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강 삼성이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커다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여기서 더욱 아쉬운 점은 이른바 '득점권 공포증'이다. 타선이 큰 것 한방씩 펑펑 날려주지 않아도 된다.
득점 찬스가 오면 희생타든, 안타든 짧게 쳐서라도 1점씩 차근차근 쌓아가는 꾸준함이 필요했다. 1점 승부를 펼치는 단기전에서는 더욱 중요한 덕목이다.
25일 대구 2차전은 13회까지 가는 혈투로 펼쳐졌다. 이 때문에 역대 최장시간 경기, 최다 투구수, 최다 탈삼진 등 포스트시즌 신기록이 쏟아져 화제가 됐다.
여기서 안타까운 화제가 된 것은 삼성의 끝내기 연속 실패였다. 오랜 시간이 흘러도 잊지 못할 장면이었다.
1-1이던 연장 10회말 1사 만루에서 이승엽이 2루수 땅볼을 치며 3루 주자를 아웃시켰고, 계속된 2사 만루에서 대타로 나온 우동균은 유격수 플라이로 찬스를 날렸다.
11회말에도 삼성 덕아웃은 끝내기 세리머니에 나설 채비를 했다가 입맛을 다셨다. 1사 1,3루의 찬스에서 정형식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계속된 공격에서 박석민이 고의4구를 얻은 덕분에 다시 2사 만루의 기회가 왔다. 하지만 이 역시 강명구의 2루수 땅볼이었다.
"한국시리즈같은 큰 경기에서 연이서 끝내기를 실패하고 2번의 만루 기회를 무위로 보낸 것은 처음 본 것 같다"는 게 야구인들의 한탄이다.
삼성은 이에 앞서 1, 5회에도 득점권에 주자를 보내놓고도 실패했고, 8회에는 동점을 한 뒤 달아날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결국 이같은 공포증은 연장 13회 대패하는 비극으로 봉착했다. 한국시리즈 사상 한 경기 최다잔루(16개)라는 달갑지 않은 신기록만 안은 채 말이다.
3차전은 승리하기는 했지만 득점권 공포증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었다. 삼성이 3대2로 이길 때 적시타로 인한 득점은 없었다. 상대의 실책과 폭투, 희생타에서 힘겹게 뽑은 것이었다.
1회와 2회 연이은 2루타로 득점 주자를 보낸 상황을 살렸다면 한결 쉽게 풀어갈 경기를 마지막까지 불안하게 이끌었다.
삼성의 득점권 공포증은 4차전에서 다시 극에 달했다. 2차전의 끝내기 실패의 악몽을 재현하는 듯 했다.
2회초 2사 1,3루를 헛스윙 삼진으로 날린 삼성은 3회초 2사 만루의 황금 찬스를 또 만들어내고도 루킹 삼진으로 진짜 바라보기만 했다.
삼성은 9회초 1-2로 추격에 성공하면서 2사 1,3루의 찬스를 맞아 도루에 성공하며 역전을 노렸지만 이전과 마찬가지로 땅볼로 마무리했다. 1점차 벼랑끝 승부였던 4차전에서 득점권 찬스 1개만 살렸더라면 삼성의 운명이 어떻게 바뀔지 모를 일이었다.
삼성은 올시즌 페넌트레이스에서 우승을 할 때 득점권 타율 2할9푼8리로 9개 구단 가운데 1위를 차지했던 팀이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삼성이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준 최고 난제이자 넘어야 할 벽이기도 하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