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이재학의 성장통, "너무 잘 던지려고만 했다"

기사입력 2014-06-04 10:01



"무조건 원하는 코스에 넣으려고 애쓴 게 문제였다."

NC 다이노스의 사이드암투수 이재학(24)은 '토종 에이스'란 타이틀을 달고 있다. 팀의 창단 첫 시즌, 퓨처스리그(2군)에서 다승과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이때부터 팀의 대들보를 찜한 이재학은 1군 진입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10승5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2.88로 마운드 중심에 우뚝 섰다. 평균자책점 2위에 신인왕까지 차지했다.

2011년 말, 숨겨진 원석을 찾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NC로 이적한 뒤, 고공비행이 이어졌다. 창단 특전으로 외국인투수 3명이 선발로테이션을 지키고 있는 팀에서 단연 두드러지는 활약이었다. '토종 에이스'란 타이틀이 붙은 이유다. 비단 팀뿐만 아니라 한국야구를 대표하는 우완투수로 성장했다. 국내야구에 우완 에이스가 사라진 상황에서 더욱 반가운 활약이었다.

그런 이재학이 흔들렸다. 사실 시즌 초반 페이스는 좋았다. 개막 첫 달인 4월, 단 한 경기(4월 18일 삼성전, 4이닝 5실점)를 제외하고 5경기 모두 7이닝 이상을 책임지며 실점은 2점 이하로 막았다. 퀄리티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 행진이었다.

지난달 5일에는 삼성 상대로 7이닝 3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지만, 삼성 상대 약점에서 벗어나는 호투를 펼쳤다. 하지만 10일 롯데전 5이닝 2실점 승리 이후 갑자기 흔들렸다. 16일 두산전(4⅔이닝 5실점)과 21일 SK전(1이닝 4실점)에서 두 경기 연속 5회를 채우지 못하고 대량실점했다.

김경문 감독은 제자를 강하게 채찍질했다. 아무리 초반 실점이 컸다 해도 1이닝 초고속 강판은 충격이었다. 이재학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당시 김 감독은 "재학이가 스스로 넘어야 할 과정이다. 새롭게 마음을 다져야 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이재학은 이를 악물었다. 김 감독의 말대로 스스로 고비를 넘어섰다. 최일언 투수코치와 함께 문제점을 찾았다. 시즌 첫 휴식기 덕에 재정비가 가능한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 휴식 이후 로테이션도 조정돼 찰리와 순서를 맞바꿔 9일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30일 오후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14 프로야구 NC와 KIA의 경기가 열렸다. 5회말 NC 이재학이 마운드에 오른 최일언 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광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4.05.30.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발목부상으로 이탈해 부진한 기간 호흡을 맞추지 못했던 영혼의 배터리 김태군과도 다시 조우했다. 2경기 연속 부진의 원인에는 보이지 않는 투포수간의 호흡도 있었다. 이재학은 돌아온 주전포수 김태군과 함께 지난달 30일 KIA전에서 6⅔이닝 3실점(2자책)을 합작하며 시즌 5승(4패)째를 따냈다.


이재학은 재정비 기간 무엇을 느꼈을까. 그는 "그동안 너무 잘 던지려고 했던 것 같다. 직구든 체인지업이든 노렸던 코스에 무조건 넣으려 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폼이 조금 위축됐다"고 털어놨다.

최 코치는 이재학이 과거 좋았을 때처럼 편하게 던지도록 유도했다. 최 코치는 "리듬감만 살리고 전처럼 빠르게 던진다는 생각으로 던져라"고 말해줬다. 다시 예전의 폼을 찾아야 했기에 부담감을 덜어줘야 했다. 최 코치는 30일 경기에 앞서서도 "감독님께 오늘 아무리 맞아도 안 바꾸겠다고 말씀드렸다. 부담없이 던져라"며 어깨를 툭 쳐줬다.

이재학은 포수 미트만 한 번 보고 강하게 던졌다.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예전처럼 자신감 있게 던졌다. 또한 체인지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던 피칭 패턴에서 벗어나 직구 위주의 피칭에서 후반부 체인지업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볼배합을 가져갔다. 김태군과의 완벽한 호흡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패턴이었다.

투수의 기본은 직구, 그리고 컨트롤이다. 이재학은 그 간단한 명제의 답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다. 직구 최고구속은 아직 140㎞대 초반에 머물고 있지만, 볼끝에 힘이 있으면 된다. 다이내믹한 투구폼을 바탕으로 특유의 볼끝을 찾아가고 있다.

직구가 살아나면, 체인지업의 위력은 가만 있어도 배가되기 마련이다. 또한 컨트롤에 지나치게 신경을 쓸 때보다 오히려 제구력이 좋아지는 효과도 있었다.

이재학은 "아직 지난해 가장 좋았을 때만큼은 아니다. 하지만 조금씩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NC를 넘어 한국야구의 미래인 이재학은 그렇게 성장통을 겪으며 진화하고 있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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