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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유희관이 또 무너졌다. 유희관은 10일 잠실 NC전에서 3⅓이닝 8피안타, 3볼넷, 6실점(4자책점)을 기록했다. 결국 4회 강판됐다.
그런데 5월9일 삼성전에서 6⅔이닝동안 홈런 4방을 포함, 11피안타 8실점한 뒤부터 컨디션이 급격히 떨어졌다.
지난 시즌 페넌트레이스와 포스트 시즌을 보자. 유희관은 승부처에서 매우 강인했다. 타고난 배짱과 상대 허를 찌르는 볼배합, 그리고 정교한 제구력으로 위기를 헤쳐나갔다.
올 시즌 초반에도 그랬다.
그런데 최근 4경기에서 탁월했던 위기관리능력이 보이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정교함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10일 NC전 4회 상황을 살펴보자. 결정적인 상황에서 두 개의 실투가 있었다. 무사 1루 상황에서 지석훈을 상대했다. 2B 2S의 유리한 볼 카운트. 유희관이 던진 싱커가 높게 들어갔다. 결국 전 타석에서 삼진을 당한 지석훈은 가볍게 좌전안타를 만들어냈다. 결정적인 순간 빛을 발했던 탁월한 제구력이 최근 승부처에서 흔들리고 있다. 예전같으면 유희관의 싱커는 낮게 형성되면서 삼진 혹은 병살타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았다.
무사 만루 상황에서 이종욱의 승부도 너무나 아쉬웠다. 역시 2B 2S로 유리한 볼 카운트. 이종욱은 이전 두 타석에서 중견수 플라이, 2루수 앞 땅볼로 유희관의 공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같은 폼에서 나오는 패스트볼과 싱커에 많이 혼돈스러워했다. 그런데 유희관이 택한 결정구는 106㎞의 느린 커브. 문제는 타자 앞에서 떨어져야 할 커브가 매우 높았다. 결국 집중력을 배가시킨 이종욱이 그대로 당겨치며 싹쓸이 3루타를 만들었다. 구종 선택도 아쉬웠지만, 또 다시 제구 자체가 흔들리면서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유희관의 가장 큰 장점은 정교한 제구력이다. 그 바탕 위에서 영리한 타자와의 수싸움과 배짱, 그리고 앞에서 형성되는 릴리스 포인트 등의 장점이 더해진다. 130㎞대의 느린 공을 지닌 유희관이 리그 수준급의 선발로 자리잡았던 이유. 하지만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제구력이 승부처에서 흔들리고 있다. 당연히 버틸 수가 없다.
●왜 제구력이 흔들릴까
그럼 여기에서 또 다른 의문이 생긴다. 시즌 초반에 좋았던 제구력. 왜 갑자기 5월 이후 흔들릴까.
난조의 출발점인 5월9일 삼성전을 볼 필요가 있다. 당시 유희관은 갑자기 난조를 보였다. 경기가 끝난 뒤 두산 코칭스태프는 유희관의 흔들린 투구 밸런스를 지적했다.
당시 투구 폼 자체가 미세하게 흔들리면서 투구 밸런스가 전혀 맞지 않았다. 결국 공의 위력 뿐만 아니라 제구력 자체가 크게 흔들리면서 삼성 타자들에게 난타를 당했다.
그는 매우 유연한 몸을 가졌다.투구 시 오른발을 단숨에 가슴까지 올리면서 추진력을 얻는다. 그런데 무리한 동작이 없다. 많이 던져도 부상 위험도가 낮은 항아리형 몸매를 지녔다.
그런 신체적인 특성 때문에 투구 밸런스 자체가 매우 좋다. 좋은 제구력을 갖출 수 있는 기본적인 이유.
그런데 최근에 그 밸런스가 깨져버렸다. 유연한 투구폼이 미세하게 엇나간다. 때문에 승부처에서 더욱 강한 공을 던질 때 제구력 자체가 흔들릴 확률이 높아진다. 실제 경기에서 그렇게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투구수가 많아질수록 '영점'이 흐트러질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결국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야 할 몸 관리의 실패일 가능성이 높다. 유희관의 부진에 대해 많은 지적들이 있다. 상대 타자들의 적응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한계에 부닥쳤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경기내용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자신의 공을 효율적으로 승부처에서 뿌리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고 있다.
흔들리는 '느림의 미학'.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