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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왼손투수 공은 제가 다 알 걸요."
오히려 그 장점 때문에 성장이 더딘 측면이 있었다. 이재원은 결정적인 상황에서 상대 왼손 원포인트 릴리프를 상대로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카드였다. 수비에 나가지 않는 반쪽짜리 선수, 그것도 왼손투수 상대 스페셜리스트로 역할이 한정됐다.
그는 웬만한 왼손투수들의 공은 익숙하다고 했다. 이재원은 "왼손투수들은 변화구를 던지면 언제, 어떻게 떨어지는지 알겠더라. 각도나 궤적이 익숙했다. 반대로 오른손투수들은 어떻게 날아오는 지도 몰랐다. 공의 각도를 모르니 불안했다. 신인이랑 똑같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이젠 오른손투수들의 공도 익숙해졌다. 좌우를 가리지 않고 출전하는 기회가 늘다 보니 적응이 된 것이다. 올시즌 타율 4할7푼5리(40타수 19안타) 1홈런 12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데 좌완 상대로 타율 6할6푼7리, 우완 상대로 3할9푼3리로 오른손투수 상대로 약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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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건 자신의 원래 포지션인 포수에 대한 욕심이다. 이재원은 올시즌 시범경기 때 한 차례 포수로 선발 출전한 적이 있다. 지난달 14일 목동 넥센전에서 주전 마스크를 써 7회까지 안방을 지켰다. 교체로 투입된 건 6차례. 하지만 정규시즌 들어서는 포수 마스크를 쓰지 못하고 있다.
"사실 포수로도 나가고 싶다"던 그는 "로티노처럼 해야 되는데…"라며 웃었다. 넥센의 외국인타자 로티노는 본업인 외야수 외에 포수까지 겸업하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포수로 선발출전했다 경기 도중 좌익수로 포지션을 옮기기도 했다. 마치 아마추어 경기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선수 운용이다.
하지만 이런 선수가 있다면, 벤치에선 보다 다양한 작전을 펼칠 수 있다. 이날 넥센은 9회말 백업포수 박동원마저 대타로 교체했는데, 연장에 들어가더라도 로티노의 포지션을 다시 옮기면 된다는 계산에서 나온 용병술이었다.
이재원 역시 로티노처럼 경기 도중에라도 포수 마스크를 쓰고 싶다는 욕심을 드러냈다. 그는 경기 전 정상호, 조인성과 함께 포수 훈련을 함께 소화한다. 이재원은 이에 대해 "매일 훈련을 함께 한다. 오늘도 공 한 바가지를 (뒤로)흘렸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만수 감독 역시 이재원을 포수로 활용할 생각을 갖고 있다. 그는 "LG가 문선재를 포수로 썼듯이 비상상황이 올 수 있다. 거기에 대비해 스로잉이나 블로킹을 항상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풀타임 포수로 쓰기엔 다소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보다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 감독은 "실전에서 포수를 내보내니 투수 리드에 많이 신경을 쓰더라. 그것 때문에 타격까지 좋지 않았다"며 "그래도 경기에 나서다 보면 타격까지 잘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볼배합은 전력분석대로 가면 된다. 포수를 많이 안 해서 그렇다"고 밝혔다.
이재원은 언제나 포수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할 땐 주전 포수들의 볼배합을 유심히 지켜본다. 과연 이재원이 로티노처럼 포수로도 맹활약할 수 있을까.
인천=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