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이재우 '몸쪽 승부'에 얼어붙은 삼성타선

최종수정 2013-10-29 07:02

두산과 삼성의 2013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이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다. 3회초 2사 만루 두산 이재우가 삼성 박석민을 몸쪽 꽉차는 직구로 스탠딩 삼진 처리하며 이닝을 마무리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는 공 가운데 타자가 가장 까다롭게 여기는 코스는 몸쪽 공(inside pitch)이다.

몸쪽 공은 타자의 눈에 가깝지만 제구가 낮게 제대로 됐을 때는 배트 중심에 맞히기가 어렵다. 코너워크에 능한 투수라면 몸쪽과 바깥쪽 공을 섞어 던지다 흔히 말하는 '몸쪽 꽉차는' 공으로 타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경우가 많다. 몸쪽 공은 타자의 심리를 위축시키기 위해 던지는 '위협구(brushback pitch)'와는 개념이 전혀 다르다. 순전히 완벽한 코너워크를 통해 타자의 배팅 타이밍을 빼앗기 위해 던지는 결정구로 보면 된다.

2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삼성의 한국시리즈 4차전서 두산 선발 이재우는 '몸쪽 승부'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재우가 실전 마운드에 오른 것은 지난 17일 LG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 이후 11일만이었다. 중간에 불펜 피칭을 실시했지만, 실전 투구 감각은 다소 떨어졌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등판을 한 것이다.

이럴 경우 초반 제구력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더구나 이재우는 제구력이 매우 뛰어난 투수는 아니다. 올 정규시즌서 66⅔이닝 동안 48개의 볼넷을 내줬다. 9이닝 한 경기 기준 6.48개의 볼넷을 내준 꼴이다. 이 수치의 두산 투수들의 평균이 4.02개인 것을 감안하면 이재우의 제구력을 가늠할 수 있다. 정규시즌 기록과 최근 투구 감각을 고려하면 이재우가 초반부터 고전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였다.

그러나 이재우는 1회 삼자범퇴를 시키는 과정에서 직구 위주의 볼배합으로 제구력을 잡아나갔다. 2회에는 최형우 박석민 이승엽 등 삼성 중심타선을 맞아 1사 1,2루의 위기에 몰렸지만, 박한이를 유격수 땅볼, 이지영을 삼진 처리하며 가까스로 이닝을 마쳤다.

하지만 타순이 한 차례 돈 3회 들어 이재우는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2사후 김태완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더니 채태인에게 바깥쪽 직구를 던지다 좌전안타를 맞고, 최형우는 체인지업과 포크볼로 유인하려다 또다시 볼넷을 허용, 만루에 몰렸다. 이재우의 몸쪽 승부가 빛을 발한 것은 바로 다음 타자 박석민과의 대결이었다.

이재우는 초구와 2구를 모두 몸쪽 볼로 던져 2B에 몰렸다. 카운트를 잡기 위해 던진 3구째 139㎞짜리 직구에 박석민은 방망이를 헛돌렸다. 4구째 136㎞ 낮은 직구는 파울이 돼 볼카운트는 2B2S. 여기에서 포수 양의지의 사인은 몸쪽 직구. 이재우는 140㎞짜리 직구를 몸쪽 높은 스트라이크존으로 찔러넣었다. 박석민은 방망이를 내밀지 못하고 꼼짝없이 당했다. 이재우가 제구력 불안감을 덜어내며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였다.

이후 4회를 삼자범퇴로 가볍게 넘긴 이재우는 5회 세 타자를 모조리 몸쪽 공으로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기염을 토하며 경기 흐름을 완전히 장악해 버렸다. 선두타자 정병곤을 볼카운트 1B2S에서 137㎞짜리 몸쪽 꽉차는 직구로 '스탠딩' 삼진으로 돌려세운데 이어 배영섭은 3B 이후 130㎞대 후반의 직구를 몸쪽 스트라이크로 잇달아 던져 또다시 삼진으로 처리했다. 6구째 139㎞짜리 허리 근처를 파고드는 직구에 배영섭은 꼼짝도 하지 못했다. 김태완은 볼카운트 1B2S에서 몸쪽으로 뚝 떨어지는 127㎞ 포크볼로 헛스윙을 유도해 삼진 처리했다.

무조건 몸쪽 공을 잘 던지다고 타자와의 승부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다. 완벽한 코너워크와 다양한 구종, 타자를 헷갈리게 만든 볼배합도 이재우의 몸쪽 승부를 돋보이게 한 요인이었다.
잠실=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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