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이닝 11실점 KIA 불펜'이 만든 세 가지 의문점

기사입력 2014-03-20 10:09


삼성과 KIA가 8일 대구 시민구장에서 시범경기를 펼쳤다. KIA 박준표.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03.08

한 회에만 11실점, 그것도 9회 마지막 이닝. 한 투수는 5연속 안타, 다른 투수는 7연타를 얻어맞았다. 거짓말같은 구성이지만, 실제로 나왔다.

19일 광주 SK전의 한 장면. 9회초에 나온 불펜투수 이대환과 박준표가 무려 12개의 안타를 맞으며 11점을 내줬다. 최악의 결과. 위험요소로 지적됐던 KIA 불펜의 밑바닥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장면이다. 몇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과연 이 경기를 가지고 KIA 불펜의 밑바닥이 정말로 드러났다고 평가해도 좋은 것일까. 과연 정규시즌에도 이런 장면이 나올 수 있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실상 이 결과를 만들어낸 벤치의 의도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우선 첫 번째. KIA 불펜의 밑바닥은 과연 19일 SK전에 드러난 것일까. 결론적으로 그렇지는 않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시범경기 중에 나온 일이기 때문. 다양한 실험을 해보는 시기다. 어떤 면에서는 최악의 상황이 나오는 것도 보약이 된다. 이 시기에 나타나는 팀의 모습은 완전한 정규시즌 전력과는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다음 이유는 이대환과 박준표의 위상이다. 이들은 필승조가 아니다. 개막 후 1군에 확실하게 남게될 지도 장담할 수 없는 투수들이다. 이들의 실력이 KIA불펜의 전부라고 판단해선 안된다.

두 번째 의문은 다음과 같다. '과연 정규시즌에도 이런 장면이 나올까'. 이건 '안 나온다'라고 확언하기 어려운 문제다. 6개월에 달하는 긴 시즌 동안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를 추측하는 것은 무리다. 필승조가 아무리 탄탄히 만들어졌더라도 그날 컨디션이나 부상 또는 상대타자의 분위기에 따라 대량 실점 경기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9회에 두 투수가 5연타-7연타로 11실점'과 같은 식의 모습은 나오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보통 아무리 경기가 넘어간 상황이라도 투수가 5연타나 7연타를 맞을 때까지 그냥 내버려두지는 않는다. 정규시즌이라면 다음 경기를 위해서라도 흐름을 끊는 벤치의 움직임이 반드시 나온다. 그래서 실점을 줄이고, 빨리 경기를 끝내려고 한다. 어차피 밀린 경기, 데미지를 최소화해야 다음 경기에 되갚아줄 힘이 남기 때문이다.

1군 불펜진에는 소위 '패전처리'라는 보직이 있다. 최근에는 '추격조'라는 용어를 쓰기도 하는데, 이들의 임무는 지고 있는 상황에 나와 타선이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거나 혹은 빨리 경기를 끝내는 데 있다. 이들의 역할도 필승조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이런 투수들이 가동될 경우 19일 SK전과 같은 장면은 나오기 어렵다.


15일 오후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2014 프로야구 시범경기 두산과 KIA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 전 KIA 선동열 감독이 경기장을 둘러보고 있다.
광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3.15.
마지막이자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의문점이다. KIA 벤치는 왜 이런 상황을 만들었을까. 사실상 19일 SK전 9회의 상황은 KIA 벤치, 엄밀히 말하면 선동열 감독이 유도해낸 것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불펜 투수들이 연이어 얻어맞고 있었지만, 꾹 참고 기다렸다. 결국 이 침묵은 11실점의 빌미가 됐다.


2-7로 뒤져 패색이 짙었던 9회초 SK의 공격. KIA는 정규이닝 마지막 수비 때 팀의 5번째 투수로 이대환을 올렸다. 실험이다. 점수차가 많이 벌어졌고, 승패의 부담은 적은 경기. 이대환에게는 오히려 좋은 기회다. 편하게 던지면서 자기 실력을 보여주면 됐다. 그러나 이대환은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내야 실책도 하나 있었지만, 5안타 1볼넷 1희생플라이로 무려 6점이나 내주고 말았다. 뒤에 나온 박준표 역시 마찬가지다. 전혀 부담감을 갖지 않아도 되는 상황임에도 긴장감에 얼굴이 굳어있었다.

벤치도 이들의 상태를 즉각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끝까지 밀고 나갔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상관하지 않고, 투수들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최악의 상황에 선수를 몰아넣어보고, 거기서 어떻게 살아남는지를 관찰하고 평가하기 위한 시도다.

선 감독은 시범경기 기간에 늘 "오히려 이 시기에는 안좋은 모습이 나오는 편이 낫다. 안좋은 모습은 확인하고 고치면 된다"는 말을 한다. 이 발언의 연장선 위에서 19일 경기를 복귀해보면 벤치의 의도가 어느 정도는 보인다. 비록 이 시도가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지만, 아직은 KIA 불펜의 현주소를 평가하기에는 이르다.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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