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대구 시민구장에서 프로야구 삼성과 KIA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가 열렸다. KIA가 5회부터 매회 득점을 올리며 11회 연장 끝에 삼성에 13대12로 역전승을 거뒀다. 10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2이닝 투구하며 승리 투수가 된 최영필이 투구하고 있다. 대구=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4.06.05
역시 경험의 힘은 무서웠다. 다른 투수들이라면 벌벌 떨 상황.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 투수는 침착하게 공을 던졌다. 그리고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냈다.
KIA 타이거즈 최영필(40)의 투혼이 눈부시다. 지난 시즌 후 SK 와이번스에서 방출, 야구 인생을 접을 위기에 처했지만 이번 시즌 극적으로 KIA 유니폼을 입고 1군 무대를 밟은 최영필이 팀 불펜의 중심으로 거듭나고 있다. 방출의 아픔을 겪었던 노장투수가 갑자기 등장해 팀 중심을 잡는다는게, 어찌보면 팀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닐수도 있지만 반등을 위해 성적을 내야하는 KIA의 사정을 감안하면 그런 깊은 사정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다. 당장 중요한 순간 안정적으로 공을 던져줄 수 있는 선수가 나타났다는 자체가 기쁜 일이다.
최영필의 진가는 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나타났다. 역전에 역전을 주고 받으며 기나긴 연장승부가 이어진 양팀의 경기를 마무리 지은 주인공은 최영필이었다. 최영필은 불을 지른 마무리 어센시오를 구원등판해 2이닝 동안 탈삼진 3개를 곁들이며 무실점 투구를 해 13대12 승리의 주역이 됐다. 복귀 후 첫 승을 따냈다. 681일 만에 거둔 감격의 승리. 눈에 보이는 승리가 중요한게 아니었다. 제구가 안좋은 KIA 불펜 투수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안정감 있는 투구로 경기를 마무리했다는 자체가 중요했다.
1군 데뷔전이었던 1일 NC 다이노스전, 그리고 3일 삼성전에 이어 3경기 연속 무실점 투구다. 인상적이다. 나이가 많고 제구가 떨어진다고 구속이 크게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140km 이상의 속도가 나온다. 최영필이 이렇게 중요한 활약을 할 수 있었던데는 차근차근 2군에서 준비를 해온 효과였다. KIA 선동열 감독은 "2군에서 차분히 몸상태를 끌어올렸다. 잘해줄 것으로 예상했다"고 말하며 "2군 경기에서 마무리 역할을 해왔다. 이 점도 1군에서 좋은 활약을 해줄 수 있는 원동력이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전 11회말 마지막 최영필은 2사 2, 3루 위기에 몰렸고 상대 중심타자 박석민을 상대하게 됐다. 차분한 투구로 박석민을 중견수 플라이로 유도했다. 2군 경기 마무리 경험이 당장의 긴장을 풀어주는 큰 역할을 했음이 틀림없다.
선 감독은 앞으로도 최영필을 필승 불펜조로서 대우할 방침이다. 가장 중요한 순간 1이닝을 책임지게 된다. 최영필이 중간에서 힘을 내준다면 선발진이 어느정도 갖춰진 KIA는 반전 기회를 마련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