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가을 두산'이 무서운 두 가지 이유, 열린 생각과 이심전심

최종수정 2013-10-27 10:19

25일 오후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과 삼성의 경기가 열렸다. 8회초 2사 1,3루서 두산 김재호의 1타점 적시타 때 홈에 들어온 3루주자 김현수가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대구=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10.25.

두산 베어스, 신기한 팀이다. 찬바람 부는 가을잔치에 마지막 손님으로 참석하더니 점점 주인공이 돼가고 있다.

포스트시즌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팀이 단단해지는 모습이 보인다. 더불어 거의 매 경기 새로운 스타플레이어, 흔히 말하는 '미친 선수'가 튀어나온다. 그렇게 넥센과 LG를 차례로 꺾더니 사상 첫 정규시즌-포스트시즌 통합 3연패를 노리는 삼성마저 휘청이게 하고 있다. 삼성과의 한국시리즈에서 먼저 2연승을 따내며 우승에 먼저 성큼 다가섰다.

준플레이오프 첫 두 경기를 치를 때의 두산, 이렇게까지 강한 팀이 아니었다. 벤치와 선수들 모두 어딘가 들뜨고 흔들리는 듯한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1, 2차전을 치른 두산은 강했다. 포스트시즌에서 많은 경기를 치른 바람에 타자들이 다소 치친 듯 했지만, 특유의 끈기와 뚝심이 경기 내내 살아있었다.

도대체 무엇이 두산을 이렇게 강하게 변모시켰을까. 크게 보면 남다른 팀워크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포스트시즌에 임하는 두산 타자들의 생각과 귀는 활짝 열려있다. 또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이걸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두 가지 사례가 있다.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201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2차전 경기가 25일 대구 시민운동장에서 열렸다. 두산 13회초 2사 2,3루에서 손시헌이 2타점 적시안타를 치고 3루까지 안착하고 있다.
대구=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10.25/
조언은 언제나 대환영

두산 김현수(25)는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다. 특히나 정확성이 매우 뛰어나 한때 '타격머신'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 한창 타격감이 절정에 올랐던 2008, 2009시즌에는 4할 타율에 가장 근접한 타자라고 평가되기도 했다.

그런 김현수에 비해 오재일(27)의 이름값은 크게 떨어진다. 프로입단 선배지만, 활약도는 김현수에 비해 미미했다. 힘은 뛰어났지만, 정확도가 떨어졌다. 3할 타율을 치지도 못했고, 두 자릿수 홈런과도 거리가 멀었다. 전 소속팀 넥센에서는 출전 기회가 많이 않았기 때문. 그러다 지난해 두산으로 팀을 옮겨 새롭게 기회를 얻었다. 김현수와 한솥밥을 먹은 것도 이때부터다.

그런데 이런 오재일이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는 김현수에게 타격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조언을 했다. 배팅을 할 때 왼손 엄지손가락에 끼우는 고무링을 빼고 스윙해보라고 말한 것이다. 김현수는 "재일이형이 '한번 빼고 치면, 내가 왜 그러라고 했는지 알거야'라며 고무링없이 쳐보라는 말을 해줬다. 그래서 그대로 해봤더니 확실히 타이밍이 빨라지더라"라고 털어놨다.


오재일은 이미 지난해부터 고무링을 끼우지 않은 채 배팅을 해왔다. 그렇게 해보니 확실히 스윙이 간결해지는 효과를 느꼈고, 이를 김현수에게 알려준 것이다. 결국 김현수와 오재일, 한국시리즈 1, 2차전에서 나란히 홈런을 때려냈다. 특히 오재일은 2차전에서 삼성의 최강 마무리 오승환을 상대로 연장전 결승홈런을 날리기도 했다. 분명 '탈고무링 효과'가 두 선수의 실력을 한층 더 키워준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고무링을 끼우고, 빼고하는 문제가 아니다. 바로 두산 벤치의 분위기다. 명성과 몸값 따위에 연연하지 않고, 누가 하는 이야기든 도움만 된다면 순순히 받아들이고 시행해보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백업선수 오재일이 간판타자 김현수에게 타격에 관한 조언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1, 2차전의 홈런도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이심전심의 증거, '노스텝 타격'

또 하나 두산이 강한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던 이유는 선수들의 하나된 마음이다. 굳이 미팅을 하지 않더라도 지금 두산 타자들은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적어도 삼진은 당하지 말자. 아웃될 때 아웃되더라도 공 하나라도 더 커트하고 가자'. 이런 투지가 선수들의 머릿속에 들어차 있다. 그게 타격에서도 엇비슷하게 나타난다. 대표적인 장면이 손시헌과 오재원의 '노스텝 타격'이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 모처런 선발 유격수로 출전한 손시헌은 1-1로 맞선 2회초 2사 1, 3루에서 중전 적시타를 쳤다. 이날의 결승타. 게다가 6-1로 앞선 6회에는 승리를 자축하는 좌월 솔로홈런까지 쳤다. 올해 포스트시즌 첫 선발 출전에서 홈런과 결승타 등 3안타를 치며 맹활약했다.

특히 손시헌은 6회 삼성 불펜투수 신용운을 상대로 홈런을 칠 때의 장면에 대해 "상대 투수의 공이 빨라 평소처럼 스텝을 하고 치면 타이밍이 늦을 것 같았다. 그래서 노스텝으로 쳤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오른손타자 손시헌은 타격을 할 때 순간적으로 왼발을 살짝 들었다 찍으며 친다. '원스텝 타격'이다. 그런데 신용운을 상대로는 즉석에서 왼발을 고정한 '노스텝'으로 친 것이다. 기민한 상황판단력이었다.

손시헌 뿐만 아니다. 오재원 역시 2차전에서 이런 모습을 보였다. 2회 밴덴헐크를 상대로 2루타를 쳤을 때 '노스텝 타격'을 했다. 손시헌의 조언이 있었을까. 그건 아니었다. 하지만 오재원도 손시헌과 마찬가지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오재원은 "밴덴헐크의 공이 빨라서 스윙이 자꾸 늦었다. 그러다가 삼진을 당할 것 같았다. 커트라도 하려고 노스텝으로 쳤는데, 결과가 잘 나왔다"고 밝혔다. 손시헌의 말과 거의 일치하는 답변이다.

이유가 있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포스트시즌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임해야 하는 지 두산 타자들이 대부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재원은 "서로 말을 안해도 머릿속에서는 다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는 타격을 하려고 모든 선수들이 준비하고 있다"며 두산 타자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가을이 깊어질수록 두산 야구가 강해지는 이유, 이런 '이심전심'에서 찾을 수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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