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사상 첫 감독교체 無! 바뀐 트렌드, 왜?

기사입력 2013-11-10 11:00



한국프로야구 역사에서 한 해도 빠짐 없이 일어났던 일이 있다. 매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감독 교체'. 2013년은 프로야구 출범 32년만에 처음으로 감독 교체가 없었던 시즌이 될 전망이다.

사령탑 교체는 구단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쇄신안 중 하나다. 시즌 중반 갑작스런 경질로 충격요법을 주거나, 시즌 종료 후 새로운 도전을 천명하며 새 사령탑을 모시는 일은 일상다반사였다. 82년부터 2012년까지 감독 교체 없이 지난 해는 없었을 만큼, 자주 꺼낸 카드다.

반면 그동안 팀을 만들어온 사령탑을 바꾼다는 건 연속성을 해치는 일이기도 하다. 장기적으로 리빌딩을 하고 있는 팀의 경우, 갑작스레 노선이 변경돼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사령탑 교체 후 줄줄이 코칭스태프까지 팀을 떠날 수 있음을 감안하면, 구단 입장에선 용단을 내려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잘했는데 감독을 자르는 일은 흔치 않다. 프로는 성적으로 말한다. 성적을 낸 구단은 감독 교체 카드를 꺼내는 일이 흔치 않다. 여기서 '성적'의 마지노선은 대개 포스트시즌 진출로 여겨진다.

올시즌 4강에서 탈락한 팀들은 모두 잠재적인 감독 교체 후보팀들이었다. 롯데, SK, NC, KIA, 한화인데 신생팀 NC의 경우 부족한 선수층에도 7위라는 호성적을 냈기에 논외다. 롯데 SK KIA 한화 중 사령탑의 계약기간이 끝난 팀은 없었다. 롯데와 한화는 새 감독이 부임한 뒤 치른 첫 시즌이었고, SK와 KIA는 아직 계약기간이 1년 남은 상황이다.

첫 해부터 '불신임' 의견을 내긴 힘들다고 보면, SK와 KIA가 감독 교체가 가능한 팀이었다. 하지만 두 팀 모두 계약기간을 채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마무리훈련에 들어갔다는 사실 자체가 내년 시즌을 맡긴다는 전제가 깔린 것이므로,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한 감독 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분명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전격 경질이든, 자진사퇴로 포장된 경질이든, 새 일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이후에도 잔여 연봉을 지급해왔다. 감독 교체에 있어 계약기간은 크게 중요치 않았다.


SK와 삼성의 2013 프로야구 주중 2연전 첫번째날 경기가 29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렸다. 8회초 투수교체를 위해 마운드에 오른 SK 이만수 감독이 야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인천=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8.29/
이번엔 모두들 다른 쇄신안을 꺼냈다. 감독의 계약기간을 보전하되, 수족과 같은 코칭스태프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구단이 적극적으로 코칭스태프 인사에 개입해 수석코치를 비롯해 주요 파트의 1군 코치진을 바꾸는 식이다. 2군 코치와 자리를 맞바꾸거나, 아님 아예 재계약 불가 통보를 해 구단에서 내보내는 방법으로 감독을 압박한다.


아직까지 한국프로야구엔 '사단' 개념이 있다. 예전보단 흐려졌지만, 감독을 따라 구단을 옮기는 코칭스태프들이 많다. 한 팀을 이끌어가려면, 서로 방향이 일치하고 대화가 통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감독에게 코치들의 존재감은 크다. 감독과 선수단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는 코치들이 바뀌면 순식간에 감독의 리더십이 요동칠 수 있다.

SK와 KIA는 시즌 종료와 동시에 대폭적인 코칭스태프 개편을 단행했다. SK는 은퇴 후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는 박경완을 파격적으로 2군 감독으로 선임했다. 또한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들을 대거 1군에 포진시켰다. KIA는 시즌 종료와 동시에 4명의 코치에게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고, 한대화 수석 체제로 과거 삼성 시절 선동열-한대화 조합을 새로 선보였다.

새 사령탑 아래 첫 시즌을 치른 롯데와 한화 역시 코칭스태프 교체는 있었다. 롯데는 시즌 뒤 코칭스태프를 개편하면서 김시진 감독이 데려온 권영호 수석을 팀에서 떠나 보냈다. 감독의 오른팔을 잘라낸 셈이다. 한화는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전반기를 마친 뒤 주요 파트의 1,2군 코치진 보직을 맞바꾸며 쇄신을 꾀한 바 있다.

잦은 감독 교체는 팀엔 독이 될 수밖에 없다. 방향성을 잃고 갈팡질팡하기 좋은 일이 바로 감독 교체다. 구단 고위층의 입맛에 맞게 이렇게 바꿨다, 저렇게 바꿨다를 반복하면 팀은 골병이 든다. 이젠 구단들도 감독 교체 대신 다른 쇄신안을 꺼내고 있다. 물론 수족 같은 코치들이 잘려 나가는 것을 보는 감독들은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2013프로야구 경기가 27일 광주 무등경기장에서 열렸다. 경기전 원정팀인 롯데 김시진 감독이 선동열 감독을 찾아 인사를 건네고 있다.
광주=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8.27/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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