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가 사라질뻔 한 KIA, 대타도 잘 써야 한다

기사입력 2014-04-17 12:06


15일 오후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2014 프로야구 시범경기 두산과 KIA의 경기가 열렸다. 사진은 KIA 백용환
광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3.15.

말이 씨가 될 뻔했다. 만약 정말 그렇게 됐다면 아찔한 상황이다.

16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를 앞둔 KIA 타이거즈에는 1군 엔트리의 조정이 있었다. 포수 김상훈과 외야수 김주찬이 2군으로 내려갔고, 포수 백용환과 외야수 김원섭이 그 자리를 메웠다. 김상훈은 최근 부진이 계속되자 스스로 후배에게 기회를 주는게 낫다고 판단해 면담을 통해 2군행을 자청했고, 김주찬의 경우는 발바닥 근육에 염증 증세가 있어 휴식차원에서 열흘 정도 2군에 가게 된 것.

어쨌든 이렇게 되면서 1군 포수 자리에는 차일목과 백용환이 남게 됐다. 주전과 백업으로 이루어진 2명의 포수. 그런데 만약 두 선수를 모두 쓸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될까.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특히 KIA는 외국인 마무리 투수를 쓰는 팀이다. 이날처럼 외국인 선발 홀튼이 등판하면 외국인 타자 필은 선발로 나설 수 없다. 하지만 경기 막판 박빙 상황이라면 대타 투입이 충분히 가능하다. 마무리 어센시오를 포기하더라도 일단은 리드를 잡는게 중요하기 때문.

그런데 이럴 경우, 필의 대타 타이밍이 만약 주전 포수 타순과 겹친다면 어떻게 될까. 백업 포수 1명이 남아 있으니 필을 선발 포수 타순에 대타로 넣을 순 있다. 하지만 그러고 난 뒤에 경기에 투입된 백업 포수가 만에 하나 다치기라도 한다면? 아찔한 상황이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선수가 포수 마스크를 써야만 한다.

포수가 없어서 다른 야수가 포수 마스크를 쓰는 일은 사실 여러번 일어난다. 올해만 해도 넥센의 외국인 타자 로티노가 아예 선발 포수로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로티노는 포수 경험이 많은 선수다. 그에게 포수 마스크는 그다지 낯설지 않다. 그러니까 선발 포수도 할 수 있는 것.

하지만 KIA는 다르다. 만약 차일목과 백용환을 한 경기에서 모두 써버리고 나면 과연 누가 포수 마스크를 쓰게 될까. 선 감독에게 이런 상황에 대해 묻자, 너털웃음과 함께 "글쎄 과연 그런 일이 일어날까요"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충분히 납득이 가는 답이다. 사실 극히 일어나기 힘든 상황까지 일일히 가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 대화가 오고간 뒤 불과 몇 시간 뒤에 실제로 포수들이 전부 없어지는 일이 벌어질 뻔했다. 이날 선발로 등판한 홀튼이 예상과 달리 초반부터 부진했다. 2이닝 5실점. 그러나 KIA 타선 역시 한화 선발 클레이를 두들겨 추격에 나섰다. 특히 0-5로 뒤진 2회말 공격 때 KIA는 1사 2, 3루 기회를 맞이했다. 타순은 포수 차일목. 이때 KIA 벤치는 대타로 팀내에서 가장 '핫'한 타격감을 지닌 필을 투입했다. 어떻게든 추격점을 내야하는 상황. 필은 희생플라이로 3루 주자 신종길을 불러들여 팀의 첫 득점을 만들었다. 대타 작전은 일단 성공.

이후가 문제였다. 필은 그대로 1루수비를 맡았고, 1루수였던 김민우는 유격수로 이동, 그리고 유격수 김선빈 자리에는 포수 백용환이 들어갔다. 이제 남아있는 포수 엔트리는 없다. 3회부터 최소 9회까지는 백용환이 홈플레이트를 지켜야 했다. 그런데 곧바로 3회초 수비 때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2사 1루에서 송광민의 우전 2루타 때 1루주자 고동진이 홈을 파고 들었다. KIA 우익수 이종환이 펜스 플레이를 제대로 못한 끝에 다급하게 홈으로 송구. 하지만 공이 높이 떴다. 포수 백용환은 이 공을 잡으려고 위로 점프했는데, 다리가 홈슬라이딩을 하던 고동진의 몸에 걸리면서 몸이 뒤집혀 바닥에 등으로 떨어졌다.


백용환은 한 동안 그라운드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허리와 등, 머리 쪽에 충격을 받은 듯 했다. 만약 백용환이 그대로 덕아웃으로 실려나가면 KIA는 당장 3회부터 포수가 없어지게 된다. 아찔한 상황. 다행히 백용환은 한참 후에 일어나 그대로 경기 끝까지 마스크를 썼다. 천만다행이었지만, 앞으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대타는 상황에 따라 언제든 쓸 수 있다. 하지만 빠른 타이밍에 포수 교체는 한번 더 생각해볼 일이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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