겼다. 결국 완벽한 투구를 보이던 오승환이 한계투구수에 다다르자, 오재일이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경기 막판 터진 타격도 좋았지만, 기본적으로 웬만한 위기상황에도 무너지지 않는 뛰어난 위기관리능력이 승리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25일 오후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과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연장 13회초 1사서 두산 오재일이 삼성 오승환에게서 우월 솔로포를 친 후 덕아웃에서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대구=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10.25.
불균형 투타, 하지만 진화한다

두산의 가장 큰 약점은 중간계투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 두산은 포스트 시즌에서 무너지지 않았다. 많은 실점을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오히려 한국시리즈 1차전을 제외하곤 타선이 제대로 폭발하지 않았다.

선발진이 잘 던져준 부분이 크다. 두산 황병일 수석코치는 "그동안 선발진이 잘해줬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선발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중간계투진도 걱정에 비해 그렇게 많은 허점을 드러내지 않았다. 두산의 탄탄한 수비력이 뒷받침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플레이오프에서는 홍상삼이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는 윤명준과 정재훈이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서 효과적인 투구를 했다.

그러나 불안한 것은 맞다. 확실한 중간계투진은 없다. 2차전 1-0으로 앞선 두산은 곧바로 홍상삼의 난조로 삼성에 동점을 허용하기도 했다.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중간계투진이 끝내기 안타를 맞고 2연패했다. 결과적으로 확실한 중간계투진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선수 개개인은 살벌한 포스트 시즌에서 진화하고 있다. 때문에 돌아가면서 절체절명의 순간에 제 역할을 한다.

너무나 능수능란한 위기관리능력과 불균형한 투타때문에 두산은 매 경기 롤러코스터같은 경기력을 보인다. 기존의 강팀이 가지고 있는 미덕인 안정성은 너무나 부족하다. 때문에 포스트 시즌에서 승리할 확률은 많이 떨어진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한 부분이 있다. 거꾸로 말하면 심리전, 집중력 등 외부변수가 너무나 크게 작용하는 포스트 시즌에서 두산이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마법같은 야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준플레이오프 2연패 후 3연승, 한국시리즈 2연승 등 확률을 역행하는 야구를 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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