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히메네스는 호세급이 될 수 있을까

기사입력 2014-04-30 08:27


2014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와 SK와이번즈의 경기가 2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렸다. 롯데 히메네스가 5회말 무사에서 역전 솔로홈런을 치고 홈인하고 있다. 부산=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04.25/

한국 프로야구사의 주요 순간에 등장하는 외국인 타자. 적지않은 얼굴들이 아직까지 팬들의 머리 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다. 이들은 극적인 드라마를 연출하기도 했고,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냈으며, 한국 프로야구 발전에 일정 부분 기여를 했다. 말 그대로 돈을 벌기 위해 한국을 찾은 용병, 이방인이었지만 한국 프로야구와 함께 했다.

그렇다면, 역대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외국인 타자는 누구일까.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펠릭스 호세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특히 롯데 자이언츠 팬들에게 그렇다.

1999년 롯데 유니폼을 입은 호세는 첫 해부터 가공할 공격능력을 보여줬다. 그는 첫 시즌에 타율 3할2푼7리, 36홈런, 122타점을 기록하며 롯데 공격을 상징하는 간판 선수로 우둑 섰다. 통산 타율 3할9리, 95홈런, 314타점. 지난해 롯데는 지난해에 호세를 부산 사직구장으로 초청했고, 팬들은 그를 보며 옛 기억을 떠올리고 환호했다.

롯데 소속의 외국인 타자들은 끊임없이 호세와 비교를 당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호세를 뛰어넘지 못하는 한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그런데 요즘 롯데팬들의 가슴에 뜨거운 기운을 불어넣은 선수가 있다. 베네수엘라 출신의 내야수 루이스 히메네스다. 많은 팬들이 히메네스에게 호세급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히메네스에게서 호쾌한 야구 가능성을 본 것이다. 그만큼 시즌 초반에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29일 현재 15경기에 출전했는데, 끝내기 안타를 2개나 때렸다. 그는 화끈한 한방에 클러치 능력, 선구안, 정교함까지 갖췄다. 분위기와 전체적인 인상, 몸집 모두 호세와 전혀 딴판이지만 많은 이들이 히메네스를 보면서 호세를 생각한다.

데뷔 시즌 초반 기록은 히메네스가 호세를 앞선다. 호세는 1999년 시즌 초 15경기에서 타율 3할7푼5리(56타수 21안타) 2홈런, 11타점을 기록했다. 뛰어난 활약이지만 명성에 비해 임팩트가 조금 부족해 보인다. 반면, 히메네스는 29일 현재 15경기에 출전해 타율 4할1푼8리(55타수 23안타) 5홈런, 16타점을 기록했다. 규정타석만 채우면 바로 타격 1위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일주일 늦게 1군에 올라온 히메네스는 첫 경기에서 끝내기 홈런을 터트리더니, 지난 주말 열린 SK 와이번스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때렸다.


넥센과 롯데의 주중 3연전 마지막날 경기가 24일 목동구장에서 열렸다. 3회초 1사 롯데 히메네스가 우전안타를 치고 기뻐하고 있다. 목동=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4.04.24/
전체적인 평가를 하기에는 이른 시즌 초반이지만, 타자로서 여러가지 면에서 탁월하다는 게 중론이다. 선구안이 좋아 유인구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66타석에서 11개의 볼넷을 골라냈고, 출루율이 5할1푼5리다. 김시진 감독과 구단 관계자는 야구 머리가 뛰어나다고 했다. 히메네스 타석 때 상대팀 수비수들이 우익수쪽으로 이동을 하는데, 이런 수비 시프트를 비웃 듯이 왼쪽으로 밀어때린다. 120kg이 넘는 육중한 몸이 둔한 인상을 주지만 의외로 유연하면서 민첩한 면이 있다. 1루 수비능력 또한 수준급이라는 평가다.

코칭스태프와 구단이 히메네스의 성공을 점치는 이유 중 하나가 친화력, 적응력이다. 동료들과 끊임없이 농담을 주고받는 등 격의없이 지내면서 팀에 녹아들었다. 김시진 감독은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앞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자기가 할 일만 한다. 그런데 히메네스는 적극적으로 앞장서서 파이팅을 외치며 동료들을 독려한다. 외국인 타자들은 보통 득점 찬스 때 자신이 해결하려고 덤비는데 히메네스는 신중한 자세를 찬스를 이어가려고 한다"고 했다. 히메네스는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 동료들과 웃고 떠들며 농담을 할 때와 타석에서 무섭게 집중할 때 모습이 크게 다르다.


29일 대전구장에서 만난 김시진 감독은 히메네스의 친근한 성품을 보여주는 일화를 들려줬다. 부산에서 구단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도중에 고속도로 휴게소를 들렀는데, 히메네스가 과자가 가득 담긴 큼지막한 비닐봉투를 들고 타더란다. 그리고는 김시진 감독 자리에 오더니 배가 고파서 과자를 샀다며, 과자를 주겠다고 하더란다.

김시진 감독은 당분간 히메네스를 붙박 4번 타자로 쓰겠다고 했다. 당초 구상은 3번 손아섭-4번 최준석-5번 히메네스. 하지만 최준석의 타격 부진이 이어지면서 최준석 앞에서 공격의 맥이 자주 끊겼다.

대전=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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