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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류중일 감독은 한국시리즈가 열리기 전 한 무명선수를 키플레이어로 꼽았다. 이제 입단 3년차로 이름도 별로 알려지지 않은 선수, 하지만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있었다. 부상으로 이탈한 주전 유격수 김상수의 공백을 메워야 했기 때문이다. 대졸 3년차 내야수 정병곤(25)이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후 침묵이 이어졌다. 역시 '경험'이란 말이 나왔다. 그래도 '구멍' 같은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처음 겪는 큰 경기지만, 매끄럽게 수비를 이어갔다. 갓 3년차 선수로 덜덜 떨 법도 했지만, 정병곤은 너무나 침착했다.
하지만 정병곤은 상대의 수비 움직임을 보고, 순간적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재치 있게 유격수 키를 넘기는 중전안타를 만들어냈다. 뒤이어 박한이의 2타점 결승타가 터지면서 벼랑 끝에 몰렸던 삼성은 대구로 갈 수 있었다. 정병곤의 재치가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승리였다. 홈을 밟은 정병곤은 그 어느 때보다 활짝 웃었다.
경험부족은 단기전에서 큰 위험요소다. 하지만 반대로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데이터가 없고, 경험을 통해 조금씩 몸이 풀려간다면 오히려 더 큰 활약을 보일 수도 있는 일이다. 앞으로 정병곤은 삼성 타선에서 가장 큰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어쩌면 류 감독은 정병곤에게 그런 모습을 기대했는지도 모른다. 정병곤의 경북중-경북고 2년 후배인 김상수도 처음엔 우려 속에 주전 자리를 꿰찼다. 베테랑 박진만의 그림자는 컸다. 누구나 그런 과정을 겪는다. 갑자기 주전으로 도약하는 건 어렵다.
LG에서 트레이드된 뒤 올시즌 1군 무대를 밟고선 "그래도 고향팀에 와서 기회도 더 생기고, 잘 풀리는 것 같다"고 하던 그가 기억난다. 지난해 2군에 머물던 그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당당한 주전이다. '키플레이어' 정병곤이 또다시 일을 낼 수 있을까. 기적 같은 역전 우승을 바라는 삼성은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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