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토크] 김선우 "떠밀려 야구를 그만두기는 싫었다"

기사입력 2014-03-02 10:08


LG 트윈스 선수단이 일본 오키나와 이시카와 구장에서 전지훈련을 펼치고 있다. 19일 진행된 훈련에서 김선우가 불펜피칭을 하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 전지훈련에서 체력 강화와 컨디션 올리기에 초점을 맞춘 훈련을 펼쳤던 LG는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타격과 수비 훈련에 집중하며 각 구단과 연습경기를 가질 예정이다.
오키나와(일본)=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2.19/

지난해 11월,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두산이 베테랑 투수 김선우를 방출 시킨 것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선수와 구단 간의 상호 합의 하에 이뤄진 방출이었다. 구단은 은퇴 후 코치직을 제안했으나, 선수가 "나는 더 뛰고 싶다"며 정들었던 팀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곧바로 한지붕 라이벌 LG 유니폼을 입게됐다. 5억원의 연봉이 1억5000만원으로 줄고, 라이벌 팀으로 이적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지만 김선우가 바라는 건 딱 하나였다.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일이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훈련에 한창인 김선우를 만났다.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다른 LG>

-새 팀에서의 적응이 궁금하다.

너무 잘하고 있다. 후배들이 나를 정말 잘 챙겨준다.(웃음) 주변에서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라고 LG가 나를 영입했다'고 하는데, 내가 오히려 후배들에게 이것저것 배우고 있다.

-김선우가 본 LG, 자세히 설명해달라.

정말 가족같은 분위기다. 깜짝 놀랐다. LG를 모르는 사람들이 말하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선수들이 베테랑, 후배들 할 것 없이 정말 열심히 훈련한다. (류)택현이 형부터 스스로 체계적인 훈련을 하니 후배들이 따라가지 않을 수 없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자신들이 해야할 것을 철저히 한다. 나만 조금 더 열심히 하면 될 것 같다.

-메이저리그로 치면 보스턴에서 뉴욕 양키스로 이적한 것과 같다. 시선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오직 가족 생각 뿐이었다. 애들이 한창 아빠를 찾을 때다. 지방팀에서 뛴다면 아내와 아이들이 힘들어할 것 같았다. 그 때 마침 LG에서 연락이 왔다. 두산에서 LG로 옮긴다는 자체가 부담도 되고, 걱정도 되기도 했지만 최우선은 가족이었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못할 일은 아니었다.

<나는 지금 보직을 따질 여유가 없다>

-몸상태가 궁금하다.

여기저기 조금씩 아픈데는 선수라면 당연히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지난해 나를 괴롭혔던 무릎 통증은 이제 거의 없다는 것이다. LG는 트레이닝 파트가 굉장히 좋은 것 같다. 코치님들을 믿고 따라가고 있다.

-보직은 언질을 받았는지.

나는 지금 보직을 따질 여유가 없다. 좋은 투수들이 정말 많다. 경쟁을 해야한다. 일단 몸을 잘 만들고 주어지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 뿐이다. 다만, 나는 선발투수였기 때문에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몸을 만드는게 기본이다. 그래야 길게든, 짧게든 실전에서 던질 수 있다.

-올시즌 목표는 무엇인가.

아직 구체적인 목표를 말할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확실히 약속할 수 있는 건 하나 있다. 정말, 내 최고의 컨디션으로 가장 강한 공을 던질 수 있는 몸을 만들어 마운드에 서겠다는 것이다. 언제가 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팀이 나를 필요로 할 때 내 역할을 할 수 있게 준비하겠다.

<떠밀려 야구를 그만두기는 싫었다>

-지난 2년간 기대치에 못미쳤다. 그리고 결국 두산을 떠나야했다.

나는 세상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잘 모른다. 신경쓰지도 않는다.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 그냥 무던히 야구선수로서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LG에서 명예회복을 하겠다 이런 마음은 없다. 다만, 내 스스로 인정할 수 있을 때 야구를 그만두고 싶었다.

-스스로 인정할 수 있을 때는 언제인가.

올해도 될 수 있고, 내년이 될 수도 있고, 5년 후가 될 수도 있다. 내 실력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미련을 접어야 하는게 맞다. 하지만 나는 야구를 더 하고 싶었고, 아직 할 수 있다고 믿기에 도전한다. 누구한테 떠밀려 야구를 그만두는 것과, 내가 해볼 수 있을 때까지 해보고 그만두는 것은 엄청난 차이라고 생각했다.

김선우는 1일 오키나와 킨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선발로 등판, 2이닝 동안 공을 던졌다. 초반 제구 난조로 1점을 내줬지만 2회에는 전성기 시절 밸런스를 찾으며 좋은 투구를 했다. 최고구속이 140km를 넘기는 등 시즌을 앞두고 잘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베테랑 김선우가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투수진에 합류하게 된다면, LG 마운드는 정말 강해질 수 있다.


오키나와(일본)=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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