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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회에만 11실점, 그것도 9회 마지막 이닝. 한 투수는 5연속 안타, 다른 투수는 7연타를 얻어맞았다. 거짓말같은 구성이지만, 실제로 나왔다.
우선 첫 번째. KIA 불펜의 밑바닥은 과연 19일 SK전에 드러난 것일까. 결론적으로 그렇지는 않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시범경기 중에 나온 일이기 때문. 다양한 실험을 해보는 시기다. 어떤 면에서는 최악의 상황이 나오는 것도 보약이 된다. 이 시기에 나타나는 팀의 모습은 완전한 정규시즌 전력과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다음 이유는 이대환과 박준표의 위상이다. 이들은 필승조가 아니다. 개막 후 1군에 확실하게 남게될 지도 장담할 수 없는 투수들이다. 이들의 실력이 KIA불펜의 전부라고 판단해선 안된다.
1군 불펜진에는 소위 '패전처리'라는 보직이 있다. 최근에는 '추격조'라는 용어를 쓰기도 하는데, 이들의 임무는 지고 있는 상황에 나와 타선이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거나 혹은 빨리 경기를 끝내는 데 있다. 이들의 역할도 필승조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이런 투수들이 가동될 경우 19일 SK전과 같은 장면은 나오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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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로 뒤져 패색이 짙었던 9회초 SK의 공격. KIA는 정규이닝 마지막 수비 때 팀의 5번째 투수로 이대환을 올렸다. 실험이다. 점수차가 많이 벌어졌고, 승패의 부담은 적은 경기. 이대환에게는 오히려 좋은 기회다. 편하게 던지면서 자기 실력을 보여주면 됐다. 그러나 이대환은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내야 실책도 하나 있었지만, 5안타 1볼넷 1희생플라이로 무려 6점이나 내주고 말았다. 뒤에 나온 박준표 역시 마찬가지다. 전혀 부담감을 갖지 않아도 되는 상황임에도 긴장감에 얼굴이 굳어있었다.
벤치도 이들의 상태를 즉각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끝까지 밀고 나갔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상관하지 않고, 투수들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최악의 상황에 선수를 몰아넣어보고, 거기서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관찰하고 평가하기 위한 시도다.
선 감독은 시범경기 기간에 늘 "오히려 이 시기에는 안좋은 모습이 나오는 편이 낫다. 안좋은 모습은 확인하고 고치면 된다"는 말을 한다. 이 발언의 연장선 위에서 19일 경기를 복귀해보면 벤치의 의도가 어느 정도는 보인다. 비록 이 시도가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지만, 아직은 KIA 불펜의 현주소를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