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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작 첫 승일 뿐이다. 남은 정규시즌 경기수를 생각해보면, '1승'은 별로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KIA 타이거즈가 29일 대구구장에서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거둔 개막전 승리는 보통의 '1승'과는 조금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을 듯 하다. 승리를 만들어낸 과정 속에서 KIA의 새로운 면모가 확연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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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과의 개막전에서 KIA는 딱 한 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결승점으로 만들어냈다. 빠른 테이블세터진과 정확한 중심타선의 팀배팅이 조화를 이룬 결과다. 장면을 회상해보자.
KIA의 1회 2득점은 '테이블세터 출루'-'기민한 주루플레이'-'중심타선 팀배팅'의 흐름이 원활하게 이어진 결과다. 지난해까지는 이 흐름이 부자연스러웠다. 그 결과 KIA는 지난해 경기당 득점 생산이 9개 구단 중 7위(22.05)에 그쳤다. 득점(587점-6위)은 적었고, 잔루(1005개-2위)는 많았다. 공격이 원활하지 못했다. 하지만 적어도 2014시즌 개막전에서의 KIA 공격진은 이런 과거의 모습에서 벗어난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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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KIA는 2대1로 1점차 승리를 거뒀다. 초반에 쉽게 2점을 뽑은 KIA는 서서히 삼성의 거센 반격을 맞이했다. 선발 데니스 홀튼이 뛰어난 제구력과 노련미 넘치는 경기 운영능력으로 이 공세를 막아냈지만, 가끔씩 뚫렸다. 그럴때 수비가 집중력을 발휘했다.
우선 2회말. 삼성 선두타자 박석민의 타구가 마치 번트타구처럼 홈플레이트 앞쪽에 맞고 굴렀다. 내야안타가 될 뻔한 타구다. 그러나 포수 차일목이 재빨리 잡아 1루로 던졌다. 송구 방향은 좋지 못했다. 급하게 던지다보니 1루 베이스 좌측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날 선발 1루수로 나온 김주형이 이 공을 끝까지 잘 잡아냈다. 다리를 쭉 벌리고, 무릎을 땅에 부딪히면서도 베이스에서 발을 떼지 않고, 정확히 공을 잡아냈다. 초반 이 타구가 내야안타로 이어졌다면 홀튼이 흔들릴 수도 있었다.
결국 김주형은 이 장면에서 무릎을 다친 여파로 5회에 김민우와 교체됐다. 그런데 김민우의 수비력도 돋보였다. 전천후 내야수답게 낯선 1루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우선 삼성이 1점 따라붙은 6회말. 1사 1루에서 이승엽의 1루쪽 강습타구를 침착하게 잡아 베이스 터치 후 2루로 던져 깔끔한 병살수비를 완성했다.
김민우의 진가가 더 빛난 것은 마지막 9회였다. 1사 2루의 동점 위기에서 역시 이승엽이 강하게 친 타구를 몸을 던져 잡은 것. 1루 베이스 옆쪽을 관통해 우익수 앞까지 구를 법한 타구였지만, 김민우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동점을 막아낸 특급 수비였다.
8회말 중견수 이대형의 수비도 돋보였다. 선두타자로 타온 대타 김태완의 타구를 펜스 앞에서 마지막 순간 훌쩍 뛰어올라 잡아냈다. 이 역시 KIA의 승리를 지킨 수비였다. 수비력의 강화, 특히 어떤 선수가 나오든 지 집중력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도 KIA가 달라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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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인상적인 장면은 KIA가 '1점차 승리'를 지켰다는 점이다. 선발과 필승불펜 그리고 마무리 투수의 연계가 매우 이상적으로 이뤄졌다.
이날 홀튼이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뒤 필승조로 서재응과 박경태가 나와 각 1이닝씩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서재응은 비록 5선발 경쟁에서는 탈락했지만, 노련미를 앞세운 1이닝 필승조로서의 가능성을 확실히 보여줬다. 이 경기를 통해 등판 간격만 잘 조절할 수 있다면 서재응의 필승조 투입은 매우 이상적인 선택이라는 게 입증됐다.
또 박경태는 5선발이지만, 개막전의 특수성을 감안해 잠시 1이닝 불펜으로 투입됐다. 이 역시 나쁘지 않은 카드다. 선발 등판 간격이 일정하기 때문에 1이닝 정도는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게다가 박경태는 불펜 경험도 풍부하다. 결과적으로 박경태 역시 겨우 7개의 공만으로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마쳐 다음 등판에도 영향을 받지 않게 됐다.
마지막 어센시오의 마무리 투구는 올해 KIA의 진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2-1로 쫓긴 9회말. 상대는 4번 최형우부터 시작되는 막강한 삼성의 중심타선이다. 누구라도 긴장할 수 밖에 없는 박빙 승부에서 어센시오는 배짱있게 공을 던졌다.
선두타자 최형우에게 좌전안타, 그리고 대주자 박찬도의 도루로 무사 2루의 극한 상황에 몰렸지만, 5번 박석민에게 몸쪽 꽉찬 직구를 던져 삼진처리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어센시오의 진가가 빛난 장면이다. 흔들림없이 경기를 끝낼 수 있는 마무리 투수. KIA가 오랫동안 찾아 헤맸던 승리의 열쇠였다. 올해 KIA는 어센시오라는 '정답'을 찾은 듯 하다.
지난해 KIA는 1점차 승부에서 9개 구단 중 최저승률(0.346)에 머물렀다. 26차례 1점차 승부에서 겨우 9번 밖에 이기지 못한 것이다. 그만큼 경기 후반 집중력 그리고 뒷마무리가 부실했다. 그러나 개막전에서 나온 여러 장면들은 KIA가 지난해와는 확실히 달라질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